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 안철수 지음/김영사 |
이젠 온갖 바이러스 백신들이 난립하고 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바이러스 백신 = 안철수 연구소 V3’였다. 삼국지, 프린세스메이커, 심시티, 대항해시대 같은 주옥같은 게임들을 즐기기 위해 잘 모르는 친구들에게 플로피디스크를 받다보면, 알게모르게 치명적인 컴퓨터 바이러스들도 따라오곤 한다.
이때,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라 고장나면 무조건 포맷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날 친구들을 통해 V3라는 신통한 치료제를 알고나서는 먼저 치료를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포맷을 했었다. 이후, 컴퓨터에 가장 먼저 설치하는 프로그램이 되어버린, V3. 이번에 읽었던 책은 그 V3를 개발했고, 성장시켜온 장본인, 안철수 교수님의 회사 설립 및 운영 좌우충돌기였다.
존경받는 기업인 – 안철수
괜시리 붙은 별명(?)이 아닐테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기업인이 존경받는다는 것 자체가 그리 일상적인 일은 인다. 유교 문화권에서 상공인들을 천시 여겼던 탓일 수 도 있고, 정경유착의 한 고리를 담당했던 전력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면 경제 발전 과정에서 노동자 착취의 주범이었기 때문에 그럴지도. 어쨓든 우리내 주변에서 기업인이 성공한 사람으로 부러움의 대상이 될지는 몰라도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차례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선정되었다는 건, 역시 남다른 기업인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돈을 받고 팔 수 있었던 소프트웨어를, 국가 전체의 이익 관점에서 무료로 배포했고 해외 유수 기업에 매각하고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었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실익을 따져볼때 기업 매각은 최선이 아니라는 판단으로 거절했다는 이야기는 그냥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립서비스가 아닌 진심이 우러나는 이야기다. 그런 경력(?)들이 쌓여 10여년 밖에 안되는 짧은 역사를 가진 기업의 CEO가 유수 기업들의 CEO를 제치고 한국에서 대표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부상하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기본에 충실한 CEO – 바둑이야기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돌아가는 길보다는 좀더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을 애타게 찾는다. 공부를 해도 시험에 나올 부분을 중심으로 공부하려 하고, 기술을 배워도 눈에 띄는 화려한 기술을 배우려고 할 뿐 대다수 사람들이 이 모든 일의 바탕이 되는 기본기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의 주인공 ‘안철수 교수님’의 대학교 일화가 눈에 띄었다. 철저하게 원칙 중심으로, 기본에 충실한 회사를영하려 했던 저자의 성격이 여실히 들어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저자는 취미 생활이 바둑이었단다. 보통 바둑을 배우면 기본적으로 책이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규칙을 익히고 가볍게 방법들을 익힌다음, 실전을 통해 실력을 쌓는다. 하지만, 저자는 바둑을 시작하기전 엄청난 양의 바둑 서적을 독파해버렸다. 이미 머리로는 ‘고수’라고 해도 될만큼 말이다. 물론 실전과 이론은 다른만큼 초반에 고전을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곧 이론에 실전 경험이 접목되면서 순식간에 실력이 늘었단다. 마치, 무술을 익히는 사람이 먼저 무술비급에 나오는 내용을 숙지한 다음 다양한 변초를 구사하듯 말이다.
명확한 존재의 이유, 영혼이 있는 기업
장기적으로 생존할 회사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 회사의 말단 직원을 붙잡아 놓고 회사가 추구하는 비전, 목표, 가치관 같은 걸 물어보는 것이다. 이건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쉽게 이런 걸 고민할 정도라면 이미 회사가 생존에 대한 고민에서는 어느 정도 빗겨나있다는 것으로 볼 수 도 있고, 말단 사원에게 조차 인식될 정도로 명확한 목표를 가진 집단이라면 비전이나 목표가 잘못 설정되서 실패하는 경우는 있어도 달성하지 못해서 실패하는 일은 없을테니 말이다.
유명한 사람이 CEO로 왔다가 그 사람만 사라지만 무너지는 회사와 달리, 명확한 비전과 전략, 전술을 갖춘 기업은 연속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그러기에, 장기 생존을 위해서 이런 비전이나 전략 설정이 너무나 중요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돈을 버는 행위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너무나 많은 기업에서 무시당하고 있다.
기업은 돈을 벌기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그 나름의 존재 이유, 존재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못한 기업, 조직은 시간이 지나 시련이 닥치거나 승승장구해서 너무 잘나가게 되는 그 시점에서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잘못된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CEO라면, 저자처럼 심도있게 비전과 전략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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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오래된 책이기도 하거니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들이라 이전에 많이 들었던 내용들이 많았지만 역시나 기본에 충실하라는 충고 속에서 기업을 경영하는데 있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또한 한 사람의 삶에서 비전과 목표, 사명감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새삼 깨달을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