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by 니콜라스 카(2011.03)

By | 2011년 3월 6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8점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청림출판

여러가지 업무가 주어졌을때, 시간을 잘게 나눠서 짬짬히 작업을 하는 것과 순서를 나눠서 한 번에 하나씩 처리하는 것, 둘 중 어떤게 더 효율적일까?

멀티태스킹

제록스사에서 설립한 팔알토 연구소는 현재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곳이다. GUI(Graphic User Interface), 마우스 같은 지금 우리가 쓰는 컴퓨팅 환경의 기초를 제공했다. 특히, 멀티 태스킹 아이디어는 메가톤급이 아닌가 싶다. 한번에 한 가지 프로그램만 실행시킬 수 있었던 환경에서 한 번에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동시에(정확하게는 동시라고 하기 그렇지만..) 실행시킬 수 있는 멀티태스킹. 덕분에 요즘 우리는 음악을 켜놓고 인터넷 뉴스를 읽으면서 중요한 내용들을 워드 프로세스로 정리하고 그 와중에 끊임없이 업데이트 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지켜보고 있다.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는 방법으로는 참 좋은 것 같은데, 이게 과연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걸까?

도구

도구는 사람들의 한계를 확장시켜주는 유용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도구를 활용하는 것으로만 인식되지만 알고보면 도구를 활용하는 순간 사람들의 능력이 확장되는 동시에 그 도구에 통제를 받게 된다. 컴퓨터, 특히 인터넷이라는 도구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알게모르게 이 도구에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 소통 측면에서 엄청난 비용 감소 효과를 가져다준건 고맙지만, 반대로 우리 뇌가 정보를 소통하는 방식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소비하게 만드는 단점이 있는 것 같다.

몰입과 산만

인터넷은 한 번에 하나에 집중하도록 우리는 내버려두지 않는다. 계속 우리의 이목을 끌기위한 것들이 난무하고, 우리 뇌는 채 한가지 정보를 정리하기도 전에 다음으로, 또 다음으로 정보를 소비하고 있다. 분명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많은 것을 한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막상 남는게 너무 없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학창 시절 공부할때는 집중력이 중요하다고 들었었는데, 인터넷 환경에서는 집중력이란 시간 낭비로 인식되는 듯 싶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시간 관리에 관한 서적들을 찾다 보면, 가장 효율적인 시간관리 방법은 우선 순위를 매겨서 중요한 일에 덩어리 시간을 주고 나머지 짜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니면,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의 책에서 나왔던 것 처럼, 딸랑 하루에 3~4시간만 집중할 수 있으면 평범한 사람이 여러개의 박사학위를 딸 수 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몰입’이 가져다 주는 힘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유명한 연구 결과들이 즐비하다. (몰입 Think Hard! by 황농문 (2008.02))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산만하기 그지없는 멀티태스킹의 삶을 살고 있다.

단기 기억, 작업 기억, 장기 기억, 그리고 스키마

이 책에서 소개한 뇌의 지식 습득 방법을 보자면, 앞으로 멀티태스킹을 지양해야할 것 같다. 우리의 기억은 단기 기억, 작업 기억(Working memory, 약간 어색한 번역 같으면서도 다른 대안은 떠오르지 않는다;;;), 장기 기억, 스키마로 구분한다. 단기 기억은 말그대로 순간의 감정, 느낌을 잠시 담았다 비우는 기억이고, 작업 기억은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옮기는 또는 장기 기억을 꺼내오는 역할을 하는 기억이고, 장기 기억은 오래가는 기억(;;;), 스키마는 장기 기억이 어떤 의미를 가진, 지식으로써 모습을 갖춘 기억이 되는 걸 뜻한다.

여기서 장기 기억의 용량은 거의 무한대고, 작업 기억이 가장 용량이 작다고 한다. 해서, 가급적 작업 기억을 잘 활용하는게 뇌에서 뭔가를 기억하거나 익히는데 유리하다는 건데, 멀티태스킹 작업은 이 작업 기억에 과도한 병목현상을 일으킨단다. 흔히 Skim 이라고 말하는 훝어보기로 정보를 보고, 또 다른 정보로 넘어간다. 단기 기억에 남은 걸 장기 기억으로 옮기기도 전에 또 다른 기억이 몰려오고, 장기 기억에서 뭔가를 꺼내보려 했는데, 또 뭔가가 들어오는 구조랄까? 그래서 이 병목현상을 해결하는데 뇌의 자원이 집중된단다. 덕분에 뭔가 많이 일은 했는데, 남는 건 없는 참 쓸쓸한 결과를 보여준다.

반면, 같은 기계지만 계산기 같은 경우는 되려 이 작업 기억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추론이나 장기 기억으로의 정리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도구라는 것. (컴퓨터가 계산기에서 시작된 탓에 아마 이 두 가지를 비교한게 아닌가 싶다. Computer의 Compute는 계산하다는 뜻.) 만약 뇌의 일을 도와주는 도구가 있다면 어떤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게 가장 효율적인 도구이고, 반대로 산만하게 만들고 과도하게 많은 것들을 의미없이 스쳐지나가게 하는건 뇌의 일을 방해하는 도구가 아닌가 싶다.



책을 덮으면서 다시 한번 몰입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다. 업무 특성상 항상 정보에 파묻혀서 사는데, 그러다 한 번씩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곤 한다. 시간이 흘러가지만 정작 머리에 정리되서 남는 것은 없다. 그저 단편적인 정보들이 입력되었다 지워지고 또 다른 정보들이 채워진다. 간간히 그 정보 중 한 두가지 이슈를 정해서 파고 들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또 다른 정보들이나 업무가쏟아지면서 그럴 여유를 빼앗아 버린다. 그럴때면, 환경을 탓하게 되는데 그럴 문제가 아닌듯 싶다. 피터 드러커 박사는 3년에 한 가지 분야를 정해서 그 분야에 매진했다고 하던데,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건데 만약 1년에 한 가지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더라면 되려 지금보다 더 많은 것들을 정리하고 익힐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유투브나 아이튠즈로 보고 싶은 영상을 그때 그때 찾아보는 것에 익숙한 세대라면, 인터넷이 태어날때부터 필수였던 세대라면 구닥다리 같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도 PC 화면으로 글을 읽는 것보다 프린트해서 읽는 것이 더 편한, 인터넷 뉴스보다 지면 신문이 더 편한 세대라면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2 thoughts on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by 니콜라스 카(2011.03)

  1. 반디앤루니스

    man님, 안녕하세요.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현선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man님의 리뷰가 3월 2주 <반디 & View 어워드> 에 선정되었음을 알려드리며, 어워드 관련 적립금은 이전에 보내주셨던 man님의 반디 아이디로 일주일 이내에 지급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덧붙여, 매주 <반디 & View 어워드> 선정작은 반디앤루니스 책과 사람 페이지(http://www.bandinlunis.com/front/bookPeople/awardReview.do) 와 다음 파트너 view 베스트 페이지(http://v.daum.net/news/award/weekly)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봄맞이하는 주말,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현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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