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의 테슬라’라는 수식어가 붙은 카테라(Katerra)는 한때 전 세계 건설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되던 기업이었다. 이 책, ‘건설산업의 테슬라 카테라의 도전과 실패’는 카테라의 도전 정신과 그로 인한 실패를 통해 건설업의 미래와 그 가능성에 대해 깊이 있는 고찰을 하게 한다.
카테라의 도전과 그 한계
카테라는 단순히 건설 회사를 넘어, 기술과 혁신을 통해 건설 산업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출범했다. 저자는 카테라의 핵심 경쟁력으로 ‘플랫폼화된 건설’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려 했던 카테라의 전략을 상세히 소개한다. 카테라는 건설의 전 과정을 수직계열화 하고 IT 기술을 접목해 공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 했고, 이를 통해 전통적으로 낮은 생산성을 가진 건설업의 구조를 혁신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은 예상보다 더 많은 장애물에 부딪혔다. 특히 저가 수주로 인한 문제는 카테라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었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저가로 프로젝트를 수주하다 보니, 수익성이 떨어지고, 품질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또한, 다양한 기업을 인수하면서 시너지 창출을 기대했지만, 이는 오히려 조직의 복잡성만 증가시켜 오히려 운영 효율성을 떨어뜨렸다. 무엇보다도, 카테라의 실패를 결정적으로 이끈 것은 매출 증대를 위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인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는 프로젝트들을 무리하게 수주한 것이다. 이는 결국 카테라가 지향했던 혁신과 괴리를 만들어냈고, 회사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카테라 이후의 건설업 혁신
비록 카테라는 실패했지만, 건설업의 혁신을 위한 노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스타트업들을 살펴보자면…
1. 어셈블리 OSM(Assembly OSM)
Assembly OSM은 2019년에 설립된 뉴욕 기반의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디지털 트윈 기술과 모듈화된 건설 방식을 결합해 건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사전 제작된 모듈을 현장에서 빠르게 조립해 자재 낭비를 줄이고, 건설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건축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Assembly OSM의 창립자는 유명한 건축 설계사무소 SHoP Architects의 설립자들로, 이들의 건축 노하우가 반영된 혁신적인 접근이 돋보인다.
2. Automatic Construction
Automatic Construction은 현장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을 신속하게 구축하는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PVC 거푸집으로 벽체를 빠르게 형성하는 기술을 통해 건설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 기술은 저비용 주택 시장에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건축 과정에서의 시간과 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한다.
3. 블로커블(Blockable)
Blockable은 2016년에 설립된 시애틀 기반의 스타트업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모듈러 주택을 제작해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 회사는 주택의 생산부터 설치까지의 과정을 표준화해 비용을 절감하고, 고품질의 모듈러 주택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주거난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스타트업 중 하나이다.
4. 팩토리OS(FactoryOS)
FactoryOS는 캘리포니아주에 기반을 둔 모듈러 주택 제조업체로, 주거난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대규모 모듈러 주택을 고품질로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는 첨단 제조 시설을 운영 중이다. 특히, AutoDesk와 협력해 BIM360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 웨스트 오클랜드의 유니온 빌딩 프로젝트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보였다.
5. Nexii
Nexii는 2019년에 설립된 캐나다 기반의 스타트업으로, 지속 가능한 건축 자재를 사용해 에너지 효율적인 건물을 짓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회사는 Nexii 패널이라는 특허받은 자재를 사용해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혁신적인 건축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6. Modulous
Modulous는 영국과 미국에 기반을 둔 모듈러 건설 스타트업으로, 2018년에 설립되었다.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와 공급망을 결합해 건설 프로젝트의 모든 단계를 디지털화하고,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건설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으며, 특히 주택 부족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
7. 마이티빌딩스(Mighty Buildings)
Mighty Buildings는 2017년에 설립된 캘리포니아 기반의 스타트업으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주택과 건축 자재를 제작하고 있다. 이 회사는 3D 프린팅을 통해 건축 폐기물을 줄이고, 신속하게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소형 주택과 ADU(부속 주거 단위) 시장을 타겟으로 하여 저렴하고 지속 가능한 주택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스타트업들은 카테라가 실패한 지점에서 더 나아간 접근 방식과 기술 혁신을 통해 건설 산업의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성공할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도전은 카테라가 불씨를 지핀 건설 산업 혁신의 지속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신호이다.
우연찮게도 이 카테라의 창업자이자 CEO가 2007년 테슬라의 임시 CEO 였다. 비슷한 사업 전략을 취했음에도 다른 결과를 맞이한 두 회사를 보면서 혁신이란 단순히 기술적인 접근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전략적 일관성과 실행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카테라는 비록 실패했지만, 그 도전은 건설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촉매제 역할을 했으며, 앞으로도 이 산업의 혁신은 계속될 것이다. 현재의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이를 이어받아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기대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