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또 무하마드 유누스의 책을 보고 있다. 이전에 읽었던 ‘가난없는 세상을 위하여 by 무하마드 유누스 (2008.05)‘를 쓰기 전에 썼던 자서전인 ‘가난한 사람을 위한 은행가’인데, 이 책에서 유누스는 세계은행에 대한 자신의 삐딱한 시선을 유감없이 쏟아내고 있다.
한 기자가 세계은행 강연장에서 유누스에게 만약 유누스가 세계은행 총재가 되면 뭘 하겠냐고 물었다. 그에 대한 대답 중에서 그는 맨 처음 세계은행 본부를 다카로 옮길 것이라고 했다. 왜냐면…
” .. 글쎼요. 세계 은행 총재께서 ‘세계은행의 가장 큰 목표는 전세계의 가난과 싸우는 것;이라고 했듯이, 내 생각엔 그러려면 우선 가난이 극심한 나라에 세계은행의 본부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매일 가난한 사람들을 접하며 지내다 보면, 가난한 사람들을 정말로 도울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게 될테니까요.
그래서 세계 은행 본부가 다카로 이전을 하면, 지금 세계 은행에서 봉급을 받는 5천명의 직원들 중 상당수가 틀림없이 세계은행을 그만 두겠지요. 본부가 다카로 옮긴 후에도 계속 남아 있는 직웓르에게도 다카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이링 여간 힘든 일이 아니고, 또 사교 모임도 재미가 없을 겁니다. 따라서 직원들 중 또 상당수가 일찌감치 퇴직을 하거나 다른 직종을 찾아나서겠지요. 자, 이렇게만 된다면 이중으로 이익입니다.
우선 첫째로, 가난이란 문제에 정말로 관심이 없는 사람은 은행을 떠나는 대신에,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직원으로 뽑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현지에서 직원을 뽑으면 생활비나 봉급 수준이 형편없이 낮기 때문에 굉장한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옵니다. 다카의 물가는 워싱턴 보다 무척 싸거든요.. ”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중에서..)
물론 전쟁의 지휘 본부가 현장과 거리를 두는 것처럼 무조건 현지로 들어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문제의 해결책이나 일을 한다고 할때, 현장을 떠나버린 해결책은 의미가 없다. 그런 점에서 유누스가 했던 이야기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
최근 들어 드는 생각이다. 자연재해나 대규모 사고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국민 성금을 모금하곤 하는데, 그런때마다 문득 ‘이 돈을 누가 어떻게 나눠주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얼핏 생각해봐도 돈을 나눠주기 위한 단체가 있을테고 일을 하기 위한 조직이 있을테다. 문제는 이 조직들이 효율적으로 움직이는지에 대해 의문이다. 과연 사람들을 돕기 위한 성금인지, 그 단체를 유지하기 위한 성금인지 알쏭달쏭하다. 그렇다고 그 성금이 어떻게 전달되고 어떤 일들을 했는지에 대한 보고도 없지 않은가?
유통구조 혁신으로 유통 마진을 빼서 가격을 확~ 낮췄다는 이야기는 쉽게 들을 수 있는데, 이런 원조/구호 부분에서는 중간 전달 단계를 확~ 줄여서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줬다는 이야기는 못듣게 되는지 모르겠다.
유누스가 기발하게 가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은행을 세웠듯이, 가장 효과적으로 원조/구호/성금 전달이 가능한 유통(?)회사를 설립하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이마트를 능가하는 유통 혁신을 보여줄만한 회사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