꿈이 있어 아름다운 사람 – 류근철 박사님

오늘 회사가 아니 한국 금융시장 전체가 술렁였다. 일각에서는 G20을 두고 테러 발생하는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날만큼, 옵션 만기일 장마감 동시호가에 들어갔던 코스피가 순식간에 큰 폭의 하락장세로 끝나면서 때아니가 풋옵션 매수했던 사람들 중 대박이 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론적으로는 타이밍 맞춰서 1억 투자했으면 약 500배 수익이 났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실제 수익 중 최고는 울산에서 1억 8천 투자해서 150배 정도 수익이 났다는 트위터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지금, ‘도망자 플랜B’에서 금괴를 가지고 필리핀으로 도망간 형사가 이전에 못 누려봤던 호화로운 삶을 마음껏 누리지만 감출수없는 공허함에 빠져버린 장면을 봤다. 그리고, 이 절묘한 타이밍에 인터넷에서 멋진 이야기를 하나 건졌다.

역시,,, 뭐라 말할 수 없는 이 감동이란…

일단, 영상부터 보고 돌아오자. 글 읽고 봐도 상관없는데, 여기 글 없어도.. 그냥 이 영상보고 받은 직접 느끼면 그걸로 족할 것 같다.

http://www.issuein.com/10408


류근철 박사님

경희대 한의학 박사, 한국 한의하셥회 초대 회장, 모스크바 국립공대 종신교수, 카이스트 이학 명예박사/특훈 교수.. 아니면 여든다섯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을 치료해주기도 하시고, 학교 조각공원을 가꾸기도 하시는 이 분은, 평생 일군 578억이라는 자산을 전액 카이스트에 기부하신 류근철 박사님이시다.

재력도, 명예도 다 가지셨던, 세상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것들을 다 가지신 분이 무슨 까닭에 이런 기부를 하시고 괴짜같은 삶을 사시는걸까?

200억

처음에 100억을 벌고, 200억을 벌때까지는 돈 버는 재미가 있으셨단다. 마치 오늘 옵션 대박 난 것처럼,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항상 돈에 쫓기며 살던 사람에게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돈이 주어지면 즐거울테다. 하지만, 그것도 의미있는 수준까지 그런거지, 일단 일정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돈은 사람들의 욕심을 표시해주는 숫자에 불과해진다.

부자들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미 누릴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돈이 자기 손에 있다는 건, ‘잘 관리해야’하는 청지기로써의 의무가 주어지는거지 더 더 더 욕심을 채우라는게 아닌거다.

류근철 박사님도 그러셨단다. 처음에 가난을 피하기 위해 꿈이었던 공학박사를 접고 의학을 택했고, 그 덕에 돈을 많이 버셨단다. 한의원을 개원하는 곳마다 땅값이 올라서 부자가 되셨다는데, 자산이 200억을 넘기 시작하자 겁이 나셨단다. 그리고 내 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셨다는데, 이게 부를 쌓은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느껴야할 감정이 아닐까나?



결국 돌고 돌아서 류 박사님은 어릴적 꿈으로 돌아오셨다. 모교도 아니고, 연고가 있는 곳도 아니던 카이스트를 택했던건 어릴쩍부터 꿈꿔오시던 공학박사에 대한 애틋한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공대 중에서 탑클래스로 꼽히는 곳이지 않던가. 서울에 버젓이 집이 있음에도 학교 한 구석에 거처를 마련하시고 한 달에 한 번 집에 가실뿐 학교에서 생활하시고, 이제 ‘내가 죽을 곳’이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꿈’을 이뤄가는 그 즐거움,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드라마 보는데 와이프가 내 소원은, 꿈은 뭐냐고 계속 질문을 했다. 드라마 보느라 대답을 못했다 그랬지만, 사실 몇 마디 말로 줄여서 말하기 쉽지가 않았다. 간간히 요약이 잘되는 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다. 대신 먼저 길을 가셨던 분들을 통해서 이런 분 비슷한 삶.. 이라고 대신 이야기 해주고 싶다. 이전에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의료보험을 도입하셨던 장기려 박사님, 죽기전에 기부한 전재산을 다 소진하는게 목표였던 전 DFS  설립자 척 피니, 건전하게 돈을 벌고 가치있게 돈을 쓰려고 노력하는 발렌베리家 사람들 등이 있었는데, 오늘부로 류근철 박사님도 이야기해야겠다. ^_^

신변잡기,, 요즘은 ..

서평을 쓰려고 블로그를 열었다가 맘을 바꿔먹었다. 저녁 먹으면서 엊저녁 놀러와를 챙겨봤는데, ‘젊은 세시봉 친구’분들께서 사람 마음을 홀라 흔들어놓으셨다. 저런 재능들이 부러우면서도 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마음이 너무 심숭 생숭한 탓에 차마 서평을 쓰지는 못하고 요즘 사는 이야기나 끄적거리고 있다. (그나저나, 좁은 신혼집에 결국 신디사이저나 키보드 하나 장만해야 쓰겠다… 루시드 폴도 35세에 박사학위를 내려놓고 음악했다 그러고, 유키구라모토도 그렇고.. 음악에서 늦는 건 없는 것 같다.)

넛지, 슬랙, 그리고 무수한 보고서들 ..

미국에 유학간 선배가 원서를 사서 보내주고 싶어할 만큼 (한국에서 사도 되는 책을, 얼마나 읽히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아닌가? 그냥 생색용인가? ㅡㅡ?) 괜찮은 책이라 그래서, 회사 돈으로 사다 봤다. (왠만하면 책을 사서 보지 않는다. 집에 놓을데가 없어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오르게 해주는 책이었다. 그 유명한 설문지에서 질문과 대답의 내용을 조금만 바꿔도 조사 결과가 달라진다는 사례도 있었고, 그 이외에도 생각해봄직한 이슈들이 많았던 것 같다.

슬랙이라는 책도 읽었었다. 어느 블로거분께서 올려두신 서평을 보다가 괜찮아 보여서 읽었었는데, 읽으면서 회사라는 조직이 가야할 길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한 달이나 지나다 보니 내용이 잘 기억이 안난다. 다시 책 장 넘겨가면서 서평 써야할 듯.) 기억에 남는 사례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 기계가 하는 일처럼 딱딱 떨어지는게 아니라는. 그래서 당장은 노는 것 처럼 보여도 여유 인력을 운용하는게 보다 효율적인 조직 운용 방법이라던 내용이 떠오른다.

그외 백 장을 넘나드는 무지막지한 보고서들을 수도 없이 봤던 것 같다. 뭐 일상이긴 하지만, 그 보고서들에 질려서 요즘 책을 읽을 엄두가 안난다. (이런 걸 핑계로 삼다니.. 참.. 에혀.. 나이가 31살이면 뭘하나… ㅡㅡa)

영어 통역 …

정말 비상사태가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원래 예정되셨던 통역하시는 분이 급한 개인사정으로 약속일 당일 불참을 알려오셨고, 회사에서 통역을 담당하던 분도 유럽 출장가시고, 다른 영어 한다던 사람들도 중국으로 또 다른 일들에 붙들려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드라마 같은 상황이 연출되었다. 누가 작정하고 시나리오를 쓰지 않고서는 도저히 생길 수 없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어쩌겠는가, 회사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내용을 전한다고 생각하고 하라는데. 통역이 아니라도 상관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회의실로 들섰다. 약 한 시간 남짓의 회의에서 놀라운 기적들이 벌어졌다. 분명 회장님이 한국어로 말씀하셨는데, 외국인이 알아듣고 대답을 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양 회사가 비슷한 길을 걷고 있었고 사전에 이메일을 통한 소통이 있었던 탓에 개략적인 눈치만으로도 대화 내용을 유추할 수 있었었나 보다.

그렇게, 통역 아닌 통역이 지나갔다. 그리고.. 내 안에 영어 정복에 대한 답답함이 극에 달해버렸다. 그냥 여행다니고 이야기하는 정도해도 괜찮았었는데, 그렇게 잘 살아왔는데.. 3개월만 집중하고 매일 조금씩 꾸준히 집중해서 해올 걸, 아쉽다.

(*아직 젊은(?) 학생이들이라면, 한 두 학기는 외국어에 목숨걸어 볼 필요가 있다. 아, 토플, 토익, 탭스 점수 올리는 건 외국어를 배우는게 아니라 자격증 시험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증’을 쌓는 것 뿐이다. 발음이나 만점짜리 문법이 아니라 대중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실력을 쌓기위해 시간을 쏟아봄직하다.)

트위터 ..

트위터를 진작에 가입했지만, 진정 활용하는건 넥원이를 구입한 이후부터다. 페이스북은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처럼 별 애정이 가지 않지만, 트위터는 정말 물건이다 싶다. 트위터를 활용하기 시작한 이후, 웹서핑시간이 현저히 줄었다. 지난 추석때 비록 부산/김해 지역에 내려가 있었지만 실시간으로 서울의 물난리 소식을 접했던 경험이후에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트위터에서 얻기 시작했다.

공병호 박사님의 폭풍 트윗중에 등장했던, 글은 쓰는 순간의 상황을 담고 있어서 나중에 쓰고 나서 쓴 사람이 읽어봐도 내가 언제 이런 글을 썼나 싶을 정도라는 이야기. 그래서 어떤 생각이나 상황이 떠오르면 트윗을 남겨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아직은 눈뜨고 감상만 하는 중이지만..

넥원, 진저브레드

S전자에서 구글과 손을 잡고 넥투를 발표할꺼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러든가 말든가.. 그래도 여전히 넥원이 안드로이드OS의 기본이다. 11일로 예정된 안드로이드 다음버전 ‘생강빵(진저브레드, 안드로이드OS 2.3 코드명)’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제 갤럭시S가 2.2 버전인 프로요 업데이트를 한다고 하는데, 넥원이 유저들은 곧 프로요를 넘어 진저브레드로 간다. 다들 왜 별 많이 팔리지도 않은 스마트폰을 사느냐고 물어보는데.. 아이폰을 살게 아니라면, 아직까지 버전업을 몇 번 더 거쳐야할 안드로이드폰에서 그때 그때 OS 업데이트가 되는 넥원이를 따라갈 스마트폰은 없다.

버전업 안하면 그만이겠지만, 윈도우 3.0과 95, 그리고 98을 거쳐 XP의 차이를 지켜봤다면 OS 버전업의 유혹을 피하기 힘들테다. 아마 3.0 정식버전 나올때까지는 3개월~6개월 업데이트가 계속되지 않을까 싶은데. 2년 약정이니깐 내년 후반까지만 버텨주면.. 그걸로 족할 듯. 여하튼, 생강빵.. 기대된다.
^_^

끊임없이 배우는 그들, 부러우면 지는거다..

먼저 삶을 살아가신 선배분들 중 부러운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냥 블로그만 하고 지낼땐 좀 덜했는데, 트위터라는 녀석을 접하고 나서 좀더 가까이서 이 분들을 지켜보면, 이거 보통 부러운게 아니다. ㅡㅜ


허민 – 사업, 음악, 너클볼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위메프’라는게 있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새롭게 시작된 소셜네트워크 기반 사이트인데, 일종의 공동구매라고 보면 된다. 특정 제품을 다수의 사람들이 저렴하게 구매한다는 건데, 첫 상품이 에버랜드 자유 이용권. 올 연말가지 쓸 수 있는건데 60% 할인 된 가격에 팔았다. 약 10만장 판매 된 것 같던데, 한 장당 얼추 2만원 잡으면 대략 20억 정도 되나보다. 무슨 홈쇼핑도 아니고, 하루만에 이 정도의 판매량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이 사업을 주도하고 계신 분이 그 유명하신 허민 사장님이시다. 던전앤파이터의 제작사 네오플을 넥슨에 매각하면서 천억원대 부자 반열에 올랐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평상시 꿈이었던 음악이 하고 싶어서 버클리 음대를 지원하셨다. 오디션에서 탈락하고도 수십, 수백번 입시 담당자를 귀찮게 만들어서 결국 열정을 높게 평가받아 음악을 배웠고, 야구 선수에도 꿈이 있으셨나보다. 나이 들어도 던질 수 있다는 마구, 너클볼을 배우기 위해 메이저리그 너클볼의 전설을 찾아가 결국 전수를 받으셨단다.

그리고 지금, 마음 맞는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벌이셨다. 95학번 이시라는데, 불과 나와 4살 밖에 차이 안난다는. 그럼에도 이 엄청난 간극이라…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김광진 – 펀드매니저, 음악

더 클래식이라는 그룹 이름이 더 어울리시는 분인지도 모르겠다. 동부자산운용 본부장을 맡고 계신 김광진 매니저님. 긴 말이 필요없었다. 더클래식 진주찾기 펀드의 수익률과 마법의 성, 여우야, 편지를 들으면서 그냥 ‘아~’ 하면 된다;;

89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로 업계에 발을 들어놓으셨고, 91년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라는 곡을 작곡하시면서 활동을 시작하셨다. 그러고는 20년간 두 가지일 모두 꾸준히 해오시고 계신다. 펀드매니저로써 펀드 수익률로도 뒤쳐지지 않으면서도, 더클래식이라는 그룹도 그렇고, 작곡하셨던 곡들 또한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거 보면 그저 뒷감당 안될만큼 부러울 따름이다. 에혀..

양진석 – 건축가, 음악

‘방을 공개하겠습니다~’, ‘따랏따라~ 띠랏띠라~’.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대표 프로그램이었던 ‘러브 하우스’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양진석 교수님을 기억하실테다. 옆집 아저씨같은 편안한 인상에, 묵묵히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수줍게 설명하시던 모습 말이다. 다른 건 모르겠고, 리모델링 집을 그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따뜻해졌던, 문득 인터리어 디자이너나 건축가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셨던 장본인이시다.

그런데, 이 분도 1988년 앨범을 발표하신 가수라는 사실. 몇 일전 콘서트도 여셨단다. 조연이긴 하지만 영화도 출연하셨다 그러고.. 다 같은 예술분야라면 딱히 할말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하나 하기도 힘든데, 여러가지를 동시에 즐기면서 하시는게 부러울 따름이다.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는 ..

여러가지를 동시에 한다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여러가지를 해본 사람들이 또 다른걸 더 배울때 더유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를 알것 같기도 하고, 여러가지 해본 것들이 다른 것들을 배울때 밑거름이 되어주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선입견으로 하나만 열심히해야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게 아닐까?

되려, 정신없어 보일지 몰라도 좀 연관없어 보이지만 내 스스로 재미있어하는 것들을 병행하다보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오는게 아닌가 싶다. 먼저 길을 가셨던 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 ^_^

나는 치사하게 은퇴하고 싶다 by 김형래 (2010.10)







나는 致仕하게 은퇴하고 싶다 10점
김형래 지음/청림출판

책 제목에 끌려보기도 참 오래간만이다. 한동안 책 읽을 심적 여유가 없었던 탓도 있지만, 그만큼 당장 읽어봐야겠다는 마음 들만한 책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 회사 업무 중이었음에도 받아들자마자 책장을 넘겨보지 않을 수 없었다.

치사(致仕)

제목에 치사하다는 말을 쓰다니 책이 좀 경박한가? 아니면 파격을 시도한 건가 싶었는데, 제목 위에 살짝 작게 적혀있는 한자를 보고 놀랐다. 이 단어는 일상 생활에서 친구들을 향해 내밷던 그 ‘치사’가 아니라 나이가 70세가 넘어서 벼슬을 물러나는 것을 두고 쓰던 옛말이란다. 저자의 작품인지, 편집자의 작품인지 모르겠지만 내 인생에 은퇴는 없다던 피터 드러커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 아닌가 싶다. (사오정이라는 시대에 70세까지 은퇴하지 않겠다니 좀 치사해 보이지만 그래도 그때까지 버티겠다는 중의적 표현인데, 그냥 지금 직장을 계속다닌다는게 아니라 인생을 이모작, 삼모작 하면서 살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긴 제목이 아닌가 싶다.)

은퇴

밭을 갈때 땅을 보고 갈면 고랑이 삐쭉삐쭉하지만 멀리있는 나무를 바라보고 갈면 곧게 밭을 갈 수 있다. 당장 닥치는 상황에 대처하기 급급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 있는 법인데, 두 번 살 수 없는 인생에서 눈 앞의 일 때문에 소중한 것들을 잃고 살 수 는 없다. 이때 가장 좋은 것이 삶의 끝, 내가 살고 있는 인생의 끝을 떠올려 보는거다. 언제나 현역으로 지금처럼 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인데, 애써 사실을 모른척하려 한다. 은퇴를 목전에 둔 세대들 뿐만 아니라 아직 사회 생활을 시작조차 하지 않은 10대, 20대 초반의 세대들도 은퇴를 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듯.

은퇴 1. 조직 속의 나를 버려라

은퇴를 은퇴를 하게 된다면, 뭘 먼저 준비해야할까? 책을 읽으면서 나를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왕년에 ‘날려보지’ 않았던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은퇴를 해서도 그때의 기분대로 살려고 하면 여러가지 마찰이 생긴다. 대표적인게, 괜찮은 회사에서 괜찮은 직함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 느끼는 허무함이 아닐까?

누군가에게 들었던 이야기다. 여의도 금융권에서는 증권사 브로커? 영업직?이 을이고 펀드매니저나 트레이더가 갑의 위치에 있다. 거래 수수료가 주수입원이다보니 어쩔수없는 구조인데, 흔하지 않은 일이지만 주식 매니저로 있다가 회사 사정상 채권 분석팀쪽으로 회사를 옮긴 동료가 있었단다. 그전까지만 해도 여러 증권사에서 수시로 연락이 오고 이리저리 인사를 받았지만 팀을 옮긴 뒤 연락이 뚝~ 끊겼다고 한다. 당장은 내가 유망한 기업 ‘펀드 매니저’라고 어깨에 힘을 쓸지 모르지만 그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 되고 만다는 사실.

냉철하게 판단해서, 내가 호가호위 중이라면 은퇴할때는 급격한 환경변화를 각오해야 한다. 아니면, 미리 부터 조직 속의 내가 아닌, 스스로의 나를 준비하든지..

은퇴 2.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

아직까지는 직장에서 퇴직하는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탓에 주로 퇴직하는 사람과 부인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우리보다 시대를 약간 앞서가는 일본에서 은퇴한 부부의 황혼이혼이 부쩍 늘어났다는데, 은퇴 이전과 이후 부부간의 관계도 다시 정립해야 한단다.

특히, 마음에 와 닿았던 이야기는 인생 60일때는 자녀들 결혼시키고 나면 삶을 마감할때가 오지만 이제는 그 자식들이 자기들의 삶터로 빠지고 노부부만 남게 되었을때, 다시 제 2의 신혼이 시작된다는 것. 정말 마누라님에게 젊을때부터 잘해야겠다는 생각과 평생을 연인같이, 친구같이 지낼 방법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퇴 3. 은퇴란 없다?

이제 은퇴를 하면 8만 시간이 주어진다고 한다. 워낙 큰 단위 숫자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얼마 안되보이는 것 같지만, 하루 8시간씩이라고 하면 꼬박 27년이 넘는 시간이다. 젊음을 불살랐던 직장을 떠나서도 다시 그 직장 생활만큼의 삶을 더 살아야 하는데, 뭘 해야할까?

독일인 마을에서 여생을 보내고 계신 분들이, 고국에서 편안하게 쉬기만 하시는게 아니라 지역내 국제 행사에서 외국어로 봉사하거나 아이들에게 독일어를 가르치는 것처럼 이제껏 해오던 일의 연장선에서 무언가를 해볼 수 도 있고,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일들에 도전해 볼 수 도 있을테다.

개인적으로는 음악, 그것도 재즈를 한번쯤 해보고 싶다. 미국에 잠시 머물때, 어느 화창한 주말 오후, 은퇴를 해도 십여년 전쯤에는 하셨을 것 같은 어르신들이 지역 도서관 앞 마당에서 사람들을 위해 작은 음악회를 여셨었다. 직장을 다닐때 취미 생활 삼아 시작했던 악기였는데, 그때 멤버들이 마음이 맞아 은퇴이후에는 팀을 이뤄 가까운 근교를 포함해서 지역내에서 재즈팀으로 활동하고 계신다고 했다. 즉흥 연주가 난무하는데 오랜 시간동안 쌓여온 경륜이 그렇게 잘 묻어날 수 가 없었다. 비록 재주는 없지만, 잘 준비해서 그런 시간들을 가질 수 있으면 어쩔까하는 작은 소망이다.

삶의 끝자락에 ..

은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연금이라도 넣어두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금전적 불안감이 먼저 엄습해 오는게 지금의 시대상이 아닌가 싶다. 실상, 돈만 준비한다고 다 되는게 아닌데. 아니, 그때의 노후를 위해 지금의 삶을 희생하면서 살아가는게 행복할까? 그게 좋은걸까? 얼마 전에 읽었던 천즈우의 자본의 전략에서 나왔던 것처럼 젊은 시절 돈을 써야할때는 돈이 없지만 막상 나중에 은퇴를 하고는 여유로운 자금이 생겨본들 그 돈으로 누릴 수 있는 효용이 급격히 감소한다. 그래서, 자본주의의 툴들을 활용해 미래의 소득을 현재로 당겨와서 내 평생의 자본을 효율적으로 누리는게 더 낫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 근교 여행을 포기하고 돈을 모아서 나중에 은퇴해서 기력이 쇠할때 세계 일주를 하는게 좋은 선택일까?

이런 사소한 것부터, 지금의 삶에 대한 것들이 정리가 되지 않을때는 은퇴이후, 삶의 끝자락에 서 있는 ‘나’를 그려보는게 어떨까? 그때를 기준으로 다시 현재를 거슬러 오며 세상을 바라본다면, 좀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나?

한번쯤은 이런 책 보면서, 혼자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P.S. 책속에 등장했던 국내 최대 시니어 전용 포털 사이트 유어스테이지(http://yourstage.com/). 은퇴에 대해서, 은퇴 이후에 대해서 정보를 얻기 좋은 곳인듯. 특히, 대당협전기라고, 당뇨에 관한 의학정보를 무협 소설 형식으로 쓴 건 꼭 읽어봐야 할듯. ^_^;

자본의 전략 by 천즈우 (2010.09)







자본의 전략8점
천즈우 지음, 조경희.한수희 옮김/에쎄


화폐전쟁에 대비되는 책이란다. 중국 사람들에게 또 다른 관점에서 자본주의 금융시장에 대해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책이라는 이야기도 얼핏 들었던 것 같다. (아니면 말고.. ㅡㅡa) 그래서인지.. 두께가 살인적이다. 가급적 이런 두꺼운 책은 안 읽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책 두께 때문에 그냥 넘길수는 없어서 .. 8월 스페인 여행에 이 책을 동반자로 삼았다. (신혼 여행때는 스노우볼, 이번엔 자본의 전략.. 두툼한 책 두께 덕분에 마눌님 눈치 보느라 혼났다. ㅠㅠ)

부채의 미학

의외로 두께에 비해 일관성있게 한 가지 이야기만을 해준 덕분에 책의 중심 생각에 도달하기 쉬웠다. 이 책은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된 사회라면, 신용이나 다양한 금융 계약을 통해 자유롭게 부채를 끌어쓸 수 있고, 이 덕분에 사람들이 겪게 되는 소득과 소비의 불균형을 효율적으로 해소해 줄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쉽게 웅진 코웨이를 떠올려 보면 된다. 만약 웅진 코웨이가 정수기를 한달에 몇 만원만 내고 빌려 쓸 수 있는 서비스를 고안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에 지금처럼 정수기가 많이 보급될 수 있었을까? 한번에 100만원이면 100만원을 지불하고 내 집에 정수기를 사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웅진 코웨이가 리스금융 방식으로 정수기 가격을 빌려주기 장기 분할 납부할 수 있게 해준 덕분에 사람들은 부담없이 정수기를 쓸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집도 그렇고 자동차도 그렇고 한참 필요한 시기에는 쓸 돈이 적다. 대신 나중에 은퇴할 무렵이 되면 저축한 것도 있고 투자한 것도 있어서 돈은 많은데 정작 그 시기에는 소비할 곳이 그렇게 많지 않다. 애들 한참 대학가야할 시기에 돈이 없는데, 나중에 다들 사회인이 되고 나서 학비가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서, 저자는 중국이 서구 금융 시스템에 대해서, 특히 부채를 가지고 부리는 마술에 대해서 적극적인 태도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정의 재해석

추상적으로,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것 말고 금융의 관점에서, 돈의 관점에서 가족관계를 바라본다면?

학창시절 한 교수님께서 왜 근대들어서 노인을 경시하는 풍조가 심해지는지에 대한 해석으로 ‘경제력’을 지목하셨었다. 과거 노인들은 장기간 단련된 노하우와 경험으로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근래 들어서는 은퇴하고 난 이후의 사람들은 소비만 할뿐 경제력을 가지지 못하기에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했다는 이야기셨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물질이 가치척도가 되는 세상이다보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관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효에 대한, 가정에 대한 재해석이다. 사회적으로 금융 시스템이 정착되지 못해서 노후 연금을 가입할 수 없으니 대신 자녀들에게 어린시절부터 투자를 하고 나중에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세뇌 교육을 통해 노후를 보장받는 것이 효라는. 가정도 신용 대출이 없는 사회에서 담보없이 신용만으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에 가족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

좀 너무 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으면서도, 완전 틀린이야기라는 말도 못할 것 같다.

중용

과하지 않다면,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금융 시스템 정착으로 인해 자유롭게 미래의 소득을 현재로 당겨와 소비하고 미래에 발생할 위험을 위해 현재의 소비력을 일부 포기하는 것은 자본의 효율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지 않았을때 발생하는 부작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

이번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을 두고 지난 10여년간 미국인들이 앞으로 은퇴할때까지 벌어들일 수익을 모두 현재에 당겨서 써버리는 바람에 더 당겨올 수익이 없어서, 유동성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의견을 봤었던 것 같다. 그 방식대로 금융위기 해결책을 찾자면, 미국인들이 사망이후에도 얻을 수 있는 수익, 생명을 담보로한 소득까지 당겨오면 넘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봤던 것 같은데.. (혼자만의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기사, 현재의 사회 시스템 자체가 끊임없이 경쟁하고, 증가하고, 확장하지 않으면 쓰러지는터라(자전거 타기처럼..) 중용을 유지하는게 큰 도움이 될런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

책을 읽고 저자의 기본적인 생각은 잡은 것 같은데, 내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것 같아 많이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정치와 경제, 법 등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구조, 시스템에 대해서 좀더 깊이 있는 이해를 해보고 싶다. 표면적으로 들어나는 경제 시스템이나 정치판 이야기로는 매번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수없다. 마치 일이 터지고 나서야, 현상이 벌어지고 나서야 거기에 맞춰 이야기를 지어내는 이야기 오류처럼 허상을 보는 듯한 생각이 든다. 이 책도 그런 깊이 있는 이해가 있었다면 나만의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텐데, 그저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는데 급급했었던 것 같아 많은 아쉽다.

어설프게 아는 사람은 .. from 트위터

요즘 트위터 재미에 푹 빠져산다. 필요한 온갖 신문들을 다 트위터에서 팔로 해놨기 때문에 굳이 컴퓨터를 켜지 않아도, 그냥 휴대폰에서 트위터 타임라인만 쭉~ 훝어 보아도 그때 그때 나온 뉴스들을 다 체크 할 수 있다. 더불어서, 트위터가 아니었으면 만날래야 만날 수 없었던 인물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어 너무 좋은 것 같다. (아직 트위터 안하시는 분들은 고려해보시길..)

그 와중에 한 문구를 일고 몇 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맴돌았다.

“어설프게 아는 사람은 쉽게 남을 비판하고,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으며, 무언가를 이뤄본 적이 없기에 성취한 자의 삶을 짐작도 못한다. 근거없는 자만심은 사실 열등감의 어두운 뒷모습이다” @jsjeong3

#1

남을 비판한다는건 자신이 마치 신의 자리에 선듯한 그런 착각을 불러온다. 다행이 제대로 아는 사람이, 분별력 있고 판단력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서서 비판을 한다면 생산적이고 의미있는 비판이 이루어지겠지만, 어설프게 아는 사람이 그 우쭐함에 호가호위하며 내밷는 말들은 상처만 가득 안겨주는 비판이 될 뿐이다. 듣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나 서로 도움 될 것 없는데.. 문제는 어설프게 알다보니 자기가 잘 모른다는 사실 조차 잘 모른다는 것. 다행히, 내가 남을 많이 비판하고 있다면, 그런 모습을 발견한다면 내가 어설프게 알 가능성이 높다는거니깐 단속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2

해본 사람과 해보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어느 정도 사업에 성공했던 사람이 실패하더라도 남들보다 쉽게 일어서는 것처럼 보이는 건, 일단 한번 성공해봤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도 성공을 못해본 사람이라면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쳐야 겨우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성취한 사람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스토리로 접해보면 성취하는게 뭐 대단할까 싶지만, 그 갭은 천지차이다.

#3

다른 사람 이야기할 것 있겠는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보여줬던 나의 그 근거없던 자만심들이 결국은 숨겨진 열등감의 단면이었다니. 그러고 보면 주위에 가까운 사람으로 부터 똑같은 충고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열등감은 자만심으로 극복하는게 아니다. 솔직함과 겸손함으로 부딛혀야 한다. 처음엔 고통스럽겠지만, 장기적으로 열등감을 해결하는 방법이 아닐까나?


스페인, 오스트리아 여행기 – 프롤로그

여행 다녀온지 언 2 주째에 접어드는데, 이제서야 여행 보따리를 끄집어 내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늘어난 거라면 매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뱃살과 게으름 뿐인 것 같다. 한없이 게을러지고 일이 손에 안잡힐땐 일단 뭐든 시작하고 보면 어느 순간 집중해서 일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공병호 박사님 @Gongbyoungho) 이번에도 그런 ‘기적’을 기대하며, 짧았던 8박 9일의 여행기를 시작해본다.

준비

올 5월쯤이었었나보다. 결혼하고 1년에 한번은 일주일 정도 여행을 다니자고 집사람과 약속을 했었는데, 올해는 스페인을 가보고 싶단다. 나름 도시계획/건축쪽을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유독 가우디의 나라 스페인은 못가봤다며 이번엔 꼭 가고 싶단다. 나야 뭐, 열악한 환경만 아니면 어디든 좋으니 냉큼 올 여름 휴가는 유럽으로 결정해버렸다.

3개월 정도를 남긴 시점이라 제법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만만하게 비행기표를 알아봤는데, 이거 왠걸.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전국민이 해외로 휴가를 가는건지, 비행기편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였다. 물론, 퍼스트 클래스, 비지니스 클래스는 여유좌석이 보였다. 하지만, 그런건 있어도 있는게 아니고 보여도 보이는게 아니니 패스. 여러가지 노선을 두고 고민하던 끝에 가격이 좀 저렴하기도 하고, 하루 스탑오버 하면서 여행하기도 좋아보이는 오스트리아 항공을 공략하기로 했다. 이리저리 구해봐도 빈좌석은 안나오고, 좀 기다릴 여유가 되었던터라 ‘예약 대기’를 해뒀는데 다행히 티켓 발매 시한 하루를 앞두고 좌석이 생겼다. (여담으로 내가 비행기를 타려고 해도 좌석이 없다면, 이런때 항공사, 여행 관련 주식들을 들쳐봐야 한다. 생활속에서 찾는 투자의 지혜~!)

일단 비행기 티켓이 확보가 되니 다음부터는 일사천리. 묵는 숙소는 현지 정보 습득 및 든든한 아침을 위해 민박집을 주 거처로 정하고 이동할때 하루 묵는 숙소는 교통이 편리한 호텔을 활용했다. 해서, 바르셀로나에서 4박은 민박집에서, 빌바오에서는 호텔,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유스호스텔(움막?)에서 묵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들 숙소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 싶은데.. 기회가 있으려나..

여행의 목적은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건축물과 빌바오의 구겐하임, 그리고 비엔나에서의 하루였다. (비포선라이즈를 감명깊게 봤던 탓에 비엔나에서의 별 특별한 계획없이 이리저리 다녀보고 싶었었다.) 해서, 한국에서 미리 가우디 투어는 예약을 해서 갔고, 하루 정도 시간을 빼서 바르셀로나 시에서 운영하는 근교 관광을 예약했다.

그리고 약 4권의 스페인 관광 책자를 읽어 봤는데, 결론은 오기사님이 쓰신 그림책이 짱~! 이었다는. 아무리 좋은 관광 책자를 읽어보고 가도 역시 현지에서 부딛히면 모든게 낯설고 어색하다. 나열식으로 정리된 책자를 보기보다 현지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그런 책들이 더 나았던 듯.



<까사밀라, 가우디>

인천공항

여행 전체를 두고 가장 즐거울때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난 망설임없이 출국장을 통과하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그 시간, 인천공항 터미널에 머무는 그 순간이라고 대답할테다. 오랫동안 기다리던 여행을 떠난다는 그 설레임, 즐거움, 행복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그런 즐거움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집에서 2시간 반 전에 출발을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2시간을 앞두고 집을 나섰다. 가는내내 비행기 놓칠까봐 걱정을 하면서, 또 공항에서 뛰어야 하나 싶었다. 예전 홈피에 올렸던 여행기를 봤던 사람들이면 알겠지만 (있을리 없겠지만..;;) 이래뵈도 김해공항, 인천공항, LAX, 시카고 공항, 두바이 공항을 쉬지 않고 달려보았던 전력이 있었던터라 왠지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도착했더니 보딩패스 발급받는 줄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기다렸다가는 보딩패스 발급 마감시간 넘길 것 같았는데, 자기만 믿으라던 와이프가 문제 해결에 나섰다. 직원에서 사정을 설명하고 도와달랬더니,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20분.

통상 빨라야 30~40분, 넉넉잡고 1시간을 걸려야 들어설 수 있었던 출입국 심사대를 불과 20분만에 통과해서 인천공항 면세점에 들어서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호라,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역시, 마누라 잘만나는게 인생에서 보통 중요한게 아닌거다. 선물하려고 샀던 면세품들을 찾아들고 비행기 탑승장을 찾았다. 그리고, 북경으로 가는 비행길에 올랐다.

드디어, 스페인을 거쳐 오스트리아를 돌아오는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 To be contiune

바르셀로나 가는 길 – 여기는 베이징

아침부터 난리도 아니었다. 집에서 인천공항까지 2시간은 족히 걸리는데 비행기출발 3시간을 남기고 집을 나섰다. 계속 지하철 놓치고.. 겨우 탑승 한시감도 남지않은 시점에 도착했더니 사람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 그나마 와이프의 위기대처 능력으로 20분만에 면세점 물건까지 찾을 수 있었다.

지금은 베이징. 비엔나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무선 인터넷을 즐기고있다. 여권으로 무료 인터넷이가능하다니 훌륭하다. 자. 이젠 비엔나로 고고씽~

역시 중국. 트위터는 안된다. ㅠㅠ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by 오영욱(2010.08)


푹푹찌는 무더위로 숨이 턱턱 막혀왔었는데, 그나마 소박하게 내리는 비덕에 조금은 시원해진 듯 하다. 아마, 스페인 가면 날씨가 이렇겠지? ^_^

스페인 바르셀로나

부쩍 주변에서 스페인을, 그것도 바르셀로나로 출장이나 여행 다녀오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꼭 그래서는 아닌데, 오래전부터 와이프가 너무 가고 싶어하던 스페인을, 결혼 1주년 기념 첫 여행지로 정했다. 그래도 도시건축 전공했다는데, 가우디 건축물을 눈으로 구경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기왕 가는김에 덤으로 빌바오의 구겐하임도 보고오고…

스페인 여행이 결정난 뒤, 계속 이런 저런 일로 정신이 없어 여행 준비를 미뤄왔었다. 하지만 이제 한달도 안남은 시점이라 더 미룰 수 없어,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챙기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여행지에 대한 사전 학습? 이해다.

어릴때 세계 여행 할때는 그냥 한걸음에 달려가서 직접 보고 듣고 부딛히면서 여행을 즐겼지만, 언젠가부터 미리 그 지역의 역사나 문화, 삶을 이해하고 가면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철이 늦게 들었나보다. 서른이 다되서야 이런 생각을 하고.. ㅡㅡa)  그래서, 가기 전에 구겐하임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찾아보고, 가우디의 삶에 대한 정보라든지 스페인 역사도 찾아 보려고 하는 중이다. 그 와중에, 스페인 바르셀러나 여행 수기(?) 하나를 빌려왔다. 가우디가 지었다는 까사밀라 일러스트게 표지에 그려져있는게, 그림책 같은 느낌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기사

쉽고 재미있었지만, 그렇다고 가볍기만 한 책은 아니었다. 누구나 꿈꿔왔던, 어느날 회사에 사표를 집어던지고 내가 꿈꾸던 삶을 위해 미지의 세계로 떠나갔던, 한 인물의 방랑기. 역시 여행으로 그냥 찍고만 오는 그런 여행수기와는 달랐다. 1년 넘게 현지에서 말도 제대로 안통하면서 살았던 경험을 짧은 글과 함께 인상적인 일러스트로 담아낸 걸작이다.

건축을 하면 인문학에도 능해야하나? 아니면 원래 글쓰는 센스가 탁월했을까? 모방해서 배워보고 싶을만큼 시크한 필체가 재밌었다. 두리번 거리는 한국 배낭여행자에게, 질문만 하면 스페인의 맛집이나 명소를 소개해줄 생각이었는데 맥도날드를 물어보는 바람에 김빠져 대충 가르쳐 주고 말았다는 내용이나, 스페인어를 못해서 여자들의 방향 감각 없음을 ‘뇌’ 없는 것 아니냐는 그런 겁없는 발언을 했던 경험이라든지, 도둑 많기로 유명한 바르셀로나에서 여행객인줄 알고 길모르는 외국인과 경찰로 위장(?)해 접근했던 현지 도둑들을 어눌한 스페인어로 퇴치(?)하는 것 등 여행을 위한 안내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간접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자유인

어디론가 떠날때면, 여기를 갔다가 안돌아오면 어쩔까? 또는 갔다 오면 삶에 큰 변화가 생길까? 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이번 스페인 여행은 가벼운 휴가로만 생각하려 했었는데, 이 책 덕분에 자유인 근성이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벌써부터 회사 일보다는 스페인에서 벌어질 일들이 머리속에서 시뮬레이션 되기 시작하고, 괜시리 엉덩이에 좀이 쑤신다. (우리 부모님이 즐겨하시는 표현이다. 경상도 사투린가?)

그렇게 1년을 넘게 바르셀로나에 살아보고 현지 학교에 입학해 졸업장을 따고 이제는 스페인 한 회사와 합작으로 한국에 사무실까지 열어 사업가로 활동중인 오기사님이 은근슬쩍 부러워진다. 2008년쯤에 대박 성과급을 받을 수 있었을 건설회사 해외 파트를 과감히 뛰쳐나와, 적지않은 나이에 바르셀로나에서 백수가 되기를 마지않았던 결단? 용기가 부럽다.

P.S. 저자의 블로그에 들르면, 소소한 일상을 담은 그림일기(?)를 볼 수 있다. 웹툰 작가이기도 하셨던가???
http://blog.naver.com/nifilwag

위험한 경영학 by 매튜 스튜어트 (2010.07)







위험한 경영학8점
매튜 스튜어트 지음, 이원재.이현숙 옮김/청림출판

위험한 경영학이라, 그보다는 Management Myth 라는 영어 원제목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우리가 알고 있던게 사실이 아니라는 스토리는 언제봐도 재미있고 사람을 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남이 잘되는걸 그냥 보면 배가 아파서 그럴까? 뭔가 음모가 있다거나 조작이 있어서 그랬다는게, 설사 사실이지 않을지라도 받아들이기 더 편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제목처럼, 그 대상을 경영학으로 잡았다.

2가지 스토리

책은 크게 2 가지 스토리가 이어진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와 테일러, 메이오, 피터드러커, 톰피터스, 짐 콜린스 같은 경영학 관련 인물들의 이야기를 엇갈리게 해놨다. 나름 극적인 효과를 노린 배열이지 않나 싶다.

#1 철학자, 경영 컨설턴트가 되다

철학을 전공하던 사람이, 자신의 본래 가야할 길을 가기전, 세상을 경험해보기 위해 이름도 생소하던 경영 컨설턴트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기대 이상의 월급과 생활을 누리긴 했지만, 원래 철학을 전공했던 탓에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듯 하다. 자신이 받는 대가에 비해 고객에게 해주는건 없다는, 마치 자신이 사기꾼 같이 느껴져 업계를 잠시 떠났다가 주머니 사정으로 다시 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컨설팅 회사라는게, 상위의 파트너들을 위해 펠로들이 일하는 방식이라 막상 파트너에 올라갈 길이 요원해진 시니어 컨설턴트들이 따로 회사를 만들곤 한단다. 마침 저자 주위에 새롭게 컨설팅 회사를 시작하는 무리가 있었단다. 처음에는 순수하게 좀더 민주적이고 정직한 컨설팅 회사가 생기려나보다 싶어 저자도 동참을 했었는데, 막상 몇 년 일하고 보니 자기들이 파트너 해먹고 싶어서 회사를 만든 사람들이라는 걸 알고 힘겨운 소송 끝에 아름답게도(?) 회사가 벼랑끝에 떨어지기 직전에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2 대중을 위한 경영대가들

테일러부터 시작이었다. 효율적 경영을 주장했던 테일러의 유명했던 철강제품 옮기기 실험을 조작이었단다.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인간중심 경영으로 파업이나 기타 산업현장의 동요를 피할 수 있다던 메이오의 주장 또한 실험 결과를 조작했단다. 이후 등장한 수많은 경영 대가라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대중의 인기를 얻기위해 그럴싸한 이야기를 했던 ‘인기인’이었다는 것.

모순

모순이라고 하는게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는데, 책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그리고 내용 전반에 대해서 계속된 의문이 정작 이 책의 저자는 사람들의 인기를 얻기위해 지나치게 비판적인 자세로 책을 쓴게 아닌가 싶었다. 책 마지막 부분에 아주 짧게 경영 이론, 주장들에 대한 자신의 짧은 소견이 적혀있었다.

“… 엘턴 메이오도 마찬가지이다. 그가 약속한 조직 과학은 사기이다. 그러나 경영에서 사람이 제일 중요하고 신뢰가 협동의 기반이라는 그의 주장은 너무나 옳다. 전략 이론가와 경영학의 대가들도 대체로 마찬가지이다 …”

좀 혼란스럽다. 메이오의 주장이 옳기는 한데, 그의 조직 과학은 사기였다는 건가? 다른 전락가나 경영학 대가들도 그들이 핵심적으로 주장했던 이야기는 너무나 옳은 이야기지만, 그들의 ‘과학적’ 이론은 사기였다는건가?

통찰력

저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경영 대가들의 통찰력은 인정하지만 그걸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던 시도는 바보같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소설처럼 테일러나 메이오의 실험 상황을 설명해주는 걸 보면, 정말 그들이 사기를 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테일러의 아이디어처럼 과학적인 관리를 통해 보다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건 이후 수많은 기업/산업 속에서 얼핏 얼핏 보여지지 않았던가?

특정 경영 기법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 그런 만병통치약 같은 경영 이론이라면 비판을 받아 마땅하지만 큰 그림 속에서 통찰력을 제공하던 그 수많은 대가들의 생각을 너무 값싼 것들로 매도하는건 독자 입장에서 좀 불편했다.

감정적 접근

저자가 경영 대가들에 대해 더한 적개심을 가지게 된건 유수 컨설팅 업체들의 잘못된 접근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사실, 컨설팅이라는게 엄청난 비용대비 효용을 가져다 주는건 사실이다. 단지, 그게 겉으로 보여지는 아름답고도 화려한 결과가 아니라 전혀 다른 결과이자 효용이라는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한참 여행을 다니던 시절, 터키에서 한 중견 기업 CFO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아시는 분과 이웃사촌으로 그냥 80년대 우리나라 옆집 마실가듯 놀러가는 틈에 끼여서 갔다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그때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 정말 비싼 돈을 주고 그닥 필요없는 맥킨지 컨설팅을 받았는데, 왜 필요없는걸 아시면서 컨설팅을 받으셨냐고 되물었더니, 그 컨설팅 결과 보고서가 있으면 자금 차입할때 신용 등급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서 전체 컨설팅 경비보다 더 많은 비용 절감이 가능한 탓에 컨설팅을 받으셨단다.

그랬다. 전략 컨설팅을 받았지만 실상을 컨설팅의 진짜 효용은 외부 신임도를 높이는데서 찾을 수도 있는거다. 아니면 경영진이 가진 의도를 객관화 시켜서 기업에 이식시키려 할때, 컨설팅을 활용할 수 있다. 거창하게 표현된 회사의 전략을 정말 이들 전문가 집단을 통해서 세워보겠다는게 아니라 그건 표면적인 이유가 실질적으로 다른 목적에서 활용하는 경우가 더 많지 싶다.

그런 곳에서, 철학을 전공했던 저자는 자신이 행하는 경영 컨설팅의 본질적인 목적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보면서 많이 실망을 했던 것 같다. 거기다, 정말 고객에게 도움이 되고 컨설턴트들에게 정직한 모범적 회사를 만들겠다고 모였던 독립군들이 알고 봤더니, 더한 독재를 꿈꾸던 사람들임을 알고 더 큰 충격을 받았지 않았을까? 그게 이 책 전반에 녹아들어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표출된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덕분에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알던 경영학에 대해서, 경영 대가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톰 피터스나 게리 하멜 등 일부 경영 대가들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아이디어에 대해서 도움을 받긴 했지만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필자 역시 물음표인게 많았었다. 단순히 대가, 전문가라는 이유만으로 무턱대고 믿고 보는건 위험하다는 것과 한 쪽으로 생각이 쏠리지 않게 옳고 그름, 찬성과 반대에 대해 좀더 균형있게 생각을 해야겠다는 각오도 다져본다.

경영학도라면 당연히 읽어봐야 할 책이고, 경영 대가들에 푹 빠져 사는 사람들도 읽어보라고 권한다. 읽고 기존에 알던 경영 대가들에 대해서, 경영 이론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P.S. 문득, 책에서 경영 컨설턴트들이 한 달 정도만에 각 분야의 전문가로 둔갑한다는 내용을 보면서 ‘4 시간(4시간 by 티모시 페리스 (2008.05))’의 저자 티모시가 떠올랐다. 그 책 속에 보면 컨설팅 회사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어떻게 하면 최단시간에 한 분야의 전문가(?)로 이름을 날릴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이 담겨져 있다. 장인(匠人)이 되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리지만, 전문가가 되는데는 3개월이면 충분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