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실패 – 로렌스 G. 맥도날드 외 지음, 이현주 옮김/컬처앤스토리 |
2008년 9월 15일. 15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4위 투자은행이 파산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 불리는 전세계 금융위기의 티핑포인트가 되었던 그 사건에 대해 회사에 머물렀던 한 트레이드가 나직히, 그러나 분노에 찬 목소리로 실상을 고발하고 있다.
리만 브라더스
한때 산업은행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로 활용하기 위해 야심차게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었던 리만 브라더스는 1844년 미국으로 이민온 Henry Lehman이 뒤이어 이민온 그의 형제 emanuel Lehman과 창업하면서 시작된 회사다. 처음에는 목화관련된 사업을 하던 기업이었다. 부가적인 일로 목화 거래를 했었는데 이게 짭짤하다보니 1855년부터 목화 거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면서 트레이딩/브로커리지 기업으로써의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과욕
책을 덮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적어도 이 책은 음모론에 관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저 역사적으로 항상 있어왔던 소수의 옳지 못한 경영진 때문에 파산한 비운의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정도.
150년도 더된 역사를 가졌던 리만 브라더스는 1980년대 중반이후 부터 구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인물들에 의해 계속 경영되어 왔었다. 근 20년 넘게 주변의 이야기라고는 들을 줄 모르는 경영진들이 자신들이 꿈꾸는 투자은행을 만들기위해 부단히 노력한 끝에 역사상 유래없는 엄청난 규모의 파산을 맞이하게 됐고, 덕분에 전세계가 제대로된 금융위기 폭풍을 맞이할 수 있었다.
만약 경영진들이 조금만 욕심을 줄이고 주변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 책의 저자가 말한 것 처럼 마지막 순간에 부시 대통령이 전화를 받았다면 아니면 폴슨 재무장관과의 저녁 식사에서 좀 다른 내용의 이야기가 오갔다면 리만 브라더스는 여느 투자은행들처럼 건재해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굳이 책에서 교훈만 뽑아내자면, 욕심을 버리고 (캐피탈 그룹 창시자 말 맞다나 마지막 2% 수익까지 다 먹겠다고 욕심을 부리지 말고..) 겸손하게 살자 정도가 되려나?
부가적인 즐거움 #1 투자은행 엿보기
이 책은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 스토리를 접할 수 있는 것 이외에 필자에게 2 가지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하나는 투자은행의 속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것.
물론 이 책 속의 내용이 투자은행의 전부도 아니고 모두가 객관적인 진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저자의 주관이 깊숙히 개입된 편향적인 시각의 단편적 정보라곤 하지만 그래도 투자은행에서 어떻게 돈을 버는지 간단하게나마 엿볼 수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방식으로, 투자하려는 항공사의 다음날 퍼스트 클래스 아침 식사가 뭔지 알 정도로 빠삭하게 기업을 파헤쳐서 정밀하게 분석한 다음 단호하게 결단을 내리고 매수를 하든 매도를 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처럼 자기내도 잘알지 못하는 상품을 마치 무위험 고수익 상품인냥 판매한 여느 무식한 회사 같은 모습도 있었다.
유명 MBA를 졸업하고 엄청난 연봉을 받으면서 회사를 다니지만 알고보면 그들 중 다수가 월급받고 회사다니는 직장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투자은행이 돈을 버는 방법.. 정말 얍실하다..
부가적인 즐거움 #2 꿈은 꿈꾸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다!
이 책의 두번재 즐거움은 저자가 월스트리트까지 진출하게된 일련의 스토리다. 책 전반부를 읽어보면 너무나도 막연해 보이는 꿈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어가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 (자신의 환경이나 신세를 한탄하며 꿈을 포기하는 이들에게, 한 번 읽어보고 권하고 싶다.)
그 스토리 다 쓰려니 너무 길고 요약하면, 부유한 어린시절을 보내던 저자는 부모님 이혼으로 열악한 환경의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고 여기서 좀 사는 바람에 학업에서 친구들에 비해 많이 뒤쳐지게 된다. 나중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지만 이미 돌이키기 힘든 강을 넘었고, 결국 원하는 대학이 아닌 자신을 받아주는 대학을 찾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리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수없이 이력서를 쓰고, 담당자들을 만나기위해 무작정 돌진, 변장/분장 등 안해본 것 없는 짓 다해보다가 학벌이나 다른 걸로 안되니 영업력을 증명해 보자는 생각에 한 햄(?) 파는 회사에 취직해서 거기서 나름 인정받는 사원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꿈이 있었던 탓에 고액 연봉 제시를 뿌리치고 월스트리트에 가려고 준비하는 친구들이 몰려있던 아이비리그 학교 근처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무작정 자격증 시험 준비해서 여기저기 다시 찔러대기. 결국 한 곳에서 출근 허락을 받았고, 탁월한 영업력으로 돈 잘벌고 살았다. 그러다 시대 흐름을 읽고 인터넷으로 채권 정보를 제공하면 돈 되겠다 싶어서 회사 하나 만들었고, 나름 공신력있는 채권 정보 사이트 만들어서 모건 스탠리에 거액을 받고 팔아 먹었다. 그리고 잘먹고 잘살았으면 될텐데, 끝까지 월스트리트 미련을 못버리던쯤에 친구가 리만 브라더스 이사(?)였는데, 채권 잘 하니깐 트레이더로 와라~ 그래서 결국 월스트리트에 진출했단다.
드라마같은 스토리다. 하지만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대로 꿈이 이루어질 수 는 없다. 하지만 꿈을 버리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꿈이 현실이 되는 기회를 맛 볼 수 있다. 꿈은 오직 꿈꾸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
저자의 삶도 재밌었고 또 금융위기 절정(?)이라고 볼 수 있는 리만 브라더스 파산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다. 하지만 투자은행을 엿본다는 측면에서는 정말 살짝 간만 본 것 같아서 다른 책을 더 찾아 읽어봐야할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니 투자전쟁이나 라이어스포커를 추천하던데.. 조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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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되실 때 들러서 살펴주시면 더없이 감사하겠습니다.
설연휴가 짧아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남네요.
그래도 시작하는 한해는 아직 무지 많이 남아서 다행이에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