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열정에게 보내는 젊은 구글러의 편지 by 김태원(2009.09)

By | 2009년 9월 27일


다니는 회사 근처 구 도서관에서 이 지역 주민이 아니라도 책을 빌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명함만 있으면, 한번에 2권은 빌려준다는. 특히, 직장인들을 위해 밤 10시까지 도서관을 운영한다고 했다. 도서관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도서관에 비치된 책을 넘겨받아 빌려볼 수 도 있고, 여러모로 쓸모가 많을 것 같아 잠시 들렀다. 그리고 몇 칸 안되는 서고(장서)에 들러 책들을 훝어보던 중, 낡은(?) 책 한권이 눈에 뛰었다.

젊은 구글러 ..

책이 상당히 낡아 보여서, 오랜 된 책인줄 알았다. 평상시 좋아핬던 기업, ‘구글’ 이라는 단어가 보여서 책을 뽑았는데 많이 들어보았던 책이었다. 국내에서 정직원으로 학부생을 잘 안 뽑는다는 구글에 단박에 입사한 사람으로 많이 알려졌고, 인재 관련된 다큐멘터리는 물론 강연에도 자주 등장하는 ‘김태원’씨의 책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빌려다 읽었길래, 2007년 6월 출간인 책이 10년은 더된걸로 보이니..

주말에 쉬는 동안 읽을 생각을 책을 뽑아 들었다. 일단 저자 약력이 첫장 왼편에 보이는데..
제길.. 동갑이다. ㅠㅠ 1년 재수한 00학번이라고.. 역시, 여기저기 고수들 천지다.

경험

책장은 생각대로 역시 쉽게 쉽게 넘어갔다. 마케팅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책이 다 그렇듯이 읽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느껴진다. 아니면 워낙 뛰어난 스토리텔러라서 그럴지도 모르고. 주된 내용은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회고로 이뤄져있다. 대학교부터 구글입사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군더더기 없는 말투, 그러나 힘이 넘치는 목소리로 읊어주고 있다.

혹자들은 수차례 공모전에 입상한 저자의 노하우를 엿보려고 이 책을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에 관한 이야기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은 ‘경험’이었다. 신문 기자 경험이라든지, 기업 인턴 경험, 입사 지원 경험 등 끊임없이 쏟아지는 경험들 말이다. 특히, 책 후반부에 나타난 필자의 유년기 및 청소년 시절 경험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시골 마을 꼬마에서 한국 상위 x%들의 청담동 청소년으로 버라이어티한 삶을 경험했던 저자. 그랬다. .

같은 일을 하더라도 목적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얻는 것은 다르다. 어떤 목적이냐에 따라서도 다르고. 이 책의 저자는 자신 꿈의 선명한 한장의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다. 오프라 윈프리 같은 토크쇼 진행자가 되고 싶은데 이걸 위해서 수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 그걸 위해서 기자 생활을 하면서 세상을 경험하고 공모전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접했다.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부터 노점상은 물론 사회 부요층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경험을 쌓았다. 아, SES 유진과,  지금으로 따지면 소녀시대나 2NE1 멤버와 캠퍼스에서 점심을 먹었던 경험도 있다.

이런 경험들 속에서 저자는 사람들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 그 호기심을 채워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취업을 위해 치열하게 스펙을 준히바는 모습이 아니라, 그런건 하다보니 부차적으로 따라온 것일 뿐이었다.

(혹, 아직 사회에 진출하지 않은, 이제 준비중은 젊은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누구이며 왜/무엇을 위해 사는가?’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보기 바란다. 그저 좋은 회사, 연봉 많은 회사, 많이 알려진, 남들에게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현재 생활의 목표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열정
 
또한 저자는 열정으로 똘똘뭉친 사람이었다. 젊음의 상징이라는 열정. 대다수 젊은이들이 이 열정을 스펙 쌓기에 투자하는 반면, 저자는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위해 아낌없이 ‘열정’을 쏟아부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경험들도 있지만, 그냥 무시하거나 지나쳐도 될만한 경험들을 나서서 한 경우도 있었을테다. 유년시절, 해질무렵 동네를 돌아다니며 거동이 불펴하신 어르신들의 심부름을 대신해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겉으로 극성스럽게 들어나는 열정이 아니라, 옆에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전염되는 그런 열정을 가진 저자가 마냥 부러웠다.  

스토리텔링

주변에서 어떤 직업에 종사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하고 어떤 스펙을 갖춰야 하냐는 질문을 간간히 받곤 한다. 거기에 대한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모든 경험은 유익하다. 끊임없이 경험하고 배우라.’라고 말이다. 저자가 맥킨지에 지원했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 부분에서 경영컨설팅 회사에 지원하려면 마치 경영학에 정통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되려 사회학을 전공하고도 입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처럼, 무엇이 되려면 반드시 뭔가를 갖춰야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고작, 변호사가 되기위해 사법고시를 봐야하고 의사가 되려면 의사고시를 봐야하는 그런 면허가 필요한게 아니라면 모든 일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마음만 먹으면 세상 만사 모든 일들을 다 연관시켜 이야기할 수 있다. 결국 자신의 경험 속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만 있다면 되는 것이다. 뭔가 있어보이고 남들에게 설명하기 쉬운 경험들보다 설명하기 복잡하고 어렵고 왠지 나에게 마이너스가 될 것 같은 그런 경험들이 되려 엄청나게 큰 플러스가 될 수 있는 법이다.

예를들어, 필자같은 경우 학점이 그닥 좋지 않은 편이다. 그랬다. 학교 다닐때, 시험공부를 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하기 싫은 과목은 내일 시험이 있지만 저녁 8 시에 자버리는, 소위 선배들이 말하는 ‘무서운, 겁없는 후배’였다. 하지만 어디서도 이런 학점 때문에 손해본적은 없었다. 왜냐면, 그런 학점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자랑스런 이유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공부를 싫어해서, 배우는게 싫어서 그랬던 것도 아니고 (그건 꾸준히 읽어왔던 독서 습관으로 커버할 수 있고..) 호기심이 많았던 탓에 겁도없이 민법총칙이니, 운영체제이론, 물리학 같은 전공(지역학/경영학 전공)과 무관한 남에 전공들을 뺏어 들었다. 그래서 나에게 이런 부분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기도 하고 예상치 않았던 적성을 발견하기도  하는 동안 학점은 무시했다. 그리고 지금 이런 저런 것들을 배워서 이렇게까지 왔다는 장황한 대하스토리를 읊다보면 그런 내 선택을 공감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세상의 모든 경험은 유익하다. 그 경험속에서 내가 뭔가를 배웠다면 말이다. 물론 누구나 경험 속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지만, 정작 그 가치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 차이는 이런 ‘스토리텔링’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고..

아는 척?

싸이월드나 소셜네트워킹 사이트를 애용(?)하다보면 종종 착각에 빠지곤 한다. 나와 직접적으로 아무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 두 다리 건너 미니홈피나 개인 블로그를 알게되고 자주 들르다보면 마치 나와 아주 오랜동안 알고 지내던 친구로 착각하는 것 말이다.

저자가 TV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이후, 한 두번 마주칠 기회가 있었다. 얼굴만 봤던터라 그냥 지나쳤지만, 이제 그의 젊은 시절 한 켠을 옆에서 지켜보았으니 다음 번 마주칠때는 나도 모르게 인사를 하고 말을 건낼지도 모르겠다. 마치 저자가 SES 유진에게 처음 말을 걸었던 것 처럼..

2 thoughts on “죽은 열정에게 보내는 젊은 구글러의 편지 by 김태원(2009.09)

  1. 프렌즈

    요즘 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거의 다 읽어가요~앗싸~~ㅋㅋㅋ
    열정적인 사람이 되자…라고 저도 늘 생각하지만, 사실 그게 어떤 것언지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김태원씨가 쓰신 책을 보면서, ‘아…이게 젊음이고 열정이라는거구나. 난 왜 몰랐던 걸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내 전공이 아닌 다른 학과 수업을 같이 듣고 다른 활동도 하고 있기 때문에, 난 다른 사람들과 달라.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아서 한 번씩 도전해보고 있다. 난 열심히 살고 있다…라는 착각에 빠졌던 것 같아요. 이 분이 즐거운 대학 생활을 그만둘 수 없어 휴학하고 하고 싶은 것을 했다라는 대목에서는, 내가 하고 싶고 도전해 볼 것들을 생각하고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꺼번에 이것저것 하려다보니, 멀티가 되지 않는 저로서는 이걸 과연 내가 다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되네요ㅎㅎㅎ 글 잘 읽고 갑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