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 파일 – 리처드 왓슨 지음, 김원호 옮김/청림출판 |
올해들어 처음으로 책을 읽었다. ㅜㅜ 물론 1월초에 책 한권에 대한 리뷰를 쓰기는 했지만 사실상 지난해 연말에 왠만큼 다 읽었던 책이라, 실제 올해 들어 읽은 책이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올해는 100여권의 책을 읽을 계획이었는데, 시작부터 이렇게 삐그덕 거려서야 ..
어쨌든, 한달여 넘게 읽었던 책은 미래학에 관한, 리차드 왓슨의 ‘퓨처파일’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
책 마지막에 몇 장 되지 않는 분량으로 저자가 나름 결론을 정리해준다. 얼핏 ‘이것만 보면 책 한권 다보는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책은 아니다.
결론 부분에 정리된 이야기만 보자면 저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핵심은 3가지 였다. 하나는 첨단 기술의 발전, 둘째는 인구구조의 변화, 셋째가 지속가능 성장이다. 요즘 어딜가나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굳이 이 책은 보지 않아도 되는 걸까?
아니다. 누누히 이야기하지만 미래학의 묘미는 시대의 흐름에 중심 줄기가 되는 부분을 잡고 그에 따라 나타날 미래 현상을 시나리오로 그려보는데 있다. 존 나이스비트가 그랬듯이 미래에 생길 일들은 지금과 완전 동떨어진 것들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것들을 바탕으로 해서 나타나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 저자가 말한 결론은 시대 흐름을 이끄는 중심 스토리라고 볼 수 있다. 앞에서 수많은 시나리오들을 보여줬는데, 혹시나 독자들이 그 흐름을 잃고 단편적인 스토리만 보지않을까? 하는 불안함에 나름 마지막에 핵심 내용을 정리해준 것이 아닌가 싶다.
늘어나는 근무시간, 줄어드는 취침시간
이 책에서 봤던 시나리오들 중 가장 인상깊었던 녀석이다. 사람들은 기술이 발달하면 여유시간이 더 늘어날 줄 알았다. 보다 적은 시간으로 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을테니 당연히 그렇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 정작 현실은 그 반대로 달려가고 있다.
생각해보라 1990년대와 2000년대. 언제가 근무시간이 더 길었는가? 법적으로는 하루 8 시간 근무를 외치지만 우리는 알게 모르게 하루 14~15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으로 한정이 되어있으니 자연스래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쉬는 시간이 줄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취침시간이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공감이 간다. 기술발달로 재택근무가 가능해지면서 굳이 지정된 장소로 출근할 필요가 없어지기는 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기술 발달로 우리나라는 휴일이지만 다른 나라는 평일이라 어쩔수없이 쉬지못하고 일해야 하는 날이 생길 수 있다. 금요일 저녁/토요일 아침 또는 일요일 오후가 더이상 쉴수있는 시간이 아니라 일해야 하는 시간이 될 가능성도 크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잠’이 사회적인 이슈가 될 것 같기도 하다. PC방 처럼 수면방, 또는 수면을 돕는 기계, 약품들이 늘어날테고 수면부족에 따른 사회적 문제가 늘어나면서 하루 7시간 수면을 강제하는 법이 생겨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교통사고의 상당부분이 졸음운전인걸봐도..
하이터치
감성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은 사실이나, 저자가 말한 ‘논리적 사고의 종말’은 좀 특이한 시각이었다. 무슨 일을 하든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글을 쓰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런게 경쟁력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머지않아 논리적 사고는 경쟁력이 되지 못할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 논리적 사고/분석은 우리보다 인공지능이 더 잘할테니 의미가 없어지지 않겠냐는 입장인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컴퓨터라는 것 자체가 0, 1 또는 Ture, False라는 논리적 계산을 통해서 작동되지 않던가? 그런 사고를 수십, 수백, 수천, 수억번을 틀리지 않고 빠르고 정확하게 반복하는 것이 컴퓨터니, 머지않아 우리가 논리적 판단을 위해 고민할 필요는 없어질 것 같아 보인다.
대신,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성적 사고’가 사람들이 가지게 될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단순히 사람들의 감성이 매말라 가고 있어서 그런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적 논리로 감성사고 우위를 점치는 것이다.
그럴듯 하지 않은가?
착각 ..
연대 측정법 중에 반감기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추정하는 방법이 있다. 한 원소가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을 가지고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역으로 시간을 산출하는 방법인데, 이 방법에는 큰 문제점이 있다. 바로, 처음 시작할때 ‘얼마만큼’ 있었냐는 문제다. 처음 100%에서 50%로 줄어든건지 아니면 51%에서 지금 50%로 줄어든건지 알수가 없다. 단지, 100% 있었겠지라는 가정을 하고 측정할 뿐이다.
저자는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 문제’에 대해서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치 우리가 나서서 뭔가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인류가 환경 변화에 따른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1960년대 핵전쟁에 대한 공포감으로 지하에 벙커를 만들던때와 유사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가장 이상적인 기후라는 건 언제를 기준으로 말하는 것일까? 100년전의 기후가 사람들 살기에 가장 좋은 여건이었나? 1천년전이? 10년뒤 환경이 변한다고 할때, 그러면 사람들은 도저히 살수없게 되는걸까?
이에 대해서 비슷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으로 맬서스가 주장했던 식량부족사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서 결국 식량 부족이 글로벌한 이슈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하급수 수준은 아니지만 인구가 급속도로 불어났음에도 아직 식량부족 사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분배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지구에서 생산되는 식량이 인류가 먹기에 부족한 정도는 아니라는. 재미있는 것은 최근 2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작물의 재배면적은 감소했음에도 생산량은 늘어났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현재의 추세가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산다. 그래서 두개의 직선이 평행을 이루는 순간만 보고는 이 두 직선이 철도처럼 평행선을 그리게 될 것이라고 결론짓곤 한다. 하지만 길~게 내다보면 두 직선은 서로 교차해서 점점더 멀어지기 직전에 있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환경’ 이슈에 대해서는 좀더 냉철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확실히 향후 ‘환경문제’가 이슈가 되기는 할테지만 지금 우리가 우려하는 공포스러운 이슈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써 이슈가 되지 않을까 싶다.
…
필자는 장장 1개월여동안 이 책을 부여잡고 살았지만, 그리 길게 고민하면서 읽을 책은 아니다. 짧은 이야기가 이어지는 만큼 짬짬히 읽다보면 금방 읽을 수 있는 가볍고 쉬운 책이다. 대신 가볍다고 해서 그냥 이야기책으로 받아넘기지 말고, 결론부분에서 저자가 언급했던 3가지 중요한 이슈들을 생각하면서 앞 부분의 시나리오들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쩌면 인터넷 혁명이 시작된이후 최고의 대박이 된 ‘구글’ 같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