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웨이 by 이기문(2021.08)

By | 2022년 3월 7일

크래프톤 웨이
이기문 저
예스24 | 애드온2

먼저 이 책을 읽었던 지인이 읽는 내내 괴로웠다 그러더니 그럴만했다.

일반적으로 소위 대박을 치면서 급성장한 회사에 관한 책들을 보면 영웅담이 가득하다. 시작부터 탁월한 안목과 판단으로 사업을 시작해서, 중간 중간 위험에 처하긴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주인공(?)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서 보다 큰 성공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은 뭐지?? 책 출간 시점이 기업 공개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가 걸어온 길을 너무 적날하게 기록했다. 그러잖아도 공모가 비싸다고 금감원에서 증권신고서 정정하라 그랬는데, 그 시점에 이 책이 출간되다니 주주들 뒷목잡을…

내용이 어떻냐면,,

업계 고수들이 풍운의 꿈(?)을 안고 새로운 회사를 창업하는 걸로 시작된다. 거대 기업이 되어버린 엔씨소프트에서의 게임 개발이 더이상 즐겁지 않았던 개발자들이, 자신들이 주축이 되어 모든 개발자들이 꿈꾸는 게임 회사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기획했던 게임이 계속 암초에 부딛히면서 사세가 기울어 가고, 처음에는 개발자들에게 전권을 맡겼던 투자자들이 결국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서 어느 새 처음에 꿈꿨던 개발자들이 중심이 되는 회사는 온데간데 없고, 생존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다.

그 와중에, 회사가 확장을 위해 인수했던 모바일 게임회사 인력들이 자기들 게임은 말아먹고, 뭐할까 고민하다가 총 쏘는 게임을 만들었다. 회사 내/외부 반응은 그닥. 그래도 우여곡절끝에 출시했는데, 이게 왠걸? 온라인 게임도 아니고 패키지 게임에, 국내도 아니고 해외에서 베타 수준으로 출시했는데 이게 초대박이 나버렸다…

적고보면 뭐 그게 왜? 라고 하겠지만, 온갖 삽질과 우여곡절 겪는 내용이 전체 90% 가 넘는다. 500페이지 넘는 분량에서 마지막 몇 장을 제외하고는 죄다 실패한 이야기만 가득이다. 웹소설, 웹툰을 보는데, 시작부터 고구마를 먹기 시작해서 결말이 다가오는데도 고구마가 해결이 안되고 계속된다는. 결말을 알고 있기에 끝까지 읽었지 만약 연재 중인 작품(?)이었으면 중도하차할 뻔 했다.

왜 굳이 이렇게까지 회사의 흑역사를 책으로 출간하려 했을까? 회사 오너 영향인가?

회사 설립의 주축은 개발자들이었지만, 회사가 힘들어지면서 투자자로 들어왔던 장병규 의장이 회사 경영에까지 뛰어들게 되었다. 이전에 ‘네오위즈’, ‘첫눈’ 같은 회사들의 설립을 돕거나 창업을 했었고 경영에 관여하긴 했으나, 이런 대규모 게임 개발 회사는 처음이다보니 온갖 실수를 다 겪었다. 고생도 많이 했었고.

결국은 해피엔딩이었으나, 이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을 남들에게도 전달하고 스스로에게도 잊지 않을려고 했던걸까?

사실, 크래프톤을 제외한 정병규 의장의 커리어는 성공 신화 그 자체였다. ‘네오위즈’를 공동 창업하고 기반을 잡기까지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결국 성공했다. ‘네오위즈’를 나와서 창업한 ‘첫눈’은 네이버가 독주하던 국내 검색엔진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며 관심을 집중시켰고, 네이버에 매각하면서 금전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그 이후가 더 드라마틱하다. 이후 사업을 하기보다 창업 경험을 살려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라는 벤처캐피탈사를 설립했는데, 약 23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다. 그 중에는 역대급 수익률을 기록한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 초기 3억원 투자했고 나중에 2,990억원에 지분 매각. 1천배? 수익률)’을 비롯해 스푼라디오, 뷰노, 버킷플레이스(오늘의 집), 브레이브모바일(숨고) 등 국내 유명한 스타트업들이 있다.

여기에 ‘크래프톤’이 끼어들었다. 결과적으로야 대박이 났지만(2022년 3월 4일 현재, 장병규 의장 지분율 14.47%, 대략 2조원 가치) 게임 출시가 지연되면서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 개인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했었다. 금전적으로도 큰 부담이었을테고, 경영자로써도 장기간 성과를 내지못했던 측면에서 마음에 큰 짐이었을텐데, 생각지 않던 곳에서 생각지 않았던 제품으로 기사회생했던 케이스라 장병규 의장 입장에서는 결과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그 마음이 그대로 투영된게 이 책 내용이 아닌가 싶은.

상장이후, 최근 복잡해진 거시 환경과 회사의 장기 성장에 대해 걱정들이 늘어나면서 기업 가치가 계속 하락하는 중이긴 한데,,,, 이런 책을 쓴거 보면 마냥 성공신화에 사로잡혀 있는 회사는 아닌거 같고. 과연 이렇게 까지 신랄하게 자아비판을 한 회사가 어둡게만 보이는 어떻게 미래를 풀어갈지 한 번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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