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여행기 – #3 드라이브 ..

By | 2009년 5월 11일

피곤해서 그랬는지, 다들 쥐죽은 듯이 잤다. 물론 한 친구의 코고는 소리에 잠못든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잘 잤다. 통영에서의 둘째날은 차를 빌려서 드라이브 하는 것으로 잡았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여기 드라이브 코스가 좋다는 말에, 그리고 이리저리 계산해봐도 렌트가 경제적이기도 하고 해서 차를 빌렸다.


가는 날이 장날 2탄 ..


역시, 처음부터 그랬지만 우리의 여행은 그리 쉬울리가 없었다. 렌트해서 차를 빌리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하필 그날 오후부터 통영에서 무슨 철인 3종경이 챔피언쉽 경기가 열린다고 하지 않는가? 철인 3 종이라면 수영, 사이클, 마라톤인데.. 아뿔사 경기 구간이 우리가 가려고하던 해안 드라이브 코스라고 한다.


그래서 점심시간부터 저녁때까지 통행을 전면 차단한다나? ㅡㅡa


이렇게 기막힌 스케쥴을 일부러 짜려고 해도 쉽지않을 것이다. 차는 이미 예약해서 빌렸고, 드라이브는 해야하는데, 이를 어쩐단 말인가..


가는 날이 장날 3 탄 ..


고심 끝에 점심전에 통영대교를 넘어 드라이브 코스에 잠시 들어갔다가, 거기서 점심을 먹고 거제도로 드라이브를 떠나기로 했다. 거제도 쪽 길도 이쁘다는 정보가 접수되었던 탓에.


그리고 어제 못 먹었던 통영 오미사 꿀빵집이 우리가 가려는 방향으로 옮겼다는 이야기도 있고해서 차를 끌고 나섰다. 어렵사리 오미사 꿀빵집을 찾았다. 여행을 가면 먹는게 제일 중요하지 않다던가. 점심전에 허기졌던 우리들은 간식거리를 사겠다는 일념에 오미사 꿀빵집으로 날라갔다.


그러나.. 두둥. 우리의 쉽지 않은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었다. 오미사 꿀빵집 입구에 흰 종이가 한장 붙어있었다.


“오늘치 꿀빵이 모두 판매되었습니다….”


아침 11시 밖에 안됐는데, 도대체 누가 그 많은 꿀빵을 다 사갔단 말인가? 단체 손님이 들러서 싹쓸이 했다는 답변만 듣고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ㅠㅠ


거제도 ..


우여곡절끝에 가볍게 점심을 먹고 거제도로 방향을 잡았다. 통영과 거제도는 다리로 연결이 되어있는데,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일단 몽돌 해수욕장으로 루트를 잡았다. 네비게이션이라는 물건이, 어찌나 편리한지.. 세상 참 좋아졌다.


딱히 계획이 있어 나선 길이 아니었으니 몽돌 해수욕장에 도착해서 그냥 무작정 드러누웠다. 날씨도 좋고, 바람도 선선한 탓에 금방 잠에 빠졌고 그렇게 30분을 잤나보다. 몽돌위에서 자는 잠, 왠지 몸에 아주 좋은 느낌이 들었다는.



몽돌 해수욕장

그리고 주변 관광지를 살피다 바람의 언덕을 발견했다. 거제도 사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관광지라는데, 안가볼 수 있나. 나야 그닥 땡기지 않았지만 친구들이 가자니 어쩔 수 있나, 가야지. 가는 길이 상당히 막혔다. 연휴다보니 사람들이 많이 몰렸나보다. 기어, 기억 도착한 바람의 언덕.


역시 이름답게 매서운 바람이 계속 몰아쳤다. 그래도 바다를 끼고 펼쳐진 멋진 광경탓에 추운지도 모르고 서있었나보다. 바람의 언덕 맞은편이라고 해야하나? 낙락장송 한 그루가 보이는 언덕에 이름모를 호텔이 하나 보였다. 등대섬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여기도 다음에 여유롭게 찾아와 한동안 쉬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용솟음쳤다.



마무리 ..


거제도를 돌아보고 다시 통영으로 돌아왔다. 해가 질무렵 그래도 통영 드라이브 코스는 한번 돌아봐야지 라는 마음으로 낮에 못갔던 교통 통제 구역을 차로 한바퀴 슥~ 훑고 우리는 다시 먹거리를 찾아나섰다. 회도 좋지만, 해물찜에 이끌리어 찜 가게들이 몰린 곳을 찾았다. 역시 해산물이 풍부한 지역이라 풍성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여행 마지막날 밤이 저물었다.


이번 여행에서, 등대섬과 바람의 언덕의 장광도 압권이었지만 사실은 통영 인심이 더 큰 인상, 아니 감동을 안겨주었던 것 같다. 내가 자랐던 진주가 통영 근처라 어린 시절 생각이 났던 탓일까? 아니면 아직도 인정의 자취가 남은 사람들이 정겨워서 그랬을까?


통영 중앙시장에서 족발집이 어디있는지 몰라 주변 가게 아주머니꼐 여쭤봤더니, 냉큼 가게 안으로 들아가시면서 친구분에게.. “나 잠깐 나갔다 올께..”라며 우리 길안내를 자청하시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언젠가 서울의 삶이 너무 삭막하게 느껴질때, 아직 우리내 인정이 역사속의 흔적이 아닌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진다면 다시 통영을 찾아봐야겠다.

4 thoughts on “통영 여행기 – #3 드라이브 ..

    1. man

      아, 거기가 신선대였군요. 바람의 언덕만 보고가서 정확한 장소명도 몰랐었네요. 네, 칼바람 부는 길을 내려가며 보던 기암괴석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그나저나 국내 여행을 많이 다니시나 봅니다. 좋은 곳은 다 알고 계시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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