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미쳤어~♬ …’
공연을 마치고 문을 빠져나오는 내 귓가에 들려온 노랫소리… (극중에 햄릿을 보고 미쳤어 돌았어 라며 불렀던 노래를 개사한 작품이다;; 나오는 길에 한 아가씨 무리가 이 노래를 불렀다;;)
오늘, 대기업 다니는 여자친구 덕에 뮤지컬 ‘햄릿’을 보고 돌아왔다. 회사 직원에게 50% 할인해준다는 말에, 저렴하게 문화생활 해보자는 취지에서 혹~해서 달려갔는데. 장소도 국립중앙박물관의 극장 ‘용’이고 해서..
그러나 공연을 보면서 뛰쳐나가려는 여자친구를 붙잡느라 힘들었다.;;
딱히 뭐 이런 공연을 평가하는 평론가도 아니고, 우리는 일반 관객이고 말그대로 들리는데로 보이는데로 생각하고 느끼고 평가한다. 이 공연이 얼마나 유명한 것이고 대단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남들 이야기일 뿐이다.
모든 것을 다 제쳐두고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배우들에게 실망했다. 사실, 이 공연을 위해 다들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겠는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아마추어들에게나 통하는 말이다. 프로는 실수에 대해 비난 받는 것이 당연하다.
얼마전에 보았던 미라클(2008.02.18. 뮤지컬 미라클을 보고)과 너무 대비되었다. 물론 극장 규모 차이도 무시할 수 없거니와 작품 내용이나 스케일도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렇다해도, 시작부터 목소리 갈라지는건 뭐며.. 모든 노래를 그렇게 악을 써서 해야하는가? 듣는 사람 입장도 생각을 해줘야 하지 않는가.
무슨 일 때문인지 몰라도 대다수 배우들이 목 상태가 안 좋던데.. 그 상황에서도 무조건 소리를 내지르니 사실 듣는 입장에서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연기면에서도 미라클에서는 연극이라고 해도 될만큼 진짜 히로인이 바닥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연기했었는데, 이번 뮤지컬은 연기라는 느낌을 너무 확실하게 보여줬다. 대학교 동아리의 발표회 갔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다.
이렇게까지 혹평이 나오게된 이유 중에 또 하나는 배경이다.
무대 배경이.. 안좋다는게 아니라 너무 좋아버렸다. 내가 이제껏 본 공연 중에 무대 배경만으로는 최고 수준이다. 뒷 달 배경이라든지, 회상 신도 그렇고 나무도 그렇고, 아무튼 전반적으로 눈 앞에 보여지는 광경에 빠져들게 만들만큼 좋았다.
그런 이런 멋진 배경에서, 배우들이 최고의 실력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 보는 사람을 더 화나게 만들었다. 나가면서 5만원 노래 불렀던 아가씨들 마음이 이해가 간다. 그나마 우리는 할인 많이 받고 들어간게 좀 위안인가?
아니다. 나오는 길에 초대권 받아 왔다는 사람들 이야기 들으면서 땅을 쳤다.
우리도 초대권 받아 왔으면 좋았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