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리형 저축보험, 과연 ..

By | 2009년 10월 1일

왠만해서는 전화나 문자로 오는 금융상품 소개는 무시하는 편인데, 비과세에 금융권 최고 금리 복리 상품이라는 이야기에 귀가 팔랑 거렸다. 복리라는게 크지 않은 금리 차이에도 나중에 엄청난 결과 차이를 보이는 녀석이라, 완전 혹해서 열심히 상담을 받았다. 그러나,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복리형 저축보험

필자가 소개받았던 상품은, 대략 5%가 넘는 금리에 비과세라고 했다. 나중에 연금으로 생각하고 넣어도 좋을꺼라는 설명이 있었지만 원체 의심이 많은지라 이것 저것 좀 꼬치꼬치 캐물어보고 직접 계산도 해봤다. 확인차 상담원과 통화를 하면서 필자가 계산한 금액이 맞냐고 물었더니, 어랏? 차이가 제법 난다. 계산 실수인가 하여 다시 계산해봤지만 내 계산이 맞는데.. 다시 물어봤다. 뭐냐고. 그에 대한 상담원의 설명을 듣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보험에는 사업비라는 것이 있다. 보험 구조상 FP들이 보험을 판매하고 나면 그에 대한 수당이 지급되는데, 만약 중간에 가입자가 해약을 해버리면 이 수당이 회사에게는 ‘억울한 손실’이 되고 마는탓에 이걸 가입자의 보험금에서 비용으로 처리해서 가져간다. 그 외에 부수적인 것 까지 포함해서 ‘사업비’라는 명목으로 비용을 가져가는데, 이런 저런 질문 가운데 나온 상담원의 답변으로는 대략 3년 정도(더 길수도 있는 것 같았다) 지나야 사업비용 나간거 회복하고 그제서야 원금에서 복리로 수익이 쌓이기 시작한단다.

Snow Ball

혹, 읽어봤는지 모르겠다. 워렌 버펫의 자서전으로 알려진 ‘SnowBall’이라는 책. 필자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워렌 버펫을 조금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제목을 보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을테다. 눈덩이를 뜻하는 Snow Ball은 워렌 버펫이 주장하는 장기투자의 핵심인 복리 효과를 설명하는 도구다.

언덕에서 눈덩이를 굴릴때, 눈덩이가 최대한 커지게 하는 방법은 최대한 길고 완만한 경사의 언덕을 찾아서 그 꼭대기에서부터 작은 눈덩이를 굴리면 된다. (물론 시작부터 산만한 눈덩이를 만들 수 있다면 굳이 언덕이 길 필요는 없다) 워렌 버펫이 처음 주식을 알았던 11살 이전의 삶은 헛살았다고 표현할만큼 그는 눈덩이를 일찍 굴리는 것에 집착했다. 복리 마술 때문이었다. 복리라는게 처음에는 별거 아니지만 나중에는 1~2년에 수익률이 몇 십, 몇 백, 몇 천 퍼센트 차이가 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위 복리 상품을 직접 계산을 해보면, 매년 1,000만원씩 20년동안 5% 복리로 투자를 하게되면 20년뒤에 받게되는 금액은 원금 2억을 포함한 3억 4,720만원 정도이다. 하지만, 초기 3년 동안 아무 이자없이 원금 1,000만원만 들어가고 4년차부터 5%의 이자가 복리로 붙어가는 걸로 계산을 해보면 최종 원리금은 3억 15만원 정도. 그런데, 그냥 20년동안 단리로 1,000만원씩 투자해도 최종 원리금 3억 50만원을 받을 수 있으니 .. 왜 굳이 20년 복리 저축형 상품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과세 부분에서 우위에 있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런 부분은 좀 건전한 저축은행의 예금 상품을 통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갈수록 세상이 복잡해진다. 자세히 모르면, 잘 따져보지 않으면 어느 순간 혹~ 해서 그럴싸한 이야기에 넘어갈지 모른다. 더 많은 걸 아는 것도 좋지만, 내가 정확히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알고 구분해 둘 필요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6 thoughts on “복리형 저축보험, 과연 ..

  1. 날건달

    보험 상품의 사업비는 투자자 입장에서 정말 아까운 것이 사실입니다. 투자 원금에서 사업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가지고 5% 금리에 복리를 적용하니까 은행 예금과 별 차이가 없게도 보입니다.

    하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인 경우에는 얘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보통 15% 정도 떼는 세금을 무려 38%넘게 떼기 때문에 비과세는 무시할 수 없는 매력입니다.

    1. man

      매년 금융소득이 4천만원이 넘는 분들에게는 의미가 있는 상품이 되는가요? 경험이 없어 그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너무 요원한 일이라..

  2. comanie

    검색타고 들어왔다가 정리된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전화통화중에 그렇게 꼼꼼하게 계산하기가 쉽지 않은데, 대단하신걸요?!
    제 경험으로는 그렇게 온 전화의 상담원들은 뭘 물어보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은행으로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시면 더 정확’하다고 얼버무리는 경우도 적지 않더라구요..
    아무튼 각종 보험상품(실비보험과 여행자보험을 제외하고^^)에 회의적이라.. 저축보험 생각도 접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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