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 그리고 전문가 되기 ..

By | 2009년 3월 26일

하루에 30권 책 읽기 이야기를 쓰다가 문득, 피터 드러커가 떠올랐다. 3년마다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분야를 정해놓고 익혔다던 피터 드러커. 이 이야기를 듣고 오로지 놀랍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하루 30권 책을 읽는 방법처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익히는 것도 어쩌면 비슷한 방법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통섭

혹시 통섭(統攝,Consilience)이라는 단어를 아는가? 유식하게 한문과 영어를 썼는데, 보기에는 어렵게 생겼지만 그리 어려운 단어는 아니다. 흔히 ‘지식의 대통합’이라고 해석들을 하는데, 모든 지식을 하나로 합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원래 모든 학문의 시작은 신학이었다. 거기서 사람에 대해 관심이 옮겨지면서 철학이 등장하고 여기서 수많은 학문들이 세분화 되어 나왔다. 그러니 아닌듯 하지만 이 모든 학문들은 근원으로 가면 갈수록 비슷한 내용, 비슷한 결론으로 가게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한 분야를 파고 들다보면 여러 부분에서 다른 학문들과 겹치는 내용들을 발견할 수 있다.

기본 학문을 익히면 ..

그렇다면 앞서 쓴 글처럼, 기본이 되는 학문을 통달(?)한다면 그걸 기반으로 나머지 학문들도 쉽게 익힐 수 있지 않을까?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세부적이고 디테일한 기술같은 부분까지 익히는 것은 무리일테나 전체적인 그림이나 학문의 핵심적인 내용, 흐름은 충분히 익힐 수 있을 것 같다.

통섭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처럼 여러 세분화된 학문들을 연구하면서 서로 겹쳐지는 내용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가 서로 연관된 것을 확인할 수 도 있겠지만, 만약 모든 학문이 서로 연관되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또는 통찰을 통해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다면 반대로 가장 윗단에 위치한 기초학문, 기본학문을 익혀서 세분화된 학문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테다.

문제는 그 윗단에 위치한 학문이 무엇이냐, 일텐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신학과 역사, 그리고 논리가 아닌가 싶다.

뭐 딱히 어느 대학교 신학과나 역사학과 논리학과(잘 못들어본 것 같은데.. ㅡㅡa)에 입학해서 학위를 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본서를 통달하듯 이 분야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를 해야한다는 이야기다. 신학을 언급하는 것은 사람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탓이다. 지식이라는 건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고 하지 않던가? 결국 사람이 태생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하고 그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 내가 사는 이유에 대해서 고민해봐야만 한다.

역사 또한 그렇다. 어쩌면 신학도 역사에 속하는지 모르겠다. 역사 속에서 신이 어떻게 나타나왔었는지를 보면서 배우는 것이니 말이다. 역사는 가장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이해를 돕는 동시에 수많은 것들의 기본이 되는 학문(?)이다. 특히, 고작 80여년 남짓을 사는 사람들이 단기적인 시각에서 놓지는 수많은 사실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논리는 소통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학문들은 논리적인 접근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학문이라고 말하지도 않고 인정해주지도 않는다. 그러기에 논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예술 분야는 보는 이가 느끼게 되는 감정적인 분야가 중요하지만, 나머지 분야에서는 논리를 바탕으로 정해진 내용 전달을 기본으로 하기에, 논리에 대한 제대로된 이해가 없다는 마치 외국인을 만났을때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엉뚱한 오해를 낳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3년에 한 분야를 ..

기본적인 학문을 통달했다고 다른 분야를 하루만에 이해하는 것은 무리일테다. 피터 드러커도 3년 정도는 해야지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고 봤던 것처럼 기본을 익힌 상태에서 영역을 확장하는데 적어도 3년 정도의 기간을 투자해야 할테다.

그리고 그 결과 또한 어쩌면 기대하던 것과 약간 다를지로 모르겠다. 예를들어 논리를 바탕으로 수학을 이해했고 이것을 통해 컴퓨터에 대한 이해를 시도했다고 할때, 수학을 통해 컴퓨터에서 구현할 수 있을만한 프로그램 알고리즘을 짤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실제로 그 프로그램 언어로 프로그램을 짤 수 있게 되는 것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런지도 모른다.

즉, 세부적이고 세세한 테크닉까지 다 익히는데는 말그대로 10년을 다 투자해야 할지도 모른다. (보통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10년을 투자해야 한다고들 하니.. 10년 아니면 1만시간..;;) 직접하는데까지는 못가더라도 머리로 충분히 이해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다 짧아질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초반 3~6년 정도만 고생하면 그 다음부터는 주기적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가는 역사적인 인물이 되어있지 않을까? 시간을 정복했다고 불리는, 그래서 박사학위만 몇 개라고 말하는 류비셰프도 이런 방식을 취하지 않았을까 싶다. 비록 가장 기초적인 것 보다는 자신이 속한 영역의 기본을 충분히 익힌다음 그 다음 분야를 익히는 시간을 점차 줄여간 것 같지만..

어쨌든..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목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 노동자들은 평생학습을 해야한다고 하는데, 기왕 배울꺼 기초, 기본부터 튼튼히해서 제대로 지식을 쌓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한번 해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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