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 필립 피셔 지음, 박정태 옮김/굿모닝북스 |
정말 오랜만이다.
책 한권을 받아 들고서 이렇게 가슴이 콩닥거려보기도 오랜만이고, 책장을 넘기는 손이 떨려보기도 오랜만이다. 꼭 어디 동굴 속에 들어가서 몇 천년간 숨겨져 왔던 비급을 읽는 기분이 이렇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필립 A. 피셔. 워렌 버펫이 2 명의 스승이라고 칭했던 사람 중 한명. 그럼에도 그레이엄에 비해서 덜 알려져 실제 버펫을 가르치고 키웠던 그레이엄이 버펫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들 생각하지만, 지금의 버펫 투자 스타일을 본다면 절대적으로 피셔의 영향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껏 그레이엄과 비교해서 좀 차이가 나는 부분은 다 버펫이 생각해는 것인줄알았는데, 이제 봤더니 다 피셔 아저씨 생각이다. 이미 1950년대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책을 썼고 이것을 읽은 버펫이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투자해 성공한 것 뿐이다. 거의 맞아 떨어진다. 1964년부터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주회사로써 활동을 시작했으니깐,,
사실 처음 가치 투자를 접하고 버펫과 그레이엄에 대해서 알아가면 갈수록 미궁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버펫은 잘 안 가르쳐주지, 그레이엄은 투자에 대한 영감을 주는 것으로는 아주 좋았지만 그 세부적인 내용을 받아들이기에는 나와 괴리감이 너무 컸다. 그러던 찰라 버펫의 또 한명의 스승 피셔에 대한 이야기들을 접하게 되었었다.
일단 첫 시작부터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20세의 어린 나이에 스탠포드 MBA 에 진학한 그는 차가 있다는 장점을 활용 교수님과 함께 센프란시스코 주변의 기업 탐방을 자주 다녔다고 한다. 이 경험이 평생 그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사실 경영학은 학술적인 학문 분야가 아닌 경험과 사례가 똘똘뭉친 사례집 같은 분야다. 아는 것이 많다는 것은 곧 경험이나 사례를 많이 아는 것과 동일하게 취급된다. (대학교에서 다른 전공 졸업자임에도 CEO 들이 경영학 강의를 맡는 이유가 여기있다.)
피셔는 어린 시절 이미 기본기에 바탕을 둔 제대로 된 경영학을 배웠다. 거기에다 탁월한 직관력과 통찰력으로 투자에 눈을 떠버렸다. 자신이 뭘 하고 싶어하는지도 알았고 뭘 잘하는지도 알았던 그는 사상 최초로 투자 자문회사를 설립한다. 그게 시작이다. 1 인 기업으로 시작된 그의 회사는 15명도 안되는 투자자의 자산을 운용해 주는 일만 했다. 하지만 그 규모나 영향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나 보다.
이 책은 투자를 처음 하려는 사람에게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책이다. 단지 주식으로 돈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이 책을 사다본다는 것은 의미없는 짓이다. 책 서문에서 피셔의 아들로 밝히지만, 이미 50세의 나이에 알거 다 아는 피셔의 입장에서 쓰다보니 자세한 설명이 빠져버린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즉, 대충 알만한 사람 아니면 읽을 생각을 말라는 건데,, 피셔의 책을 읽기 위해서는 먼저 CEO 에 준하는 경영에 대한 안목이 필요해 보인다. CEO 처럼 경영을 해 볼 필요까지는 없다. 대신 CEO 들이 하게되는 중요한 고민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에 대해 고민할 줄 아는 센스가 꼭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여기에 등장하는 15가지 포인트는 아무 의미없는, 너무 당연한 질문이 되고 만다. 어떻게 보면 경영학 교과서 제일 마지막 부분에서 추상적인 설명할때나 등장할 법한 질문들이지만, 정말 회사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기업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가슴에 팍팍 꽂히는 질문이다.
워렌 버펫이 말했다. 위험은 모르는 것에서 생기는 거라고. 남들이 위험하다 그래서 위험한게 아니라 몰라서 위험한거다. 잘 아는 사람에게는 위험이 그만큼 줄어든다. 투자에서 위험을 줄이고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투자하려는 회사를 그 만큼 잘 알아야 한다.
참 나에게 소중한 책이 될 것 같다. 최근까지 많은 고민들이 있었는데, 내가 하던 고민들이 쓸데없는게 아니라는 것과 그런 질문들의 대답을 어떻게 구할지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필립 A. 피셔..
워렌 버펫이 직접 밑에서 배우지 않았지만, 책을 읽고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 스스이라고 불렀던 것 처럼, 나 또한 그를 스승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앞으로도 투자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게 될거고 그때마다 많이 막히게 될 때 책을 통해 필립 피셔와 함께 대화를 나눠야 겠다.
이제야 제대로 찾은 것 같다.
투자 분야에서 나의 스승이 될 사람이자 나의 롤모델이 될 사람을 말이다…
아, 감격..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