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룡의 고수는 확신으로 승부한다 – 이금룡 지음/물푸레(창현) |
1999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하루 100명이던가? 아무튼 여러명에게 10만원 상품권을 살포하던 이벤트가 있었다. 신규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였는데, 자기가 가입하면 한장, 그리고 주변 지인들을 소개해서 추천인 등록이 되면 또 한 장의 추첨권을 주고 당첨되면 10만원의 상품권을 받았다. 의외로 당첨률이 높아서 필자도 한장 받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면 정말 탁월한 마케팅이 아닐 수 없었다.
탁월한 옥션 전략 ..
옥션은 중고 상품을 거래하는 쇼핑몰로 국내에서 그닥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블루오션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당연히 판매자도 없고, 구매자도 없는 상황. 어떻게든 시장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광고를 하기보다 해당 쇼핑몰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을 구매자들에게 대량 살포한 옥션. 상품권을 받아든 사람들로써는 현금화 할 길도없으니 거기서 물건을 살 수 밖에 없었다. 사려는 사람들이 돈을 들고 기다리는데, 판매자들이 그냥 보고 지나칠리가 없다.
당시 필자가 샀던 상품들은 지금 생각해보면 살만한 것들이 아니었다. 경품으로 따라오던 시디 몇장에 오래된 책 몇권을 샀었는데, 그냥 내 돈 주고 사라고했으면 못샀을 제품들을 써야하는 돈으로 막 샀던 것 같다. 이렇게 사람들이 물건을 사주니 판매자들이 몰려들고, 물건이 늘어나니 사려는 사람들이 다시 늘어나는 네트워크 효과를 불러왔다. TV 광고비보다 적은 비용을 아주 효율적이고도 알차게 잘 활용한 케이스였다.
고수 CEO, 이금룡
이번에 읽은 이 책의 저자가 바로 이 옥션을 이끌던 이금룡 사장님이셨다. 삼성물산에서 TESCO, 홈플러스와 삼성몰을 맡으셨고, 옥션으로 이적, 그리고 이니시스에서 넷피아, 이제는 코글로닷컴의 회장까지 온/오프라인 유통 분야에서 굵직굵직한 일들을 하셨던 베테랑 CEO.
나이에 걸맞지 않는 파격적이 행보가 인상적인 분이다. 비록 결과가 좋지는 않았지만 이니시스에서 ‘온캣’을 오픈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전자 결제 시스템 회사가 쇼핑몰이라니. 뭔가 맞지 않는듯 하면서도 옥션과 G마켓을 인수한 이베이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페이팔이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이니시스와 오픈마켓플레이스는 시너지효과가 엄청날 수 있다는 점을 쉽게 유추해볼 수 있는데, 작은 회사에서 시도하기에는 버거운 도전이었음에도 무섭게 일을 추진하신 것 같았다.
그런 경험들을 모아서 총 9 가지 CEO가 기억해야할 중요한 요점을 책으로 정리했다. 쉽게 쓰여진탓에 금방 읽을 수 있지만 가벼이 넘길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불황이 닥쳐왔을때 생존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구조조정이나 비용절감을 외치며 생존에만 집중하는 회사는 되려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언급이라든지, 기업 비전에 대한 중요성, 리더는 곧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역할이라는 언급 등 실제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에게는 매번 벽에 붙여놓고 참고해야하는 내용들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