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정도 by 윤석철(2011.02)

By | 2011년 2월 14일







삶의 정도10점
윤석철 지음/위즈덤하우스

한국의 피터 드러커. 생존 부등식. 이 두 용어면 저자에 대한 설명으로는 충분한 것 같다.

한국의 피터 드러커

피터 드러커 박사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폭넓은 관심과 해박한 지식에 놀라게 된다. 그의 자서전을 들춰보면 충분히 숭긍이 가는 부분이기는 하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제법 뼈대있는 집안 출신으로, 어린 시절 법, 철학, 역사는 다양한 학문을 섭렵했다. 아버지가 오스트리아 고위 관료셨고, 어머니는 프로이드의 제자셨다는. 그런 주변 인물들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다양한 학문이 섞이고 세계 2차대전이 펼쳐지던 유럽 한복판에서, 세계 초강대국으로 성장하던 미국의 한복판에서 겪었던 경험들이 녹아 우리가 보는 이런 작품들이 만들어진게 아닌가 싶다.

윤 교수님도 결과물을 놓고 보면 비슷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어보면, 경영학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자연과학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은게 아닌가 싶다. 물론 중국 고전이나 인문학적인 부분은 당연히 포함된거고. 그런 이야기들이 하나로 어어우러지면서 삶을 총체적으로 내려다보는 듯한 책을 쓰셨는데, 피터 드러커 필이 난다.

생존 부등식

경영학에 관심이 있었다면 한번쯤 들어봤을테다. 윤 교수님이 만드신 ‘생존 부등식’은 단순하지만, 많은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게하는 대단한 작품이다.

V(가치) > P(가격) > C(원가)

제품 가격은 생산 원가보다 높아야 하고, 제품의 가치는 제품의 가격보다 높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것이 생존 부등식이다. 너무 당연하고도 간단한 원리지만, 의외로 많은 기업들이,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애플의 아이폰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아이폰의 가격은 약 $600, 제조원가는 약 $180, 가치는?? 활용하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적어도 아이폰의 가격을 훨씬 뛰어넘는건 사실이다.

이 부등식을 보면서 떠올린 한 가지 생각은, V > P 관계에서 보통 기업들은 가치만큼 가격을 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런 기업들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가격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또는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만큼 최대 이익을 올리는 것이 되려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 책 속에 등장한 ‘이익 최대화 목적 함수에 대한 비판’ 대한 부분을 보면서 이 생존 부등식을 보면 끄덕일 수 있는 부분이다.

목적함수와 수단매체

윤 교수님을 소개하는데 두 용어가 필요했다면, 이 책을 소개하는데는 목적함수와 수단매체라는 두 용어가 필요하다. 이름에서 유추 가능하듯이, 목적함수는 어디를 갈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고, 수단매체는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인간의 능력은 유한하다는, 즉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대신 다른 도구나 방법들을 통해 인간의 능력 한계를 좀더 넓히는 것이 수단매체다. 간단하게는 도구부터, 언어, 정신적인 도구로는 상상력 등이 거론된다. 미국에 가면 거지도 유창하게 영어를 말한다. 아무리 탁월한 도구가 있더라도 명확하고도 가치있는 목적을 가지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러니 제대로 된 목적함수를 가지고, 적절한 수단매체를 활용하돼, 생존부등식을 유념해 한 쪽으로 과도하게 쏠리지 않고 중도를 지키면서 서로 가치를 주고받는 삶을 사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삶의 정도’가 아닐까?



책을 읽는 동안, 그리고 책을 덮으면서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사람이 자신이 가진 한계를 인지하는 것이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데 더없이 중요하다는 생각과, 노자의 ‘허’라는 개념, 단기적으로는 최적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최적을 훼손하는 경우도 그렇고, 나력이라고 직장인이 자기가 다니는 회사 이름 가리고 직책/직급 가리고 자신의 이름만으로, 순수하게 자신이 가진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해보게 된다.

목차를 펼쳐놓고 보면 대략 어떤 흐름으로 이야기가 진행될지 감을 잡을 수 있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 어느새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테다. 부디, 책을 읽기 전에 주변에 메모지 잔득 가져다 놓고 생각날때마다 하나씩 적어놓는다면 보다 알찬 독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강추!

2 thoughts on “삶의 정도 by 윤석철(2011.02)

    1. man

      재밌지? ㅋㅋ 나도 이렇게 자연과학 분야에 깊은 이해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재영 교수님 수업, 1학년때부터 착실히 들으면서 배워야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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