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전략 by 천즈우 (2010.09)

By | 2010년 9월 29일







자본의 전략8점
천즈우 지음, 조경희.한수희 옮김/에쎄


화폐전쟁에 대비되는 책이란다. 중국 사람들에게 또 다른 관점에서 자본주의 금융시장에 대해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책이라는 이야기도 얼핏 들었던 것 같다. (아니면 말고.. ㅡㅡa) 그래서인지.. 두께가 살인적이다. 가급적 이런 두꺼운 책은 안 읽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책 두께 때문에 그냥 넘길수는 없어서 .. 8월 스페인 여행에 이 책을 동반자로 삼았다. (신혼 여행때는 스노우볼, 이번엔 자본의 전략.. 두툼한 책 두께 덕분에 마눌님 눈치 보느라 혼났다. ㅠㅠ)

부채의 미학

의외로 두께에 비해 일관성있게 한 가지 이야기만을 해준 덕분에 책의 중심 생각에 도달하기 쉬웠다. 이 책은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된 사회라면, 신용이나 다양한 금융 계약을 통해 자유롭게 부채를 끌어쓸 수 있고, 이 덕분에 사람들이 겪게 되는 소득과 소비의 불균형을 효율적으로 해소해 줄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쉽게 웅진 코웨이를 떠올려 보면 된다. 만약 웅진 코웨이가 정수기를 한달에 몇 만원만 내고 빌려 쓸 수 있는 서비스를 고안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에 지금처럼 정수기가 많이 보급될 수 있었을까? 한번에 100만원이면 100만원을 지불하고 내 집에 정수기를 사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웅진 코웨이가 리스금융 방식으로 정수기 가격을 빌려주기 장기 분할 납부할 수 있게 해준 덕분에 사람들은 부담없이 정수기를 쓸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집도 그렇고 자동차도 그렇고 한참 필요한 시기에는 쓸 돈이 적다. 대신 나중에 은퇴할 무렵이 되면 저축한 것도 있고 투자한 것도 있어서 돈은 많은데 정작 그 시기에는 소비할 곳이 그렇게 많지 않다. 애들 한참 대학가야할 시기에 돈이 없는데, 나중에 다들 사회인이 되고 나서 학비가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서, 저자는 중국이 서구 금융 시스템에 대해서, 특히 부채를 가지고 부리는 마술에 대해서 적극적인 태도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정의 재해석

추상적으로,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것 말고 금융의 관점에서, 돈의 관점에서 가족관계를 바라본다면?

학창시절 한 교수님께서 왜 근대들어서 노인을 경시하는 풍조가 심해지는지에 대한 해석으로 ‘경제력’을 지목하셨었다. 과거 노인들은 장기간 단련된 노하우와 경험으로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근래 들어서는 은퇴하고 난 이후의 사람들은 소비만 할뿐 경제력을 가지지 못하기에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했다는 이야기셨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물질이 가치척도가 되는 세상이다보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관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효에 대한, 가정에 대한 재해석이다. 사회적으로 금융 시스템이 정착되지 못해서 노후 연금을 가입할 수 없으니 대신 자녀들에게 어린시절부터 투자를 하고 나중에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세뇌 교육을 통해 노후를 보장받는 것이 효라는. 가정도 신용 대출이 없는 사회에서 담보없이 신용만으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에 가족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

좀 너무 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으면서도, 완전 틀린이야기라는 말도 못할 것 같다.

중용

과하지 않다면,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금융 시스템 정착으로 인해 자유롭게 미래의 소득을 현재로 당겨와 소비하고 미래에 발생할 위험을 위해 현재의 소비력을 일부 포기하는 것은 자본의 효율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지 않았을때 발생하는 부작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

이번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을 두고 지난 10여년간 미국인들이 앞으로 은퇴할때까지 벌어들일 수익을 모두 현재에 당겨서 써버리는 바람에 더 당겨올 수익이 없어서, 유동성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의견을 봤었던 것 같다. 그 방식대로 금융위기 해결책을 찾자면, 미국인들이 사망이후에도 얻을 수 있는 수익, 생명을 담보로한 소득까지 당겨오면 넘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봤던 것 같은데.. (혼자만의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기사, 현재의 사회 시스템 자체가 끊임없이 경쟁하고, 증가하고, 확장하지 않으면 쓰러지는터라(자전거 타기처럼..) 중용을 유지하는게 큰 도움이 될런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

책을 읽고 저자의 기본적인 생각은 잡은 것 같은데, 내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것 같아 많이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정치와 경제, 법 등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구조, 시스템에 대해서 좀더 깊이 있는 이해를 해보고 싶다. 표면적으로 들어나는 경제 시스템이나 정치판 이야기로는 매번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수없다. 마치 일이 터지고 나서야, 현상이 벌어지고 나서야 거기에 맞춰 이야기를 지어내는 이야기 오류처럼 허상을 보는 듯한 생각이 든다. 이 책도 그런 깊이 있는 이해가 있었다면 나만의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텐데, 그저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는데 급급했었던 것 같아 많은 아쉽다.

2 thoughts on “자본의 전략 by 천즈우 (2010.09)

  1. 반디앤루니스

    맨님, 안녕하세요.
    일전에 인사드렸던,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현선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날씨가 제법 쌀쌀한 가을이지만, 책 읽기에는 좋은 날인 것 같기도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맨님의 리뷰가 9월 5주 <반디 & View 어워드> 에 선정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어워드 관련 적립금은 일전에 보내주셨던 반디앤루니스 아이디로 일주일 내에 지급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담당자 메일(anejsgkrp@bandinlunis.com)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좋은 책과 함께 하는 풍성한 가을되시길 바랍니다!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김현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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