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저격수의 고백 – 존 퍼킨스 지음, 김현정 옮김/황금가지 |
경제 저격수의 고백. 아주 오래전에 추천을 받았던 책인데, 이제서야 읽어본다. 2004년 출간되었으나, 이제는 절판되었다. 사서 보고 싶었지만, 구할 수 가 없어 결국 동네 구민 도서관에 들러서 빌려다 읽었다. (책이 이렇게 빨리 절판되기도 하나?)
역시나 이 책을 읽으면서도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매트릭스
먼저 영화 매트릭스가 떠올랐다. 마치 네오가 처음으로 ‘현실’을 알게 되었을때 처럼, 최근 음모론 책을 읽으면서 현재의 세상이 내가 보는 것과 실제의 모습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을 100% 진실로 보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아니다.
대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가 접하는 대표적인 언론의 이야기가 100% 진실이 아니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가 접하는 정보가 100%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기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 쉽게 무뎌지곤 하나보다.
그라민은행
그 다음으로 떠올랐던 것은 그라민 은행. 그라민 은행 관련 책을 읽을때, 세계은행에 대한 무하마드 유누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가난없는 세상을 위하여 by 무하마드 유누스 (2008.05)) 유느스가 그라민 은행을 설립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을 하고 있을때, 세계은행에서 자기들의 자금을 가져다 쓰라고 했단다. 그러나 유누스는 보기 좋게 거절했다. 이미 알고 있었던 걸까?
이 책에 등장하는 경제 저격수란, 국제 원조 형태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의 원조 자금을 받게하되 이 자금을 통한 프로젝트를 선진국 기업들이 담당하도록해 결국 그 나라에서 경제가 발전하는 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선진국이 대부분의 이득을 착취해가는, 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초기 작업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마치 007이나 스파이게임 같은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스토리. 그러나 이야기를 가만히 읽어보면 그럴듯해보인다. 아니 실제로 그렇게 일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하는 일이 그렇다. 그걸 저자처럼 뒤집어 보지 않고 포장해서 보고 있다는게 좀 다르다면 다르다.
부채
개발도상국이 갚을 수 없는 부채를 지워서 원하는 것을 챙기는 것이 선진국들의 돈 버는 방식이란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IMF 당시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이런 방법을 쓰지 않았던가. 단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나라가 빨리 벗어났다는게 좀 특이사항이지 싶다.
그래도 그들은 우리네 은행과 주요 기업들의 지분을 취득해서 왠만큼 목적은 달성했지 싶다. (이 이야기는 언젠가 한번 해보고 싶다. 최근 정부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들의 대출을 요구했는데, 은행권에서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난처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단다. 그 중 하나가 외국인 주주들이 그러지 말라고 했다는. 우리 나라에서 영업을 하는 은행이지만, 대주주가 외국인이면 그 은행은 우리나라 은행이라 하기 힘들다. 사실상 외국 은행이며 이런 은행들이 금융을 지배한다면, 결국 국가의 경제 영향력이 극도로 제한될 수 밖에 없다. 흔히 말하는 경제적 주권을 빼앗기는 것과 유사하다는…)
어쩌면 한 국가의 이야기도 아닌듯 하다. 미국 스스로가 자국민들에게도 이런 방식을 쓰지 않는가. 페니매와 프레디맥이 모기지 대출 상환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대출 이자를 좀 줄여주고, 덧붙여서 모기지 상환 기간을 40년까지 늘렸단다.
이제 사람들의 30년 소득으로 부족해서 40년 소득을 바탕으로 미래 유동성을 현재로 끌어다 놓으려나보다. 결국 이들은 절대 부채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테다. 부채라..
달러 문제
그리고 문득 달러 문제가 떠올랐다.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내는 나라다. 그래서 세계 최대 채무국임에도 당당하다. 갚는 것에 대한 걱정이 없다. 하지만, 기억하자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환금성을 상실한 달러. 무조건 찍어내기만 하는 이 달러가 만약 세계 시장에서 기축통화로써의 지위를 잃어버린다면, 세상은 무섭게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사과나무
그렇다고 오늘 사과나무를 심고 있는 스피노자를 말릴 필요는 없다. 세상이 혼돈 속으로 걸어가지만 그렇다고 내일 당장 지구가 멸망하지도 않고, 내일 당장 세상이 뒤짚히지도 않는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일도 해는 뜨고 세상을 잘 굴러갈 것이다.
단지, 그렇다고 해서 눈과 귀를 닫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좀더 많은 것들을 접하고 배우면서 역사를 꿰뚫는 혜안을 가지고 싶다. 그리고 그 정점에 서서 다시 이 세상의 흐름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