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경영학 by 매튜 스튜어트 (2010.07)

By | 2010년 8월 1일







위험한 경영학8점
매튜 스튜어트 지음, 이원재.이현숙 옮김/청림출판

위험한 경영학이라, 그보다는 Management Myth 라는 영어 원제목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우리가 알고 있던게 사실이 아니라는 스토리는 언제봐도 재미있고 사람을 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남이 잘되는걸 그냥 보면 배가 아파서 그럴까? 뭔가 음모가 있다거나 조작이 있어서 그랬다는게, 설사 사실이지 않을지라도 받아들이기 더 편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제목처럼, 그 대상을 경영학으로 잡았다.

2가지 스토리

책은 크게 2 가지 스토리가 이어진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와 테일러, 메이오, 피터드러커, 톰피터스, 짐 콜린스 같은 경영학 관련 인물들의 이야기를 엇갈리게 해놨다. 나름 극적인 효과를 노린 배열이지 않나 싶다.

#1 철학자, 경영 컨설턴트가 되다

철학을 전공하던 사람이, 자신의 본래 가야할 길을 가기전, 세상을 경험해보기 위해 이름도 생소하던 경영 컨설턴트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기대 이상의 월급과 생활을 누리긴 했지만, 원래 철학을 전공했던 탓에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듯 하다. 자신이 받는 대가에 비해 고객에게 해주는건 없다는, 마치 자신이 사기꾼 같이 느껴져 업계를 잠시 떠났다가 주머니 사정으로 다시 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컨설팅 회사라는게, 상위의 파트너들을 위해 펠로들이 일하는 방식이라 막상 파트너에 올라갈 길이 요원해진 시니어 컨설턴트들이 따로 회사를 만들곤 한단다. 마침 저자 주위에 새롭게 컨설팅 회사를 시작하는 무리가 있었단다. 처음에는 순수하게 좀더 민주적이고 정직한 컨설팅 회사가 생기려나보다 싶어 저자도 동참을 했었는데, 막상 몇 년 일하고 보니 자기들이 파트너 해먹고 싶어서 회사를 만든 사람들이라는 걸 알고 힘겨운 소송 끝에 아름답게도(?) 회사가 벼랑끝에 떨어지기 직전에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2 대중을 위한 경영대가들

테일러부터 시작이었다. 효율적 경영을 주장했던 테일러의 유명했던 철강제품 옮기기 실험을 조작이었단다.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인간중심 경영으로 파업이나 기타 산업현장의 동요를 피할 수 있다던 메이오의 주장 또한 실험 결과를 조작했단다. 이후 등장한 수많은 경영 대가라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대중의 인기를 얻기위해 그럴싸한 이야기를 했던 ‘인기인’이었다는 것.

모순

모순이라고 하는게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는데, 책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그리고 내용 전반에 대해서 계속된 의문이 정작 이 책의 저자는 사람들의 인기를 얻기위해 지나치게 비판적인 자세로 책을 쓴게 아닌가 싶었다. 책 마지막 부분에 아주 짧게 경영 이론, 주장들에 대한 자신의 짧은 소견이 적혀있었다.

“… 엘턴 메이오도 마찬가지이다. 그가 약속한 조직 과학은 사기이다. 그러나 경영에서 사람이 제일 중요하고 신뢰가 협동의 기반이라는 그의 주장은 너무나 옳다. 전략 이론가와 경영학의 대가들도 대체로 마찬가지이다 …”

좀 혼란스럽다. 메이오의 주장이 옳기는 한데, 그의 조직 과학은 사기였다는 건가? 다른 전락가나 경영학 대가들도 그들이 핵심적으로 주장했던 이야기는 너무나 옳은 이야기지만, 그들의 ‘과학적’ 이론은 사기였다는건가?

통찰력

저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경영 대가들의 통찰력은 인정하지만 그걸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던 시도는 바보같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소설처럼 테일러나 메이오의 실험 상황을 설명해주는 걸 보면, 정말 그들이 사기를 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테일러의 아이디어처럼 과학적인 관리를 통해 보다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건 이후 수많은 기업/산업 속에서 얼핏 얼핏 보여지지 않았던가?

특정 경영 기법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 그런 만병통치약 같은 경영 이론이라면 비판을 받아 마땅하지만 큰 그림 속에서 통찰력을 제공하던 그 수많은 대가들의 생각을 너무 값싼 것들로 매도하는건 독자 입장에서 좀 불편했다.

감정적 접근

저자가 경영 대가들에 대해 더한 적개심을 가지게 된건 유수 컨설팅 업체들의 잘못된 접근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사실, 컨설팅이라는게 엄청난 비용대비 효용을 가져다 주는건 사실이다. 단지, 그게 겉으로 보여지는 아름답고도 화려한 결과가 아니라 전혀 다른 결과이자 효용이라는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한참 여행을 다니던 시절, 터키에서 한 중견 기업 CFO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아시는 분과 이웃사촌으로 그냥 80년대 우리나라 옆집 마실가듯 놀러가는 틈에 끼여서 갔다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그때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 정말 비싼 돈을 주고 그닥 필요없는 맥킨지 컨설팅을 받았는데, 왜 필요없는걸 아시면서 컨설팅을 받으셨냐고 되물었더니, 그 컨설팅 결과 보고서가 있으면 자금 차입할때 신용 등급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서 전체 컨설팅 경비보다 더 많은 비용 절감이 가능한 탓에 컨설팅을 받으셨단다.

그랬다. 전략 컨설팅을 받았지만 실상을 컨설팅의 진짜 효용은 외부 신임도를 높이는데서 찾을 수도 있는거다. 아니면 경영진이 가진 의도를 객관화 시켜서 기업에 이식시키려 할때, 컨설팅을 활용할 수 있다. 거창하게 표현된 회사의 전략을 정말 이들 전문가 집단을 통해서 세워보겠다는게 아니라 그건 표면적인 이유가 실질적으로 다른 목적에서 활용하는 경우가 더 많지 싶다.

그런 곳에서, 철학을 전공했던 저자는 자신이 행하는 경영 컨설팅의 본질적인 목적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보면서 많이 실망을 했던 것 같다. 거기다, 정말 고객에게 도움이 되고 컨설턴트들에게 정직한 모범적 회사를 만들겠다고 모였던 독립군들이 알고 봤더니, 더한 독재를 꿈꾸던 사람들임을 알고 더 큰 충격을 받았지 않았을까? 그게 이 책 전반에 녹아들어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표출된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덕분에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알던 경영학에 대해서, 경영 대가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톰 피터스나 게리 하멜 등 일부 경영 대가들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아이디어에 대해서 도움을 받긴 했지만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필자 역시 물음표인게 많았었다. 단순히 대가, 전문가라는 이유만으로 무턱대고 믿고 보는건 위험하다는 것과 한 쪽으로 생각이 쏠리지 않게 옳고 그름, 찬성과 반대에 대해 좀더 균형있게 생각을 해야겠다는 각오도 다져본다.

경영학도라면 당연히 읽어봐야 할 책이고, 경영 대가들에 푹 빠져 사는 사람들도 읽어보라고 권한다. 읽고 기존에 알던 경영 대가들에 대해서, 경영 이론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P.S. 문득, 책에서 경영 컨설턴트들이 한 달 정도만에 각 분야의 전문가로 둔갑한다는 내용을 보면서 ‘4 시간(4시간 by 티모시 페리스 (2008.05))’의 저자 티모시가 떠올랐다. 그 책 속에 보면 컨설팅 회사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어떻게 하면 최단시간에 한 분야의 전문가(?)로 이름을 날릴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이 담겨져 있다. 장인(匠人)이 되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리지만, 전문가가 되는데는 3개월이면 충분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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