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의 시대가 온다 by 안드레 타피아 (2010.07)

By | 2010년 7월 20일







포용의 시대가 온다6점
안드레 타피아 지음, 휴잇어소시엇츠 옮김/청림출판


책을 잡았으면 단박에 읽어버려야 한다. 두꺼운 책이든 얇은 책이든 규칙은 동일하다. 아무리 기록으로 남긴다해도, 시간이 지나면 너무 많은 부분이 잊혀져 내용을 기억하기 어려워지고, 전체적인 그림을 놓치기 쉬워진다. 특히 30대부터는 그 ‘망각’의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으름 탓에, 책을 잡고 언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보내버렸다. 참고서격인 서적이다보니, 직접적으로 적용하지 않는 이상 가슴깊이 와닿기는 어려운 법이니깐. 그렇게 잠시 머리 속에서 이 책이 잊혀져(?)갈쯤. 인터넷에 기사가 하나 떴다. ‘에이온, 휴잇 45억 달러에 인수하다’


역시, 투자자는 기업 이야기라면 눈이 번쩍 뜨이는 법이다. 그러고보니 이 책이 그 휴잇이라는 회사 파트너가 썼다는 것이 용케 기억이 났다. 도대체 어떤 컨설팅을 하기에 무려 1개 컨설팅 회사가 무려 5조원에 인수된단 말인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영역이란 말인가? 갑자기 엄청난 호기심이 발동했고, 그렇게 안 넘어가던 책장이 순식간에 넘어가버렸다. (뱀다리 .. 사람의 잠재력은 참 무한하다;;)


다양성


책의 핵심이다. 제목에서도 나타나고, 글로벌 휴먼 리소스 컨설팅이라는 이야기만 들어도 감을 잡을 수 있지 싶다. 글로벌하게 왕래가 없던 시절에는 나와 비슷한 경험과 문화를 공유한 사람들만 고려하면 됐다. 하지만, 세상이 너무 심하게 변해서 이제는 생전 듣도보도 못한 나라에서 살았던 사람과 함께 동료로 일을 해야하는 시대가 도래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기에, 여전히 자기 경험과 문화만을 바탕으로 남을 평가하고 판단하고 있다. 그 덕분에 글로벌하게 이루어진 조직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문제가 터지고 있다. 그 문제의 해결책은 보다 넓은 마음으로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이다.


요즘 그런 노력 안하는 회사들이 있겠는가만은, 막연한 생각으로 준비하는 것과 진정 글로벌하게 몸으로 부딛혀본 사람의 경험담을 듣는 것은 차이가 있어 보인다. 저자부터 남미 출신으로 미국에 유학길에 오른 외국인이었다. 특히, 미국인과 결혼까지 하면서 겪었던 경험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또한, 이 책의 특징이라면 상당히 파격적이라는 것. 외국인을 넘어서 게이, 레즈비언, 트래젠더까지 이전에 쉽게 언급하기 힘들었던 관계들까지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게이지수(동성애자 지수)


창조도시가 한참 유행할 당시 관련된 일을 하던 와이프에게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를 들었다. 도대체 이 도시가 얼마나 창조적인가를 평가하는 지표로 여러가지가 거론되고 있었는데, 그 중 게이지수(동성애자 지수)라는게 있다고 한다. 즉, 해당 도시에서 동성애자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평가해서 그 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창조도시라는 것.


그 만큼 다양성에 대해 개방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으니 창조적인 도전에 관대할 수 밖에 없지않냐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관련 업계에서 어느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듯해보였다.


김수현 작가


사실, 이 책을 처음 한국에 출간하려고 했을때 동성애에 대한 부분을 삭제하려고 했었단다. 보수적인 한국적 정서를 감안할때, 민감하기도 한 사안을 언급하는게 많이 부담스러웠고 저자에게도 양해를 구해서 한국판에서는 빠지는 걸로 가닥을 잡았었는데, 그 와중에 가족 드라마 한 편이 한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1990년대 초반 시청률을 싹쓸이 해버렸던 국민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를 시작으로 ‘목욕탕집 남자들’, ‘사랑과 야망’, 내 남자의 여자’, ‘엄마가 뿔났다’ 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쏟아내셨던 김수현 작가의 신작 ‘인생은 아름다워’가 한국 공중파에서 금기시 되던 동성애 이슈를 끄집어 냈다. 일각에서는 결국 다시 이성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돌아가는 스토리 아니겠냐는 이야기도 들려오지만, 필자가 보기엔 그럴의도는 전혀 없어 보였다. 누구나 알지만 말로 옮기지 못하는 이슈를 직접 거론하고 정면돌파하는 심정으로 사회 전체에 ‘포용’의 해결책을 보여주고 싶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극이 한창 진행 중인데, 처음에는 극중 인물처럼 어색하고 부담스러움의 극치였지만 어느 순간엔가 그저 그렇게 지켜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면서  미디어의 파워가 참 무섭다는게 실감났다.


옳고 그름이 사라져 가는..


책을 덮으면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세상에서 ‘절대적으로 옳다’는 이야기는 속좁고, 꽉 막혔고, 세상의 가치를 파괴하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절대적인 가치보다는 상대적으로,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럴 수 있고 저런 관점에서 보면 저럴 수 있다는게 ‘정답’이 되어가는 모습이 참 씁슬하게 남는다.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선인지.. 결국 역사의 흐름은 피할 수 없는건가?

2 thoughts on “포용의 시대가 온다 by 안드레 타피아 (2010.07)

  1. Playing

    안녕하세요 ~ 좋은 소개 글 잘 봤습니다

    사실 인간이라면 자신이 속한 그룹(단체)의 입장에서 다른 그룹들을 바라보는
    방향성이라는 게 생기다 보니 상대적인 관점이 주목 받는 거 같네요

    뭔가 생각할 꺼리가 마구 생기는 거 같네욤!

    인식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는 건 절대적인 거 같아요~ㅋ

    (농담 반 진담 반)그리고 인식에 수준 차가 존재해서 낮은 인식은 자기 자신만 보이지만 점점 올라갈수록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고.. 단순한 상대주의 적인 관점에서 서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어떤 바른 길로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시작은 다르더라도 그 바른 길로 가는 방향은 비슷해서 결국은 옆에서 모두 같이 걷게 되는 걸 꿈꾼답니다!

    1. man

      요즘 이슈가 되고있는? 되었었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상대주의와 절대주의에 대한 상황을 극명하게 잘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상대주의 사고가 만연한 상황에서의 바른 길이, 어떤 상황에서도,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바른길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쉽지않은 고민거리를 안겨주는 책인것 같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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