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10계명 – 전성철.최철규 지음/웅진윙스 |
‘협상’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동적으로 ‘허브코헨’을 떠올린다. 협상의 법칙(2003. 09. 협상의 법칙 by 허브 코헨, 2005.05. 협상의 법칙 II by 허브 코헨)이라는 책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던 탓이다. 그저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서 협상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협상은 시간, 정보, 그리고 가진 힘의 싸움이라는 그의 명쾌한 설명은 협상에 대한 나의 기본 생각을 바꿔놓았다.
그리고 이후로 협상에 관한 다른 책들은 굳이 깊이 읽을 이유가 없었다. 괜찮은 기본서 한권이 가지는 파워였다.
그러던차에 위드블로그의 도서 리뷰에서 협상에 관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사실 이 책은 다른 블로그나 리뷰들을 통해 상당히 자주 봤던 책이다. 불과 출간된지 2달여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아마 적극적인 블로그/리뷰 마케팅을 펼친탓이지 않나 생각해보지만 그 못지 않게 이 책을 읽고 괜찮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들기 시작한 은근한 욕심.
이 책 갖고 싶다..;;;
심플, 간단/명료
협상의 10계명을 두 단어로 요약하자면, ‘간단 명료’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IGM(세계경영연구원)의 협상 교과 과정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IGM은 경영 관련된 교육기관으로 알고 있는데, 신문에서 서울/경기 지역은 물론 광주까지 내려가서 교육한다는 이야기를 얼핏 봤던 것 같다.) 그렇다고 교과서는 아니고, 뭐 시험보기 직전에 보는 ‘쪽집게 요약본’같은 성격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중요한 것들만 언급하려고 노력한 탓에 책을 보면서 간단 명료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창조적 대안
눈에 띄었던 부분은 창조적 대안. 허브 코헨이 말한 ‘정보’에 해당하는게 아닌가 싶은데, 사람들은 겉과 속이 다르다. 겉으로 하는 이야기는 표면적으로 하는거고 실제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 속마음이 있는데 들어내지 못하는 탓에 협상이 지지부진하거나 심할 경우 파토가 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협상을 잘하려면 상대방의 속마음을 파악해서 제 3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가상의 예를 들어보면, (사실 필자는 사건의 전말을 잘 모르니 그냥 눈에 보이는 추측으로..) 최근에 매각된 것으로 알려진 서초동 삼성타운 앞의 한 건물. 삼성측에서 서초타원 건설을 위해 이 부지를 매입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다는데 결국 인수못하고 부득불 건물을 약간 뒤로 밀어넣고 지을 수 밖에 없었었다.
들리는 소문에 이 건물 주인되시는 분이 연로한 할아버지셨다던데, 삼성에서 진행하던 일인만큼 인수 협상에서 금액은 섭섭치 않게 제시했을텐데 그럼에도 왜 안파셨을까? 필자 생각으로는 돈이 아니라 뭔가 다른게 있으셨을테다. 결국 그 속마음을 다 파헤치지 못하다보니 건물 매입에 실패한게 아니었을까?
배트나 (Best Alternative To Negociated Agreement)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배트나. 차선의 대안이라고 해야하나? 혹시 이 협상이 결렬되었을때 나에게 주어진 또 다른 선택권이라는 뜻인데, 영어 약어를 한글로 읽어서 ‘배트나’라고 한단다.
결국, 이것도 ‘정보’의 문제다. 협상장에서 내가 가진 대안이 하나 밖에 없다면, 당연히 협상 상대방은 집요하게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려 들 것이다. 반대로 나에게 상대방을 위협할만한 좋은 대안이 있다면, 그건 협상에서 상당한 위협으로 자리할테고.
대표적인 사례가 철광석 시장이다. 지금 중국이 Rio Tinto 사람들을 스파이혐의로 체포하는 등 갈수록 일이 복잡해지던데.
철광석 가격은 1년에 한번 수요자와 공급자 대표들이 만나서 1년간 연간 가격을 협상한다. 이 가격은 매년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적용이되고 협상은 매년 연말쯤에 이뤄진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의 신일철과 브라질 Vale, 호주 Rio Tinto, BHP Billiton이 협상을 했지만 중국이 전세계 철광석을 집어 삼키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바오산강철과 철광석 업체들간의 협상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 협상은 지난 7년간 철저히 공급자들의 놀이터였다. 전세계 철광석 물동량의 2/3를 이 세 업체에서 공급하다보니, 중국에서 마지막까지 버티고 버텼음에도, 그리고 그들이 가진 모든 것들을 동원해봤지만 결국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공급업체들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에는 철광석 업체 3군데 중 한군데서 가격 협상이 이뤄지면 관례상 다른업체들도 같은 가격에 협상을 마무리 짓는 관례를 깨고 호주업체들이 브라질 업체보다 가격을 더 받는 사건이 생길정도로 중국이 끌려다닐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중국이 드디어 복수의 칼날을 빼들었다.
물론 여전히 철광석 시장은 세군데 대형 업체를 빼면 다른 대안이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 포스코나 일본 철강사들은 손발들고 그쪽에서 요구하는대로 협상을 종결지었다. 하지만 중국은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철광석 생산업체들도 자기들의 철광석을 팔아먹을 곳이 중국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러니, 4월전에 타결되어야 했을 협상이 아직까지 계속되는게 아니겠는가? 서로간에 배트나가 없다는 것을 알게된 시점부터는 뭘로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야 할래나?
가볍게 읽어보라
굳이 복잡하고 무거운 대형 협상거래가 아니라도, 물건을 산다든지 부동산 계약 같은 일상 생활에서도 무수히 벌어지는 협상의 과정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기본 내용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머리 속으로 외운다기보다 전체 흐름으로 머리 속에 넣어두면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는 자산이 될 것이다.
읽는 시간도 그리 오래 안걸린다. 사례가 많고 내용이 쉬운 탓에 마음먹고 읽으르면 한두시간이면 충분하다. 주말 아침, 산책겸해서 조용한 커피숍에 들러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심플, 간단 명료… 잘 대변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정말 잘~~ 정리된 경영관련 도서였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재미있게 읽고, 제 글도 엮어놓고 갑니다.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네요…. 좋은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요즘 4계절의 한국이 아니라 열대성 기후의 한국에 사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합니다. 왠지 동남아 여행 안가도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 시원하게 한번씩 내리는 건 좋은데 비왔다 맑았다 하는게 정신사납게 하네요.
걸어두신 글 구경하러 갑니다. 초하님은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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