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현빈, 송혜교 주연의 ‘그들이 사는 세상’을 즐겨보고 있다. 원래 TV 잘 안보는데, 음악 때문에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고, 송혜교 때문에 ‘그들이 사는 세상(그사세)’을 보기 시작했고 이제 월, 화요일 저녁 정규 스케쥴이 되어버렸다.
그들이 사는 세상
시청률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딱히 대박 히트같지는 않아뵈는데, 뭐 무슨 상관일까? 내가 보기에 재밌으면 된거지. 이 드라마는 방송사 드라마국 PD들과 배우들,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드라마를 촬영하고 드라마 속 연예인들 곁에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TV 속의 TV 같은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제목만 보자면 왠지 일반인들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좀 비현실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현실적인 드라마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지 않나 싶을 정도로…
온에어 VS 그사세
이 드라마를 온에어와 많이들 비교하나보다. 사실 난 온에어를 보지 않았다. 인기가 많은 것 같긴 하던데, 어째 볼 시간이 없었다. 얼핏 듣기에 온에어도 방송국을 배경으로 했고 PD와 작가, 배우가 등장하고 이들간의 사랑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라고 들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온에어는 정말 드라마 같은 드라마였고, 그사세는 현실 같은 드라마였다는거?
그사세 중간에, 정말 어이없는 대사들이 많이 나온다. 드라마는 항상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우연찮게 만나게 되고 이 주인공들은 화장실도 가지 않는다며 한 조연출이 PD인 송혜교에게 그런 드라마는 찍지말고 리얼리티를 살리는 드라마를 찍으라고 한다. 그에 대한 송혜교 대답이 걸작이다.
그렇게 말하는 조연출이 나중에 PD가 되거들랑, 그때는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서로 엇갈려서 절대 못만나게 되고, 1시간 드라마 중에 중간 중간 주인공들이 화장실 들락거리게 하라고. 꼭 그런 드라마 찍으라 그런다.
드라마가 가지는 기본적인 한계에 대한 이야기를 던진게 아닌가 싶은데, 그런 대사 자체가 이 드라마를 더 현실감있게 만드는게 아닌가 싶다.
프로패셔널
이 드라마를 보면서 ‘프로’에 대해서 많이 배우게 된다.
누군가 온에어와 그사세를 비교하면서, 온에어에서는 배우가 사랑 싸움때문에 드라마 안찍겠다고 난리를 치고 현장을 책임지는 PD가 사고가 터졌는데 수습하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드라마 속의 인물들의 프로답지 못함에 대한 언급을 한 글을 보았다.
그런것에 비하면 그사세의 등장인물들은 정말 프로다움을 마음껏 뽑내고 있다.
제일 눈에 띄는 프로의식은 ‘책임감‘이다.
일전에도 글을 썼지만 프로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다. 내가 한 일,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 은근 슬쩍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나 모른척 하는 것은 프로의 자세가 아니다.
극중 여배우 어머니께서 둘아가셨다. 당연히 장례식장으로 달려가야 하겠지만, 스케쥴상 이번 촬영이 늦어지면 드라마 방송 차질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드라마 완성도를 떨어뜨리든지 아니면 방송 일정을 늦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그 여배우는 촬영을 하자고 한다.
괴팍한 성격에, 남성편력도 심하고, 아주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일을 두고서는 프로로써 자기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번째로 눈에 띄는건 ‘완성도‘에 대한 욕심.
마음에 드는 장면 촬영하나 하겠다고 수십번이고 그 장면 촬영을 반복한다. 스태프들의 반발이 생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다. 프로로써 자기가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의 드라마를 찍을 수 는 없다는거다.
늦가을, 초겨울에 여름씬을 찍겠다는 감독이나, 갈대가 가득한 촬영현장에 여름 분위기 나게 하겠다고 녹색 식용물감으로 그 많은 갈대밭을 녹색으로 물들인 조감독이나, 사실 뭐하는 짓이냐고 제정신들이냐고 반문하겠지만 이들에게는 그런 고생에 대한 불만, 귀찮음 보다 일에 대한 완성도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당신은 프로인가?
어디서 받았던 질문 중에 만약 CEO가 되었다고 할때 능력이 뛰어나지만 대인관계가 나쁜사람과 대인관계는 뛰어나지만 능력은 떨어지는 사람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물음이 있었다. 이 질문에 대해, 그 사람이 서야 하는 자리가 대인관계를 필요로 하는 자리라면 곧 대인관계 능력이 핵심 능력이니 그 사람을 뽑겠지만 그 이외의 경우는 대인관계는 떨어지지만 능력있는 사람을 뽑겠다고 답했다.
만약 관계 지향적인 조직이라면 대인관계가 좋은 사람이 남는 것이 옳을테다. 그러나 회사나 이 사회에서 존재하는 수많은 조직들은 사람 사귀는 것이 아닌 그들만의 존재 목적과 지향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런 기본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본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좋은 게 좋은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프로답게 사는 것이 최선인가? 그건 잘 모르겠다. 단지 그렇게 오래 삶을 살지 않았지만 착하고 순진한 아마추어들과 일하는 것보다 싸가지 없고 완벽주의자인 프로들과 일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 개인적인 결론이다. 특히나 그세사를 보면서 더더욱 그런 생각이 굳혀지는 것 같다.
프로는 단순히 좋은 정장에 금반지를 끼고, 남들 앞에서 유식하게 PT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고 전체 흐름에서 목표 지향적으로 움직일줄 아는 사람이다. 좋은게 좋은거로 지내는 것은, 그 당시에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흘러가면 목표를 잊어버리게 되고 이 목표에서 벗어난 조직에서는 모래위의 성처럼 좋은 관계가 지속될 수 가 없다.
그렇기에, 남들에게 그저 착한 사람으로 비춰지기보다 프로다움을 갖춘 사람으로 나는 남고 싶다. 마치 그사세 속의 싸가지들처럼 말이다..
그대들은 어떠한가?
그대들은 프로인가?
헐~
그세사 봐야겄네…
나는..남들에게 그저 착한 사람인것 같은데~
프로라~
아빠가 늘 얘기하시던, 전문가 시리즈? 아니던가?
살짝 고민하게 만드네 그려~
밥 잘 챙겨먹고,,늘 웃을 일만 가득하기…^^
울 누님 나름 프로페셔널 하신데..
그건 내가 보장하지.. 마냥 착하지만은 않다는.. 쿨럭.. =3=3
마음 심난. 이러면 안 되는데… 요즘 체력도 그렇고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 오전은 내 마음대로 오프다.
네 글 읽고 생각한다. 못 본 사이 많이 컸네…
멋지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저도 그사세에 울고 웃고 했었죠. 그들이 사는 세상이 내 세상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들었다는. 아, 이번에 노희경 작가님께서 새 책을 내셨더라구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이라구… 나문희씨도 무릎팍 도사에 나와서 이야기 하던데.. 노희경작가님의 데뷔작이 들어있다고 해서 저도 볼 생각이라는!!!!!!!
답글 다신거 보고 그사세 다시 시작했습니다. 며칠째 보는 중인데, 다시봐도 걸작이네요. 개인적으로 이 작품, 일본가면 먹힐꺼 같은데.. 진출했나 모르겠네요.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