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다스리는 사람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 – 함규정 지음/청림출판 |
여름 휴가철도 다가왔고 해서, 쉬어가는 기분으로 심리학 관련 책을 들었다. 목차를 넘기는 순간, 만인들을 위한 책이지 않나 싶었다. 소심한 A형을 위한 것 같기도 하고, 대책없는 B형이나 O형, AB형을 위한 내용인 것 같기도 해보인다. 사람들에게 부담을 덜어주려 쓰여진 책인 만큼 책장도 수월하게 넘어간다.
비현실적인 심리학
편견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심리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왜 멀쩡한 사람을 한순간에 ‘병자’로 만드는지 모르겠다. 사람을 좀더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을 모르는바는 아니나, 이해를 넘어 치료/치유까지 해보이겠다는건 왠지 오만해 보인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치유는 보통 이상적인 자아, 인물을 설정해두고 그 기준으로 사람들의 상태를 평가해서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의도는 좋은데, 현실속에서 저런 이상적인 사람이 어디 존재하는가. 그리고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런 자아를 가진 사람이 행복한지 안그런지는 또 어떻게 아는가? 현실에 없으니 그저 추정할 따름일텐데, 어떻게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모든 사람들을 ‘병자’로 만들어가는지…
인정하고 받아드려라
이 책도 심리학 책의 일종인것처럼 보이긴 했는데, 다행히 그보다는 직장생활을 돕는 조언 정도에서 그치고 있어 읽는 동안 가졌던 약간의 불안감을 떨쳐주었다. 되려, 나만 그런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이런 감정에, 이런 반응들을 보이면서 살아간다는게 약간의 위로(?)가 되기도 했다. 책 내용도,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소심하게 다른 사람의 반응을 걱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느껴지는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감정 관리라는게, 그런거라고. 억누르고 숨기려는게 아니라 스스로 즐거운 감정 뿐만아니라 화가 나거나 슬픈 감정을 표현하고 배출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인상적인 사례들
불과 2일동안 지하철 통근길에 다 읽어버릴만큼 쉽게 읽혔던 책인데, 이런 가벼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은 다양한 사례다. 책 속에서 장자의 말 한토막과 카 레이싱에 대한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장자의 이야기는 “궁사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활을 쏠 때는 최고의 실력이 나온다. 일단 그가 우승하려고 활을 쏘는 순간부터 초조해진다. 상금이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그는 걱정한다. 그가 활쏘기보다 우승에 더 마음을 두면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그에게서 힘을 빼앗아간다”는 것. 카 레이싱은 경주로에서 이탈하기 싫으면 바짝 긴장해서 경주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하는게 아니라 내가 가야할 길만 집중해서 보면 된다는 것.
왠지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 묘한 깨우침을 주는 사례들이 아닌가 싶다. 다음에 글 쓸 일이 있으면 써먹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