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오스트리아 여행기 – 프롤로그

By | 2010년 9월 13일

여행 다녀온지 언 2 주째에 접어드는데, 이제서야 여행 보따리를 끄집어 내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늘어난 거라면 매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뱃살과 게으름 뿐인 것 같다. 한없이 게을러지고 일이 손에 안잡힐땐 일단 뭐든 시작하고 보면 어느 순간 집중해서 일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공병호 박사님 @Gongbyoungho) 이번에도 그런 ‘기적’을 기대하며, 짧았던 8박 9일의 여행기를 시작해본다.

준비

올 5월쯤이었었나보다. 결혼하고 1년에 한번은 일주일 정도 여행을 다니자고 집사람과 약속을 했었는데, 올해는 스페인을 가보고 싶단다. 나름 도시계획/건축쪽을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유독 가우디의 나라 스페인은 못가봤다며 이번엔 꼭 가고 싶단다. 나야 뭐, 열악한 환경만 아니면 어디든 좋으니 냉큼 올 여름 휴가는 유럽으로 결정해버렸다.

3개월 정도를 남긴 시점이라 제법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만만하게 비행기표를 알아봤는데, 이거 왠걸.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전국민이 해외로 휴가를 가는건지, 비행기편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였다. 물론, 퍼스트 클래스, 비지니스 클래스는 여유좌석이 보였다. 하지만, 그런건 있어도 있는게 아니고 보여도 보이는게 아니니 패스. 여러가지 노선을 두고 고민하던 끝에 가격이 좀 저렴하기도 하고, 하루 스탑오버 하면서 여행하기도 좋아보이는 오스트리아 항공을 공략하기로 했다. 이리저리 구해봐도 빈좌석은 안나오고, 좀 기다릴 여유가 되었던터라 ‘예약 대기’를 해뒀는데 다행히 티켓 발매 시한 하루를 앞두고 좌석이 생겼다. (여담으로 내가 비행기를 타려고 해도 좌석이 없다면, 이런때 항공사, 여행 관련 주식들을 들쳐봐야 한다. 생활속에서 찾는 투자의 지혜~!)

일단 비행기 티켓이 확보가 되니 다음부터는 일사천리. 묵는 숙소는 현지 정보 습득 및 든든한 아침을 위해 민박집을 주 거처로 정하고 이동할때 하루 묵는 숙소는 교통이 편리한 호텔을 활용했다. 해서, 바르셀로나에서 4박은 민박집에서, 빌바오에서는 호텔,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유스호스텔(움막?)에서 묵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들 숙소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 싶은데.. 기회가 있으려나..

여행의 목적은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건축물과 빌바오의 구겐하임, 그리고 비엔나에서의 하루였다. (비포선라이즈를 감명깊게 봤던 탓에 비엔나에서의 별 특별한 계획없이 이리저리 다녀보고 싶었었다.) 해서, 한국에서 미리 가우디 투어는 예약을 해서 갔고, 하루 정도 시간을 빼서 바르셀로나 시에서 운영하는 근교 관광을 예약했다.

그리고 약 4권의 스페인 관광 책자를 읽어 봤는데, 결론은 오기사님이 쓰신 그림책이 짱~! 이었다는. 아무리 좋은 관광 책자를 읽어보고 가도 역시 현지에서 부딛히면 모든게 낯설고 어색하다. 나열식으로 정리된 책자를 보기보다 현지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그런 책들이 더 나았던 듯.



<까사밀라, 가우디>

인천공항

여행 전체를 두고 가장 즐거울때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난 망설임없이 출국장을 통과하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그 시간, 인천공항 터미널에 머무는 그 순간이라고 대답할테다. 오랫동안 기다리던 여행을 떠난다는 그 설레임, 즐거움, 행복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그런 즐거움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집에서 2시간 반 전에 출발을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2시간을 앞두고 집을 나섰다. 가는내내 비행기 놓칠까봐 걱정을 하면서, 또 공항에서 뛰어야 하나 싶었다. 예전 홈피에 올렸던 여행기를 봤던 사람들이면 알겠지만 (있을리 없겠지만..;;) 이래뵈도 김해공항, 인천공항, LAX, 시카고 공항, 두바이 공항을 쉬지 않고 달려보았던 전력이 있었던터라 왠지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도착했더니 보딩패스 발급받는 줄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기다렸다가는 보딩패스 발급 마감시간 넘길 것 같았는데, 자기만 믿으라던 와이프가 문제 해결에 나섰다. 직원에서 사정을 설명하고 도와달랬더니,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20분.

통상 빨라야 30~40분, 넉넉잡고 1시간을 걸려야 들어설 수 있었던 출입국 심사대를 불과 20분만에 통과해서 인천공항 면세점에 들어서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호라,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역시, 마누라 잘만나는게 인생에서 보통 중요한게 아닌거다. 선물하려고 샀던 면세품들을 찾아들고 비행기 탑승장을 찾았다. 그리고, 북경으로 가는 비행길에 올랐다.

드디어, 스페인을 거쳐 오스트리아를 돌아오는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 To be conti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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