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와 에코경재학 by 에이지 가와하라 (2010.12)

By | 2010년 12월 15일






전기자동차와 에코경제학8점
에이지 가와하라 지음, AT커니 코리아 옮김/전자신문사


책이라기보다 보고서에 가깝다. 일본 AT Kearney사의 컨설턴트가 쓴 보고서를 책으로 출판한게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전세계의 핫이슈인 전기자동차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책을 보면서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좀 숫자나 구체적인 자료들이 많이 쓰여서 딱딱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뜬구름만 잡는 책들에 비해서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전기자동차


사실, 전기자동차에 세상에 없던 새로운 물건이 아니다. 이미 2000년대 초반 GM에서 EV1 이라는 전기차를 100대던가? 생산해서 일부 고객들이 한동안 체험(?)을 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회사측에서 자동차를 회수해가고 폐차처리 해버렸다. 당시 상황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둔 자료가 있는데 고객들은 상당히 만족했음에도 아마 정유기업들의 압박? 로비?로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는 분석이었다.


그랬다가 2010년이 되어서야 다시 나타난 이유는? 각국 기업들이 금융위기 해법으로 선택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바마 대통령이 뭐가 이뻐서 우리나라 기업의 미국 공장 준공식(?)에 친히 참석을 했겠는가? 금융위기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기 부양책으로 정부 재정을 적극적으로 풀어놓고 있지만 투자한 돈에 비해 고용도 시원찮다. 그래서 전통적인 고용 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에 미국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탓에, 전기차가 때아니게 전세계 이슈가 되어버렸다.


사실 지금이라도, 유가가 $50 이하로 내려간다면 이제까지의 역사처럼 전기차보단 휘발유, 아니 경유차를 타는게 더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일테니깐. (독일 폭스바겐사가 자랑하는 클린디젤 자동차면, 강화되면 환경규제도 피해갈 수 있었던듯..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기반이 아닌 현 상황에서 전기는 그렇게 친환경적이거나, 효율적인 에너지원은 아니다.)


변화


전기차가 대세가 된다면, 자동차 산업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없던 분야가 생겨날테고 기존에 있던 분야가 사라질 수 있다. 일단, 엔진이 사라져야할 운명이고, 기어도 마찬가지다. 연료통은 물론 배기가스 배출장치도. 대신 배터리, 모터 같은 장비들이 전기차용으로 새롭게 탄생해야 한다.


원자재 측면에서 보자면, 알루미늄과 구리의 운명이 바뀐다. 자동차의 효율성 증대를 위해 알루미늄 자체 및 부품으로 차량 경량화에 나서고 있는데, 전기차가 되면 그런 부품들이 필요없어지면서 한창 늘어나던 알루미늄 수요가 감소 또는 증가 속도가 상당히 둔화될 수 밖에 없어보인다. 반면, 전기 에너지를 운동 에너지로 바꾸는데 절대적인 역활을 하는 구리(모터에 들어간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지 않을까? (알루미늄은 차 한대당 200kg 넘게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봤던 것 같은데, 구리는 모터당 얼마나 들어가는 알수가 없어서 정확한 영향 추정이 어렵다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사람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해도 그건 과학자나 기술자들에게 의미가 있을 뿐 그 기술을 활용할 사람들은 기술의 수준에는 관심없다. 그저 내가 원하는 바를 쉽고 편리하게 할 수 있게만 해주면 그 뿐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산업이 열릴때면 기술력이 곧 사람들에게 가치를 가져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책을 보다 보니, 에어콘을 켜고 전기차를 운전을 하면 주행거리가 30% 줄어든단다. 예전에는 휘발유로 엔진을 돌리면서 발생한 에너지로 전기도 만들어 썼지만 이제 순수하게 저장된 전기를 써야하는 판이라 전기 많이 먹는 에어콘이 전기차에서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것.


하지만, 어느 회사에서도 이런 부분들에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아직 주유소처럼 전기차 충전소가 많은 것도 아니고 있다손 쳐도 충천이 쉬운게 아닌 상황에서, 고작 100 Km 남짓을 주행가능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타고 가다 길 한복판에서 서면 어쩌려고 그럴까? 그나마 전기차를 만들어 봤었던 GM은 현명했다. 눈치보지않고 굳굳이 기름통을 단 전기차 ‘시보레 볼트’를 출시한다고 그러지 않던가?


나머지 회사들은? 글쎄다. 걱정된다. 닛산의 리프가 미국 판매를 시작했다는데, 공식적인 주행거리는 160 km. 하지만 에어콘을 켜고 달리는 순간 약 100 km 줄어든다. 그것도 완충했을때. 그럼 가정을 해보자, 더운 여름날 밤 헤드라이트 켜고, 에어콘 켜고, 네비게이션 켜고, 핸드폰 충전하면서 운전을 한다면..? 아마 배터리 한 칸 남은 휴대폰을 쥐고 있는 심정이지 않을까나?


그런 면에서, 굳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보다 기존의 기술을 최대한 활용한 ‘테슬라’가 눈에 띈다. 다른 전기차 회사들은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달았지만, 테슬라의 자동차는 .. 그렇다 노트북에 달리는 원통형 전지를 5천개던가? 넣고 다닌다! ㅡㅡa 어찌보면 무식하기 그지없고 이게 무슨짓인가 싶지만, 막상 데이터를 보자면 무시할수가 없다. 이미 소형차가 아닌 전기 스포츠카를 만들어 팔고 있는데, 한 번 충전으로 4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기술력으로 보자면, 리튬폴리머가 더 앞서있겠지만 실제 사용자의 효용 측면에서는 이미 충분하 기술이 누적된 원통형 배터리가 더 현실적인 대안이지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도요타도 테슬라의 원통형 배터리 단 차량을 만들겠다 그러고, BMW로 그 대열에 동참했다. 다임러도 그렇다던데… 2011년 전기차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것도 한번 지켜볼 일이다.



또 무슨 이슈들이 있을까? 상식선에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더 재미있는 것들이 많을텐데, 막상 현실이 되었을때 지금 그리는 시나리오가 잘 들어맞을런지 걱정이다. 전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지만, 전기차 한대가 한 가구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다고, 아니 앞으로 배터리 용량 늘어나는거 감안하면 더 할텐데 그러더라도 문제가 안 생길지도 걱정이다. 보급대수가 늘기전까지는 문제가 안되겠지만 이 부분도 무시못할테고, (하기사 이제부터 1년에 원자로 하나씩 건설한다는 이야기 들었던 것 같다.) 또 무슨 이슈들이 있을지.. 앞으로도 잘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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