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스 VS 슘페터 by 요시카와 히로시(2011.03)







케인스 vs 슘페터8점
요시카와 히로시 지음, 신현호 옮김/새로운제안

책 내용이 어려웠던걸까? 아니면 읽는 사람의 기초지식이 부족했던 탓일까? 책을 다 읽을때쯤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느낌이란..

20세기 경제학의 거장 – 케인스, 슘페터

대공항때 그의 능력이 입증되었던 케인스. 다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그의 이론들이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막대한 재정지출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나려 발부둥치던 모습은 케인스가 이야기하던 ‘Wise Spending’의 결정판이지 않았을까? 슘페터는 또 어떤가? 창조적 파괴라는 말이 더 유명하겠지만, 자본주의의 발전에서 ‘혁신’의 중요성을 열정적으로 설파했던 인물이다. 특히, 경제학을 넘어서 자본주의에 대한 이론은 그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케인스 VS 슘페터

객관적인 시각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끌어갈 것 같았는데, 이 책에서는 케인스를 보다 비중있게 다룬다. 아니 정확히는 케인스에 우호적인 시각을, 슘페터에게는 조금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케인스의 재정직출 정책에 대해서, 무작정 지출을 하라는게 아니라 ‘Wise Spending’을 해야 한다는 변론(?)을 하기도 하고, 슘페터의 책에 대해서는 용두사미라고 소개하기도 하고, 슘페터가 케인스에 눌려살았다는 듯한 늬앙스의 언급들을 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두 거장의 객관적 스토리를 기대했었는데, 아니 사람들에게 좀 더 알려지고, 이슈화된 슘페터가 더 궁금했었는데 그 궁금함을 채우기에는 2% 부족했다.

아는만큼 이해한다

더 문제는 이 책이나 저장의 문제가 아닌 독자의 문제였다. 그래도 나름 경제 흐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경제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풍부하지 않다보니 책을 넘기면 넘길수록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놀라운 체험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모든 경제이론이 완벽하지 못하다. 다만, 그때의 경제 상황을 반영해 최선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만큼 시대적 흐름과 경제 이론을 연계해서 살펴보다보면, 경제의 흐름이나 세상의 흐름이 균형점에서 벗어나는 시기와 그때 적절한 대안들에 대한 아이디어 얻기도 좋을테고 세상을 보는 눈도 보다 넒어질 수 있을테다.

막연히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경제사를 살펴보기가 쉽지 않다. 자칫 너무 한쪽으로 편향될 수 있다는 부담감과 ‘카더라..’ 식의 책보다는 해석되기 이전의 내용들을 접해보고 싶은데 그럴려면, 수학도 왠만큼 해야할테고 다른 공부들도 병행을 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분명 고구마 하나를 잡아당겼을 뿐인데, 줄줄이 엮여나오는 걸 보면서 난감해 하는 중이랄까?

그래도 언젠가는 해야할 일. 조만간 시간을 내서 근대 경제사라도 정리를 한번 해봐야겠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신자유주의, 케인지언들, 그리고 구조주의 경제학 등 다양한 목소리 속에서 전체를 아우리는 균형점을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나서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보면 그때는 또 다른 내용들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경제 심리학 by 댄 애리얼리(2011.03)







댄 애리얼리, 경제 심리학6점
댄 애리얼리 지음, 김원호 옮김/청림출판

행동주의 경제학이 원래 그렇지만, 경제학이라기 보다는 사회학, 심리학 서적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식밖의 경제학을 쓴 저자라는데, 전작을 읽어본적이 없어서…


사람은 비합리적이다


책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사람은 비합리적이다’라는 문장으로 요약되지 싶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이 두꺼운 책을 썼을까? 왜냐하면, ‘합리적 인간’이라는게 경제학의 기본 가정이기 때문이다. 시장경제하에서 합리적 인간이어야만 경제학이 성립을 하는데, 안타깝게도 매번 경제학의 설명과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서 왜 그럴까를 고민들 했을테다. 대답은 의외로 쉬운 곳에 있었지만, 그럴경우 경제학의 근간이 흔들리는 탓에 애써 외면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쨓든, 결론은 사람은 비합리적이고, 감성적이라 합리적 기대를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왜 그 똑똑한 경제학자들이 세상 일에 뒷북만 치는지에 대해서 이해가 되기도 한다.


경제는 감정적으로 움직인다


저자는 어린시절 심한 화상을 입었단다. 그 덕분에(?)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몇몇 상황에 대해 남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었고, 그 생각들을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 정립했다. 예를들어, 인센티브에 대해서. 인센티브는 창의적이지 않은, 효율성이 요구되는 업무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지만 창조적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심리적 압박감, 스트레스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아니면, 사람들이 의외로 일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는 실험이라든지, 자기가 만든게 남들 것 보다 우월하다거나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보다 내 아이디어가 더 뛰어다는 심리 등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결국,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의외로 그리 합리적이지 않고 상당히 감정적으로 움직인다는 이야기.


과유불급


책을 덮으면서, 좀 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2~3장까지는 흥미를 가지고 읽었다. 근래에 봤던 TED의 내용과 겹치는 것도 있고, 실제 요즘 고민하는 문제들과 겹치는 부분도 있어서 개인적인 관심에서도 그렇고 전체적인 맥락에서도 저자의 의도가 잘 담긴 사례들이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굳이 이런 사례를 넣을 필요가 있었나? 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사람들이 비합리적이라는 설명을 하는데, 이런 연애와 외모나 복수, 채팅으로의 만남에 대한 연구가 얼마나 의미를 가지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그리고, 실험에 대한 저자의 과도한 믿음이 부담스러웠다. 데이터를 얻기전에 이론을 세우지말라는 저자의 마지막 이야기를 통해, 비합리적인 사람들의 판단실수를 줄이기 위해 실험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과 비합리적인 인간이기에 객관적인 데이터를 주관적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가 오버랩됐다고나 할까?


사실 현재의 학문들이 다 그렇다. 나름 여러가지 부분에서 의미들을 가지지만 큰 그림에서 보자면, 결국 인간의 인지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사람의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모든 일은 인과관계로 설명 가능하고 인간의 머리로 이해가능하다는 가정이 결국 무리한 ‘이야기짓기 오류’를 부르게 되고, 설명되지 못할부분을 심리학과 같은 부분을 통해 적당히 덮어 넘어가는게 아닌가 싶다.

<책 목차>

프롤로그_ 무엇이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가


1부 직장에서 벌어지는 인간 행동에 관한 진실
   1장 높은 인센티브의 함정 – “거액의 보너스가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2장 일한다는 것의 의미 – “무엇이 우리에게 일하는 즐거움을 가져다줄까?”
   3장 이케아 효과 – “사람들은 왜 자기가 만든 것을 과대평가할까?”
   4장 개인주의 바이러스 – “내 아이디어가 네 아이디어보다 낫다?”
   5장 복수의 정당화 – “복수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2부 일상에서 벌어지는 인간 행동에 관한 진실
   6장 적응과 행복의 비밀 – “쉽게 익숙해지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의 결정적 차이”
   7장 연애와 외모의 상관관계 – “용기 있는 추남은 미녀를 얻을 수 있을까?”
   8장 시장이 실패할 때 – “채팅으로 만난 사이는 왜 오래 못 갈까?”
   9장 동정심의 진화 – “불행한 다수보다 불행한 한 사람에게 더 끌리는 이유”
   10장 일시적인 감정의 후유증 – “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할까?”
   11장 경제학의 재발견 – “비이성적인 세상으로부터 무엇을 배울까?”


에필로그_ 사람들이 그렇게 합리적이었다면…

경쟁력의 종결자, 시간

한 다큐멘터리에 가수 비와 그를 프로듀싱한 박진영씨가 등장한 적이 있었다. 당시 가수 비가 아시아를 넘어 미국을 넘보던 시기였는데, 그를 둔 프로듀서의 평가가 참 인상적이었다. 지금 현재 톱을 달리고 있는 비는 쉽게 따라잡히지 않을꺼라고, 왜냐면 톱의 위치에 도달했음에도 하루 20시간 가까이 시간을 투입하며 연습하는 연습벌레라고. 그러니 뒤따라 오는 사람들이 더 열심히 한다고 한들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겠냐고.

만인에 평등한 시간

보통 경쟁력은 자신이 남들보다 많은 자원 또는 우수한 자원을 투입해서 만들어내는 진입장벽이다. 무한 경쟁시대에서 감히 남들이 넘볼 수 없는 넘사벽을 만드는 것인데, 반도체 산업처럼 아예 기계 설비를 갖추는데 조 단위의 돈이 투자된다든지, 아니면 애플처럼 스티븐 잡스라는 뛰어난 인물을 통해 발현되는 것이다. 고로 난공불락의 진입장벽은 아무도 더 많이 투입할 수 없는 자원을 활용해야한다.

그런 면에서 ‘시간’이라는 자원은 경쟁력의 강도를 무한대까지 끌어올려 줄만한 자원이다.

모두 알겠지만, 시간은 만인에 평등하다. 빌 게이츠라고 하루가 25시간이지 않고, 미국 뉴욕의 거지라고 해서 하루가 23시간이지는 않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의 갑부가 전재산의 다 투자한다해도 그의 삶을 단 1분도 늘릴 수 없는, 만인에 공평하게 주어진 자원이다. 따라서, 이 자원만 잘 활용한다면 그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을 쌓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스토리

시간이 무슨 경쟁력이 되려나 싶을지 모르니, 한 가지만 예를들어 본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기술이나 제품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을 경쟁력으로 볼 수 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단순히 시간만 많이 투입하더라도 그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바로, ‘스토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옷이 있지만, 연예인이 한번 걸쳤던 옷이라면 그 가치가 달라진다.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맛으로 보자면 별 맛있는지도 모르겠고 뭐가 특별한지 모르겠지만, 100년 역사를 가진 음식점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한 번쯤은 가봐야할 곳이라는 경쟁력을 가진다. 명품들을 눈여겨 본 사람이라면 알테다. 1950년대이후로 등장한 명품 브랜드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명품이라는 것 자체가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기에, 시간이 많이 투입될 수록 더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뿐이다.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50년, 100년을 투자하겠다는 마음으로 뭔가를 지금 시작한다면 먼 훗날에는 당대에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만한 경쟁력을 갖춘 무언가가 되어있지 않을까? 아니면 지금 많은 시간을 투자해오고 있는 자산들을 눈여겨 보는 건 어떨까 싶다. ^_^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by 니콜라스 카(2011.03)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8점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청림출판

여러가지 업무가 주어졌을때, 시간을 잘게 나눠서 짬짬히 작업을 하는 것과 순서를 나눠서 한 번에 하나씩 처리하는 것, 둘 중 어떤게 더 효율적일까?

멀티태스킹

제록스사에서 설립한 팔알토 연구소는 현재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곳이다. GUI(Graphic User Interface), 마우스 같은 지금 우리가 쓰는 컴퓨팅 환경의 기초를 제공했다. 특히, 멀티 태스킹 아이디어는 메가톤급이 아닌가 싶다. 한번에 한 가지 프로그램만 실행시킬 수 있었던 환경에서 한 번에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동시에(정확하게는 동시라고 하기 그렇지만..) 실행시킬 수 있는 멀티태스킹. 덕분에 요즘 우리는 음악을 켜놓고 인터넷 뉴스를 읽으면서 중요한 내용들을 워드 프로세스로 정리하고 그 와중에 끊임없이 업데이트 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지켜보고 있다.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는 방법으로는 참 좋은 것 같은데, 이게 과연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걸까?

도구

도구는 사람들의 한계를 확장시켜주는 유용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도구를 활용하는 것으로만 인식되지만 알고보면 도구를 활용하는 순간 사람들의 능력이 확장되는 동시에 그 도구에 통제를 받게 된다. 컴퓨터, 특히 인터넷이라는 도구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알게모르게 이 도구에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 소통 측면에서 엄청난 비용 감소 효과를 가져다준건 고맙지만, 반대로 우리 뇌가 정보를 소통하는 방식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소비하게 만드는 단점이 있는 것 같다.

몰입과 산만

인터넷은 한 번에 하나에 집중하도록 우리는 내버려두지 않는다. 계속 우리의 이목을 끌기위한 것들이 난무하고, 우리 뇌는 채 한가지 정보를 정리하기도 전에 다음으로, 또 다음으로 정보를 소비하고 있다. 분명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많은 것을 한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막상 남는게 너무 없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학창 시절 공부할때는 집중력이 중요하다고 들었었는데, 인터넷 환경에서는 집중력이란 시간 낭비로 인식되는 듯 싶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시간 관리에 관한 서적들을 찾다 보면, 가장 효율적인 시간관리 방법은 우선 순위를 매겨서 중요한 일에 덩어리 시간을 주고 나머지 짜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니면,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의 책에서 나왔던 것 처럼, 딸랑 하루에 3~4시간만 집중할 수 있으면 평범한 사람이 여러개의 박사학위를 딸 수 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몰입’이 가져다 주는 힘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유명한 연구 결과들이 즐비하다. (몰입 Think Hard! by 황농문 (2008.02))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산만하기 그지없는 멀티태스킹의 삶을 살고 있다.

단기 기억, 작업 기억, 장기 기억, 그리고 스키마

이 책에서 소개한 뇌의 지식 습득 방법을 보자면, 앞으로 멀티태스킹을 지양해야할 것 같다. 우리의 기억은 단기 기억, 작업 기억(Working memory, 약간 어색한 번역 같으면서도 다른 대안은 떠오르지 않는다;;;), 장기 기억, 스키마로 구분한다. 단기 기억은 말그대로 순간의 감정, 느낌을 잠시 담았다 비우는 기억이고, 작업 기억은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옮기는 또는 장기 기억을 꺼내오는 역할을 하는 기억이고, 장기 기억은 오래가는 기억(;;;), 스키마는 장기 기억이 어떤 의미를 가진, 지식으로써 모습을 갖춘 기억이 되는 걸 뜻한다.

여기서 장기 기억의 용량은 거의 무한대고, 작업 기억이 가장 용량이 작다고 한다. 해서, 가급적 작업 기억을 잘 활용하는게 뇌에서 뭔가를 기억하거나 익히는데 유리하다는 건데, 멀티태스킹 작업은 이 작업 기억에 과도한 병목현상을 일으킨단다. 흔히 Skim 이라고 말하는 훝어보기로 정보를 보고, 또 다른 정보로 넘어간다. 단기 기억에 남은 걸 장기 기억으로 옮기기도 전에 또 다른 기억이 몰려오고, 장기 기억에서 뭔가를 꺼내보려 했는데, 또 뭔가가 들어오는 구조랄까? 그래서 이 병목현상을 해결하는데 뇌의 자원이 집중된단다. 덕분에 뭔가 많이 일은 했는데, 남는 건 없는 참 쓸쓸한 결과를 보여준다.

반면, 같은 기계지만 계산기 같은 경우는 되려 이 작업 기억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추론이나 장기 기억으로의 정리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도구라는 것. (컴퓨터가 계산기에서 시작된 탓에 아마 이 두 가지를 비교한게 아닌가 싶다. Computer의 Compute는 계산하다는 뜻.) 만약 뇌의 일을 도와주는 도구가 있다면 어떤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게 가장 효율적인 도구이고, 반대로 산만하게 만들고 과도하게 많은 것들을 의미없이 스쳐지나가게 하는건 뇌의 일을 방해하는 도구가 아닌가 싶다.



책을 덮으면서 다시 한번 몰입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다. 업무 특성상 항상 정보에 파묻혀서 사는데, 그러다 한 번씩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곤 한다. 시간이 흘러가지만 정작 머리에 정리되서 남는 것은 없다. 그저 단편적인 정보들이 입력되었다 지워지고 또 다른 정보들이 채워진다. 간간히 그 정보 중 한 두가지 이슈를 정해서 파고 들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또 다른 정보들이나 업무가쏟아지면서 그럴 여유를 빼앗아 버린다. 그럴때면, 환경을 탓하게 되는데 그럴 문제가 아닌듯 싶다. 피터 드러커 박사는 3년에 한 가지 분야를 정해서 그 분야에 매진했다고 하던데,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건데 만약 1년에 한 가지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더라면 되려 지금보다 더 많은 것들을 정리하고 익힐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유투브나 아이튠즈로 보고 싶은 영상을 그때 그때 찾아보는 것에 익숙한 세대라면, 인터넷이 태어날때부터 필수였던 세대라면 구닥다리 같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도 PC 화면으로 글을 읽는 것보다 프린트해서 읽는 것이 더 편한, 인터넷 뉴스보다 지면 신문이 더 편한 세대라면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삶의 정도 by 윤석철(2011.02)







삶의 정도10점
윤석철 지음/위즈덤하우스

한국의 피터 드러커. 생존 부등식. 이 두 용어면 저자에 대한 설명으로는 충분한 것 같다.

한국의 피터 드러커

피터 드러커 박사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폭넓은 관심과 해박한 지식에 놀라게 된다. 그의 자서전을 들춰보면 충분히 숭긍이 가는 부분이기는 하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제법 뼈대있는 집안 출신으로, 어린 시절 법, 철학, 역사는 다양한 학문을 섭렵했다. 아버지가 오스트리아 고위 관료셨고, 어머니는 프로이드의 제자셨다는. 그런 주변 인물들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다양한 학문이 섞이고 세계 2차대전이 펼쳐지던 유럽 한복판에서, 세계 초강대국으로 성장하던 미국의 한복판에서 겪었던 경험들이 녹아 우리가 보는 이런 작품들이 만들어진게 아닌가 싶다.

윤 교수님도 결과물을 놓고 보면 비슷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어보면, 경영학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자연과학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은게 아닌가 싶다. 물론 중국 고전이나 인문학적인 부분은 당연히 포함된거고. 그런 이야기들이 하나로 어어우러지면서 삶을 총체적으로 내려다보는 듯한 책을 쓰셨는데, 피터 드러커 필이 난다.

생존 부등식

경영학에 관심이 있었다면 한번쯤 들어봤을테다. 윤 교수님이 만드신 ‘생존 부등식’은 단순하지만, 많은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게하는 대단한 작품이다.

V(가치) > P(가격) > C(원가)

제품 가격은 생산 원가보다 높아야 하고, 제품의 가치는 제품의 가격보다 높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것이 생존 부등식이다. 너무 당연하고도 간단한 원리지만, 의외로 많은 기업들이,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애플의 아이폰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아이폰의 가격은 약 $600, 제조원가는 약 $180, 가치는?? 활용하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적어도 아이폰의 가격을 훨씬 뛰어넘는건 사실이다.

이 부등식을 보면서 떠올린 한 가지 생각은, V > P 관계에서 보통 기업들은 가치만큼 가격을 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런 기업들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가격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또는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만큼 최대 이익을 올리는 것이 되려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 책 속에 등장한 ‘이익 최대화 목적 함수에 대한 비판’ 대한 부분을 보면서 이 생존 부등식을 보면 끄덕일 수 있는 부분이다.

목적함수와 수단매체

윤 교수님을 소개하는데 두 용어가 필요했다면, 이 책을 소개하는데는 목적함수와 수단매체라는 두 용어가 필요하다. 이름에서 유추 가능하듯이, 목적함수는 어디를 갈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고, 수단매체는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인간의 능력은 유한하다는, 즉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대신 다른 도구나 방법들을 통해 인간의 능력 한계를 좀더 넓히는 것이 수단매체다. 간단하게는 도구부터, 언어, 정신적인 도구로는 상상력 등이 거론된다. 미국에 가면 거지도 유창하게 영어를 말한다. 아무리 탁월한 도구가 있더라도 명확하고도 가치있는 목적을 가지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러니 제대로 된 목적함수를 가지고, 적절한 수단매체를 활용하돼, 생존부등식을 유념해 한 쪽으로 과도하게 쏠리지 않고 중도를 지키면서 서로 가치를 주고받는 삶을 사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삶의 정도’가 아닐까?



책을 읽는 동안, 그리고 책을 덮으면서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사람이 자신이 가진 한계를 인지하는 것이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데 더없이 중요하다는 생각과, 노자의 ‘허’라는 개념, 단기적으로는 최적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최적을 훼손하는 경우도 그렇고, 나력이라고 직장인이 자기가 다니는 회사 이름 가리고 직책/직급 가리고 자신의 이름만으로, 순수하게 자신이 가진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해보게 된다.

목차를 펼쳐놓고 보면 대략 어떤 흐름으로 이야기가 진행될지 감을 잡을 수 있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 어느새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테다. 부디, 책을 읽기 전에 주변에 메모지 잔득 가져다 놓고 생각날때마다 하나씩 적어놓는다면 보다 알찬 독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강추!

질문력 by 마사히꼬 쇼지 (2011.01)







질문력 8점
마사히코 쇼지 지음, 황선종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젊은 시절에는 모르는게 너무 많아서 책을 보지 않으면 알 수 있는게 없었지만, 사회 생활을 하다보니 ‘짠밥’이라는게 있다는걸 느끼게 된다. 적당히, 눈치껏 피해갈 수 있는 개구멍이 많다고 해야하나? 굳이 새로운 것, 또는 잘 모르는 걸 더 잘 알아야겠다는 열정이 식어버리곤 한다. 그래도 별탈없이, 세월 흐르는데로 몸 맡겨 사는데는 지장이 없다. 어느 정도까지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비어가는 머리의 가벼움이 느껴지고, 어느 순간, 과거에 사로잡혀 새로운 것을 괄시하고 내가 아는, 경험한 사실만을 최고의 지식으로 치부하려는 위험한 일에 도전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딱 거기까지. 그 지점을 넘어서면 그 뒤로는 관성이 붙어서, 그렇게 세상 사는게 너무 익숙해져버린다. 그러나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충분히 다시 돌이킬 수 있다. 수많은 경험이 그걸 보장해준다. 해서, 다시 돌아섰다.

첫 걸음은 가볍게 시작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에, 일본의 실용서를 골랐다. 책도 작고 얇은 것이 딱, 지하철 30분이면 읽을 수 있을 분량이었다.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상당한 내용을 유추할 수 있어서 더 읽기 편했던게 아닌가 싶다.

질문력

비슷한 종류의 책들이 많다. 이 책은 일본의 한 변호사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질문 잘하는 법’이다.

우리나라 교육이 단답형으로 정답 맞추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탓에, 학창 시절 질문하는 법을 못 배워서 사회 나오면 가장 부족함을 느끼는 능력이 바로 ‘질문력’이다. 고기를 잡아주는게 아니라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말처럼, 우리내 학교에서는 정답을 가르쳐 주는게 아니라 ‘질문’하는 법을 가르쳐 줬어야 했다. 그것도 내가 아는 지식을 뽐내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질문’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질문’하는 법을 말이다.

역시, 변호사 저자라 그런지 법정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다. 그렇잖아도 요즘 ‘Good wife’라는 미국 드라마를 보고 있었는데, 법정 드라마다 보니 책에 등장하는 비슷한 사례들이 많이 등장했다. 변호사가 좀 생뚱맞아 보이는 질문들을 던지지만 결국 그 모든 질문이 마지막 결정적인 질문 하나를 통해서 촘촘하게 엮인 그물로 바뀌는 장면 같은 것 말이다.

덕분에 좀더 실감나게 책을 읽으면서 잠시 질문에 대해 생각을 해봤던 것 같다.

책을 읽을때도 질문이 중요한 것 같다. 책을 통해 저자와 질문/답변을 하는 건데, 내가 어떤 질문을 던지면서 책을 읽느냐에 따라 책을 읽고 나서 느끼는 점이나 배우는게 크게 달라지는 점이 실제 질문을 통해 배우는 것과 유사한 것 같다.

적어도 선천적으로 질문하는 능력을 타고 나지 않았다면, 좀더 깊이있게 생각하고 질문하는 습관을 들이는게 배움의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주는 좋은 도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벌써 1월 6일이네요. 나이가 들수록 시간 가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더니, 이렇게 실감할줄은 몰랐습니다. 한 달에 한 두번 업데이트 될까말까한 블로그임에도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는 인사와 새해 인사 드리고 싶어 짧게 몇 글자 적어 봅니다.

이 Withman.net 을 처음 시작했던게 2000년이니깐 이제 11년째인가 봅니다. 처음엔 마냥 신기해서 주물락 거리다가, 어느 순간엔가 제 삶을 기록하는 일기장이자 독서노트,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는 노트였던 것 같습니다. 비록 요즘 트위터다, 페이스북이다 난리지만 전 계속 이 사이트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웹사이트에서 블로그 변화의 바람을 타고 여기까지 왔고, 이제 앞으로 또 어떤 신기한 서비스가 등장해서 이 곳이 다시 바뀔런지 모르겠지만.. 언제든 ‘아!…. ‘하는 마음에 돌아오시면 Withman.net 은 여기 이 자리에 서 있을 겁니다. ^_^

오늘 날씨도 매서웠는데, 내일 날씨는 더 춥다고 하는군요. 그래도, 새해 처음 맞이하는 주말이라 즐겁기만 합니다.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새해에는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길~ 헤헤..

.. 주인장 (백) ..

통찰과 직관 – 중국과 미국의 환율이슈..

중국과 미국의 미묘한 환율 전쟁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기사가 났다.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아시아 개발은행의 보고서를 인용해서, 아이폰으로 발생한 미국의 무역 적자 중 진정한 중국의 책임은 3% 내외에 불과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재정적자 때문에 위안화 절상을 하라고 한다면, 그래서 했다손 치더라도 실제 가격에 반영되는 효과는 1% 미만으로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에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내용이었다.


근본에서부터..


상황을 판단할때는 정확한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번, 바닥부터, 가공이 되지 않은 raw data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매번 분석된 기사, 남들이 주장하는 내용의 결론에 익숙하다보니 그런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기사 또한 그런 부분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사건은 이렇다. 애플사의 아이폰은 중국에서 생산되어 미국으로 수출된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중국이 하는 역할은 한국, 일본, 대만, 미국, 독일 등지에서 아이폰 부품을 수입해다가 조립해서 미국에 납품하는 형국이다. 즉, 실제 중국이 일으키는 부가가치는 조립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 정도가 고작이고 나머지 부분은 한국, 일본, 대만, 미국, 독일 등의 회사들이 벌어가는데 왜 중국 탓을 하냐는 이야기.


한 회사의 이익을 논할때는 당연히 생산원가를 제외한 그 회사가 기여한 부가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해야지, 그 회사의 매출을 이익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않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무역수지를 따질때는 아이폰 원가인 약 $180 전체를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로 기록하고 이를 근거로 무역 불균형을 이야기하는건 옳지않다는 주장이다.


해결은 미국의 기업..


그래서, 이 보고서의 결론은 간단하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미국이 중국으로 인해 실업이 문제가 되고 무역에서 적자를 크게 본다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애플에게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라 하도록 하면 된다는 것. 인건비가 10배 비싸더라도 전체 가격은 3% 내외의 변동이 있을 뿐이다. 이 정도는 애플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감내하게 하든지 아니면 일부 소비자들에게 전가 시킨다면 미국은 재정적자 문제는 물론 미국내 실업 문제도 상당부분 해소가 가능하다는 결론.


그러니 미국 정부는 중국을 보고 뭐라 그러지 말고 당신네 글로벌 기업들에게 한소리 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통찰과 직관


통찰과 직관은 같은 사실에 대해서 남들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머리가 탁월하게 좋아서 그냥 어떤 사실에 대해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게 가능한 사람도 있겠지만, 상당 부분은 이렇게 남들이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사소한 사실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고 살펴보고 이리저리 생각해보는 과정에서 ‘남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는게 아닌가 싶다.


P.S. 아시아 개발은행에서 발간한 보고서 원문이다.
http://www.adbi.org/files/2010.12.14.wp257.iphone.widens.us.trade.deficit.prc.pdf

전기자동차와 에코경재학 by 에이지 가와하라 (2010.12)






전기자동차와 에코경제학8점
에이지 가와하라 지음, AT커니 코리아 옮김/전자신문사


책이라기보다 보고서에 가깝다. 일본 AT Kearney사의 컨설턴트가 쓴 보고서를 책으로 출판한게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전세계의 핫이슈인 전기자동차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책을 보면서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좀 숫자나 구체적인 자료들이 많이 쓰여서 딱딱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뜬구름만 잡는 책들에 비해서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전기자동차


사실, 전기자동차에 세상에 없던 새로운 물건이 아니다. 이미 2000년대 초반 GM에서 EV1 이라는 전기차를 100대던가? 생산해서 일부 고객들이 한동안 체험(?)을 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회사측에서 자동차를 회수해가고 폐차처리 해버렸다. 당시 상황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둔 자료가 있는데 고객들은 상당히 만족했음에도 아마 정유기업들의 압박? 로비?로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는 분석이었다.


그랬다가 2010년이 되어서야 다시 나타난 이유는? 각국 기업들이 금융위기 해법으로 선택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바마 대통령이 뭐가 이뻐서 우리나라 기업의 미국 공장 준공식(?)에 친히 참석을 했겠는가? 금융위기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기 부양책으로 정부 재정을 적극적으로 풀어놓고 있지만 투자한 돈에 비해 고용도 시원찮다. 그래서 전통적인 고용 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에 미국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탓에, 전기차가 때아니게 전세계 이슈가 되어버렸다.


사실 지금이라도, 유가가 $50 이하로 내려간다면 이제까지의 역사처럼 전기차보단 휘발유, 아니 경유차를 타는게 더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일테니깐. (독일 폭스바겐사가 자랑하는 클린디젤 자동차면, 강화되면 환경규제도 피해갈 수 있었던듯..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기반이 아닌 현 상황에서 전기는 그렇게 친환경적이거나, 효율적인 에너지원은 아니다.)


변화


전기차가 대세가 된다면, 자동차 산업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없던 분야가 생겨날테고 기존에 있던 분야가 사라질 수 있다. 일단, 엔진이 사라져야할 운명이고, 기어도 마찬가지다. 연료통은 물론 배기가스 배출장치도. 대신 배터리, 모터 같은 장비들이 전기차용으로 새롭게 탄생해야 한다.


원자재 측면에서 보자면, 알루미늄과 구리의 운명이 바뀐다. 자동차의 효율성 증대를 위해 알루미늄 자체 및 부품으로 차량 경량화에 나서고 있는데, 전기차가 되면 그런 부품들이 필요없어지면서 한창 늘어나던 알루미늄 수요가 감소 또는 증가 속도가 상당히 둔화될 수 밖에 없어보인다. 반면, 전기 에너지를 운동 에너지로 바꾸는데 절대적인 역활을 하는 구리(모터에 들어간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지 않을까? (알루미늄은 차 한대당 200kg 넘게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봤던 것 같은데, 구리는 모터당 얼마나 들어가는 알수가 없어서 정확한 영향 추정이 어렵다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사람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해도 그건 과학자나 기술자들에게 의미가 있을 뿐 그 기술을 활용할 사람들은 기술의 수준에는 관심없다. 그저 내가 원하는 바를 쉽고 편리하게 할 수 있게만 해주면 그 뿐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산업이 열릴때면 기술력이 곧 사람들에게 가치를 가져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책을 보다 보니, 에어콘을 켜고 전기차를 운전을 하면 주행거리가 30% 줄어든단다. 예전에는 휘발유로 엔진을 돌리면서 발생한 에너지로 전기도 만들어 썼지만 이제 순수하게 저장된 전기를 써야하는 판이라 전기 많이 먹는 에어콘이 전기차에서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것.


하지만, 어느 회사에서도 이런 부분들에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아직 주유소처럼 전기차 충전소가 많은 것도 아니고 있다손 쳐도 충천이 쉬운게 아닌 상황에서, 고작 100 Km 남짓을 주행가능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타고 가다 길 한복판에서 서면 어쩌려고 그럴까? 그나마 전기차를 만들어 봤었던 GM은 현명했다. 눈치보지않고 굳굳이 기름통을 단 전기차 ‘시보레 볼트’를 출시한다고 그러지 않던가?


나머지 회사들은? 글쎄다. 걱정된다. 닛산의 리프가 미국 판매를 시작했다는데, 공식적인 주행거리는 160 km. 하지만 에어콘을 켜고 달리는 순간 약 100 km 줄어든다. 그것도 완충했을때. 그럼 가정을 해보자, 더운 여름날 밤 헤드라이트 켜고, 에어콘 켜고, 네비게이션 켜고, 핸드폰 충전하면서 운전을 한다면..? 아마 배터리 한 칸 남은 휴대폰을 쥐고 있는 심정이지 않을까나?


그런 면에서, 굳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보다 기존의 기술을 최대한 활용한 ‘테슬라’가 눈에 띈다. 다른 전기차 회사들은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달았지만, 테슬라의 자동차는 .. 그렇다 노트북에 달리는 원통형 전지를 5천개던가? 넣고 다닌다! ㅡㅡa 어찌보면 무식하기 그지없고 이게 무슨짓인가 싶지만, 막상 데이터를 보자면 무시할수가 없다. 이미 소형차가 아닌 전기 스포츠카를 만들어 팔고 있는데, 한 번 충전으로 4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기술력으로 보자면, 리튬폴리머가 더 앞서있겠지만 실제 사용자의 효용 측면에서는 이미 충분하 기술이 누적된 원통형 배터리가 더 현실적인 대안이지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도요타도 테슬라의 원통형 배터리 단 차량을 만들겠다 그러고, BMW로 그 대열에 동참했다. 다임러도 그렇다던데… 2011년 전기차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것도 한번 지켜볼 일이다.



또 무슨 이슈들이 있을까? 상식선에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더 재미있는 것들이 많을텐데, 막상 현실이 되었을때 지금 그리는 시나리오가 잘 들어맞을런지 걱정이다. 전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지만, 전기차 한대가 한 가구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다고, 아니 앞으로 배터리 용량 늘어나는거 감안하면 더 할텐데 그러더라도 문제가 안 생길지도 걱정이다. 보급대수가 늘기전까지는 문제가 안되겠지만 이 부분도 무시못할테고, (하기사 이제부터 1년에 원자로 하나씩 건설한다는 이야기 들었던 것 같다.) 또 무슨 이슈들이 있을지.. 앞으로도 잘 고민해 봐야겠다.
 

막다른 골목에 선 통신사들 ..

요즘 이슈가 되는 태블릿 PC. 한쪽에는 물건너온 아이패드, 다른 한켠에는 국내 지존 갤럭시탭이 버티고 있다. 스마트폰 경쟁에서는 애플이 우위에 있었는데, 태블릿PC에서는 예상을 깨고 삼성전자가 선전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이 와중에 문득, 자신의 무덤을 파고 있는 통신사들이 눈에 띄었다.


가격


최근 공개된 아이패드 구매 가격을 보면, 3G 모델은 약정 요금제해서 싸게 살 수 있다 그러고, 무선 인터넷만 되는 Wi-fi 모델은 그냥 노트북 사듯이 돈내고 사면 되는 걸로 나와서 언듯 보기에 비싼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의외로 Wi-fi 모델이 더 저렴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떻게?


2G 요금제로 2년간 한달 27,500원을 내면 16GB 아이패드를 39만원에 살 수 있지만, 같은 용량에 Wi-fi 모델은 63.5만원이면 구매가 가능하다. 즉 3G통신망 모델은 100만원(2년간 매달 통신료 내고, 할부로 39만원 기기값 물면..) 가까이 줘야지 살 수 있는 반면, Wi-fi 모델은 40% 정도 할인된 가격(63.5만원!)에 구매가 가능하다는 이야기.


대신, wi-fi는 무선 인터넷만 되니깐 인터넷 쓰기 불편하지 않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이에 대해서는 통신사들이 해결책을 이미 제시했다. 스마트폰 5.5만원 요금제면 3G 무제한 요금을 쓸 수 있다. 게다가 안드로이드폰들은 프로요 버젼부터 태더링이라는 멋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테더링은 스마트폰이 인터넷에 접속되면 이 스마트폰에 접속해서 인터넷을 같이 쓰는걸 이야기하는데, 만약 스마트폰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테더링해서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wi-fi 접속이 가능하다는 말씀.


사라지는 현금황소(CashCow)


통신사들이 자기 무덤을 열심히 파고 있는 모냥새다. 물론 의도적으로 그러는건 아니고, 단기적으로 시대 흐름을 쫓아가려다보니 자신들도 모르고 스스로의 비지니스 모델을 파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3G망 무제한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인터넷 전화 서비스도 허용하고 있다.


3G망 요금제가 무제한이고 인터넷 전화 서비스가 허용되버리면, 기본 요금만내고 통신사 서비스를 원하는 만큼 쓸 수 있다는 이야기. 더이상 무료 통화나 무료 용량을 다 썼다고 해서 추가 요금을 내는 일은 안 생기는거고, 특별히 앱을 다운 받는다든지, 굳이 받아야하는 부가 서비스 요금 정도가 고작. 결국 통신사들로써는 빠르게 늘어나는 데이터량으로 투자는 잔뜩해야하고 수익은 초장기간을 통해 회수가 가능할지 못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럼에도, 현재의 치열한 경쟁 상황 속에서 미래를 내다볼 여력은 없는 듯 하다.


노키아, 인텔


지금은 고생들 하고 있지만, 노키아와 인텔이 문득 떠오른다. 매출의 대부분이 목재나 다른 원자재였던 노키아는 당장의 매출이나 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 가치가 있을 통신 시장에 올인한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매출 감소를 겪었지만 그덕에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인텔도 그랬다. 메모리 반도체가 비록 경쟁이 심화되고 있었지만 돈을 못버는 수준은 아니었을텐데, 과감하게 접고 비메모리 반도체, CPU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텔 인사이드’라는 광고를 통해서 일반인들을 알래야 알기 힘들던 CPU를 PC의 가격 결정 요인으로 올려놓는다. 물론 모두가 다 알다싶이, 적은(?) 매출 규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텔이 삼성전자보다 비싼 기업이다.


막다른 골목에 선 그들 ..


이젠 모든 디바이스가 통신이 가능할텐데, 전기차가 전화기 역할을 하고 우리집 냉장고가 전화기 역할을 하는 세상이 올텐데.. 통신사들로써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현재의 기반에서 내리는 결정은 시간이 갈수록 통신사들에게 더 큰 어려움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경쟁을 위해 좀더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다보면 결국 ‘공짜 경제학’과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럴바에야 과감하게 현재의 고객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서 먼저 끝장을 보든지, 아니라면 전혀 색다른 탈출구를 모색해봐야 하지 않을까?


2000년대 중반만해도 지금처럼 SNS가 활발해기전, 그들은 그 누구보다 광범위한 소셜 네트워크망을 확보하고 있었었다. 지금이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그 자리를 매워버리고, 이제 쇼셜커머스라는 이름의 네트워크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아쉽지만 한발 늦은 상황. 하지만 그렇다고 기회가 없을 것 같지는 않은데.. 아니면 지금 당장 돈이 되지는 않지만 무형에 쌓인 자원으로 눈을 돌린다면 또 다시 엄청난 기회가 오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