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

By | 2009년 2월 24일

4시간 by 티모시 페리스 (2008.05)‘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일주일에 4시간 일하고도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한 외국 청년 이야기였는데, 다른 내용은 빼고 그가 소개한 돈 버는 방법 중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강연을 하거나 강연 테잎을 파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 대목이 있었다.


보통 한분야에 정통하려면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년, 한 평생을 바쳐야 한다는 생각이 많지만, 의외로 그는 단 몇 개월만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놀라운 속성 코스를 소개했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먼저 무료로 주변 노인대학이나 어디, 강의를 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 그리고 여러 차례 강연회를 개최한 뒤, 이 경력을 바탕으로 지방 작은 대학에 특강 신청을 하는 식으로 계속 범위를 확대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분야의 책 2~3권을 정독하고 관련 용어를 익힌다. 그리고 그 분야에 정통한 협회에 가입한 다음 기회가 될때 언론에 인터뷰 형식의 기사가 나가도록 유도하면 된다.


내용이 정확히 이렇지는 않았지만, 대략 이런 식이었다. 이렇게 해서 언론에 좀 알려지고 협회에서 활동을 하는 한편 책을 쓰고 강연을 하면 한 분야에 전문가로 받아들인다.


이런 ‘전문가’들의 특징은 ‘관련 분야 전문 용어’에 대단히 집착한다. 마치 그 단어가 없이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는 듯이 강조하고, 또 일반인들이 모르는 어려운 용어를 포진시켜 위화감을 조성한다. 사실 의대에서 쓰는 영어들 보면 그냥 우리말로 쉽게 해도 되는데 괜히 어렵게 쓰는 경우도 많다. (얼마전에 읽은 책에서는, 의사들이 자기들끼리 쓴 글자를 못알아봐서 처방이 잘못내려지는 의료사고가 빈번하다는 내용도 있었데..)


아무튼.. 우리는 ‘전문가’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에 대해 어렵고 복잡한 것이라는 착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Change ..

사용자 삽입 이미지

Change


키무라 타쿠야 주연의 ‘Change’라는 일본드라마가 있다. 역시 일본드라마답게 소재가 참신하다. ‘국회’가 배경 장소이고, ‘정치’가 주된 소재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서는 아버지의 직업을 자녀들이 물려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풍토가 강하다. 정치계도 예외는 아니라, 아버지가 정치인이라면 특히 국회의원이라면 아버지가 정계에서 물러날때 그 지역구를 아들이 물려 받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 ‘Change’는 아버지와 형이 비행기 사고로 죽는 바람에, 정치에 무관심하던 차남이 아버지 대를 이어 국회의원이 되고 우여곡절 끝에 총리대신, 우리나라로 치면 대통령이 되어서 새로운 정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다. 일본 또한 우리 못지않게 정치 불신이 만연한터라 이런 내용의 드라마가 나온게 아닌가 싶은데..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주인공이 총리대신 후보로 나와 다른 정치계 거물들과 TV토론을 벌이는데서 나왔다. 정치 초짜인 주인공은 어려운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거물들에게 매번 무시를 당하는데.. 한번 기회를 잡는다. 그리고 주제와 무관하게 대뜸 물어본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실 수 없나요? TV를 보시는 여러분들은 이해가십니까?”


국민들에게는 한평생 설명해도 이해하기 어려울거라고 이야기하는 정치계 거물들. 그러나 초등학생을 이해시킬 수 없는 실력이라면 그들조차 진정한 ‘정치’를 알고 있는게, 이해하고 있는게 아니라는 메세지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과연 ‘정치’가 무엇인지 초등/중학생들에게 쉽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


개론 수업은 대가들이 ..


괴짜 물리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로 유명한 리처드 파인만 박사. 그의 전문적인 실력을 보자면, 당연히 가장 어려운 물리학 수업을 하는게 맞겠지만 의외로는 그는 CalTek에서 학부 초년생들을 위한 물리학 개론 수업을 했었다.


어려웠냐고? 물리학 문외한이 보면 어렵다. 그러나 물리학에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 학생들이라면 쉽게 따라갈만큼의 난이도였다는데, 놀라운 것은 그 수업을 대학원 학생들이 청강으로 들었다는 사실이다. 유명 교수의 강의인 탓도 있겠지만, 쉽고도 잘 설명해준 탓이 아니었을까?


비단 리처드 파인만 뿐만 아니다. 제법 괜찮다고 알려진, 석학들이 머무는 학교들을 보라. 보통 개론 강의는 그 학부/분야에서 가장 정통한 교수가 하는 것이 일반적일테다. 어려운 내용을 배우기전에 맛배기로 배운다고 생각하는 개론들. 그러나 그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잘 설명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아야 한다.


초등학생을 이해시킬 수 있는가?


엘리베이터를 타고가는 1분여 동안 해당 프로젝트 기획안을 CEO에게 어필할 수 없다면 잘못된 기획안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봤을테다. 마찬가지로, 내가 이 분야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아는지,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는지는 이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가 없는가로 판가름 할 수 있다.


그저 유식해 보이는 전문 용어나 기호를 통해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전문가들은 정작 자신들이 모르는 게 들통나는 것이 무서워 그것을 감추기 위한 보호막을 치는 것과 같다.


남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별 의미없는 일이다. 나를 먼저 돌아보자. 괜시리 있어 보이고 싶어서 어려운 용어를 남발하며 복잡한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그건 ‘나도 잘 몰라서..’라고 고백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알아가고 배워간다면 항상 ‘초등학생에게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자. 그렇게 생각을 정리해가다 보면 ‘겉멋’에 빠지지 않고 그 분야의 중요한 핵심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P.S. 전문용어를 쓰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끼리, 선수들끼리는 그 내용을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이런 경우는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전문 용어를 권장하는게 맞다. 하지만, 그 전문 용어를 ‘이해’했는가? 라는 질문에서 초등학생에게 그 내용을 설명할 수 있는가? 없는가?로 진정 제대로 알고 있는가를 알아볼 수 있다는 의미로 전문용어 남발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을 취했다.

3 thoughts on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

  1. 범려

    어라!
    저도 오늘 오전에 4시간에 관한 책을 읽었었는데.. 써야지 하고 있다가
    방문 나가가지고ㅠ
    제법 흥미로운 책인거 같아요~

    근데 제가 학교다닐때 SCM을 배웠었는데 항상 어떤 개념을 엄마에게 설명하듯이 써라는 문제가 있었어요. 직접 해보시면 쉽지 않다는걸 아실꺼에요~

    전문가들끼리 자기들의 용어를 쓰면 같이 느끼는 바도 있고, 의사전달 과정에서 더 효율적인 면도 존재하는거 같아요.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할 줄 아는 전문가가 되면 좋겠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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