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전쟁 by 신장섭 (2009.12)

By | 2010년 1월 25일







금융 전쟁, 한국경제의 기회와 위험10점
신장섭 지음/청림출판


저자 신장섭 교수님이 쓰신 책 또는 칼럼의 주제를 딱 2 글자로 표현해보라면 ‘중용’이 아닐까 싶다. 사전적 의미로는 ‘지나치거나 모자라지도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아니한,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라는데, 경제를 대하는 저자의 주관이  이 ‘중용’이 아닌가 싶다.

흑묘백묘

‘흑묘백묘’라고 쥐잡는 고양이가 흰색이면 뭐하고 검은색이면 뭐하겠는가. 쥐 잘잡으면 그만이지. ‘현실 경제’만 놓고 이야기하자면 가장 좋은 경제학 이론은 ‘현실 경제’를 잘 이끌면 그 뿐이다. 그 뿌리가 시카고 학파면 어떻고, 케인즈면 어떻단 말인가. 하지만, 묘한 자존심 싸움인지 아니면 이론에 대한 확신 때문인지는 몰라도 계속 사람들은 편가르기를 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한다. 이런 현재의 한국을 향해 저자는 ‘중용’의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권하고 있다.

사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자유 시장에서 합리적 인간이 의사결정’을 한다는 전제로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이론들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처럼 철옹성 같지 않다. 모든 이론이 장점도 있지만 그에 따른 단점도 많다. 현실은 완벽한 자유시장도 아니거니와 합리적 인간은 컴퓨티 인간이 나오니 않는 이상 존재하지 않으니, 전제에서 부터 삐그덕 거린 이론에 결점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그런 결점 때문에 이론을 무시하고 지나치기보다는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만 차용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5대 전제 ..

나름 요즘 통용되는 금융에 관한 여러가지 전제 중 저자가 5 가지를 뽑아서 정리했다. 이제껏 우리가 들어왔던게 100% 사실이 아니라고. 왠만한 이야기들을 다 이 전제들을 기반으로 시작했을텐데, 이게 틀렸다면 그 다음에 대한 접근은 수정이 불가피 할테다.

1. 투기가 펀더멘탈을 움직였다고? 천만에 펀더멘탈이 꼬리고 투기가 몸통이라네.
2. 돈이 신흥국으로 몰린다고? 천만에 돈은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흐른다네.
3. 잘몬된 정책이, 사람들의 실수가 버블을 만든다고? 천만에 자본주의가 원래 버블의 역사라네.
4. 음모론, 그거 다 뻥이야? 천만에 음모론 중에 괜찮은게 실제 사실에 더 다깝다네.
5. 국가 경제, 숫자 맞추는게 중요하다고? 천만에 투자자들은 자산가치에 관심있을 뿐이라네.

뭐 그렇게 틀린이야기도 아닌듯 싶다. 버블의 역사, 자본주의가 어디가는 것도 아니고, 음모론 중에 나중에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도 허다하게 많지 않던가. 단지 저자의 이야기처럼 그 많은 음모론 중에 진짜를 골라내야 한다는게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겉으로 들어난 ‘사실’이 ‘100%’ 진실은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업이 될테다. (사족이지만 요즘 읽고 있는 ‘상식의 실패’에서 리만 브라더스 파산의 뒷이야기를 훔쳐보는 중이다. 역시, 여기도 음모론이 겉으로 알려진 사실보다 더 현실감있게 느껴지는건 왜일까?)

어쨓든 이 전제 뒤집기를 바탕으로 저자는 ‘중용’이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중용 ..

전제가 부실한 상황에서 특정 이론만을 신봉해서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보다 5대 전제 뒤집기처럼 한국의 경제 현실을 제대로 뒤집어 놓고 살펴본 다음 한 가지 이론에 의존하기보다 (하나로 충분하다면 상관없겠지만, 아직 경제학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수준의 이론은 없는게 아닌가 싶다.) 다양한 이론에서 가장 ‘실용’적인 결론을 끌어내는게 우리가 나아가야할 중용의 길이다.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자는 핵심적으로 3 가지 이슈만 언급했다. 이전 책에서도 어느 정도 이야기가 있었고 여기저기 칼럼에서도 읽어볼 수 있던 내용이라 새롭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시 읽어보면서 이런 경제정책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환율에 대해서는 100% 시장에 맡기거나 정부가 100% 통제하는 극단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싱가폴 정부처럼 ‘바스켓 제도’를 운영하는게 어떻겠냐는 충고부터, 산업과 금융 자본에 대한 중용, 중진국 발전의 중용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고, 왠지 ‘거봐 나 뭐랬어, 내 말 맞지?’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것 같다.

활용 ..

책을 덮으면서, 경제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되지만 그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진정으로 필요한 능력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다.

사실, 요즘같은 시대에 태어난건 정말 행운이다. 인터넷 덕분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석학/대가들의 의견을 몇권의 책, 몇 번의 클릭으로 접할 수 있다는건 대단한 행운이다. 그렇지 않았지만 자칫 수십년을 투자해야 겨우 도달할 수 있을법한 결론을 순식간에 훔쳐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모든 이론이나 지식들이 현실에서 다 유용한 것은 아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지도자들을 보면 석학/대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석학/대가들보다 더 큰 결과를 만들어냈던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문제는 활용하는 능력이다.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않고 적절한 기준선에서 다양한 양질의 지식/이론을 잘 활용하는 능력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길러야할 능력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전에 접하던 것과는 다른 한국 경제에 대해서, 패러다임에 대해서 들어볼 수 있는 책이다. 강추!

P.S. 혹 책의 속 내용을 살짝 훔쳐보고 싶다면.. 미래전략 연구원 웹사이트를 추천한다. 책 내용 일부를 요약해서 칼럼 형식으로 연제 중이다~!

http://www.kifs.org/contents/sub3/trand.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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