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공황 by 존 루비노 (2009.01)

By | 2009년 1월 6일







부동산 대공황9점
존 루비노 지음, 이은주 옮김/국일증권경제연구소

지난 12월 중순쯤 한국일보 경제부 기자이신 펄(http://pariscom.info)님의 블로그에 들렸다가, 이 책에 특별기고 글을 쓰신 기념(?)으로 책 몇권을 받으셔서 선착순 몇 명의 블로그 구독자들에게 쏘신다기에 신청했다가 받은 책이다.


예언서?


사실,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관련 책이 너무 많이 나와서 이런 책들보면 자연스럽게 필터링이 되는데.. 이 책은 4~5년전에 최근의 상황을 예측했었다는 설명이 붙어있어 묘한 호기심을 유발 시켰다.


아니나 다를까, 책을 읽으면서 흠짓 흠짓 놀랐다. 마치 최근 일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쓴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시 한번 밝히지만 이 책은 2003년에 쓰여진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빅이슈 중 하나였던 페니매(연방저당공사, Fannie Mae), 프레디맥(연방주택금융저당공사, Freddie Mac)에 대한 공매도 추천이 나오고 금에 투자하라느니, 부채를 줄이고 현금을 확보하라는 조언들이 등장한다. 이런건 요즘 경제 신문 보면 많이 나오는 내용인데..


참고로, 이 책을 읽고 이 의견에 공감해서 페니매와 프레디맥을 공매도 했다면, 2~3년간 마음 고생이 심했겠지만 결국에는 때부자가 되었을테다. 이 책이 쓰여진 시점에 프레디맥 주가는 약 60~70달러. 고점이라고 해도 72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9년 1월 5일 기준 프레디맥 주가는 82센트다. 거의 1/100 토막이다. 페니매도 별반 차이없다. 2003년말 약 70~80달러 수준에 놀았으나 1월 5일 기준 82센트다.


이 정도면 거의 예언서라고 해도되지 않을까?


무리한 유동성 ..


최근 읽었던 책들과도 내용이 살짝 겹쳤다. 블랙스완도 그렇고 화폐전쟁도 그렇고. 이 책에서 제일 인상깊었던 부분이 페니매와 프레디맥의 유동성 불리기 장면이었다. 얼핏 신문에서 봤던 것 같다. 정말 페니매와 프레디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사실상 파산이나 마찬가지 상태였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이 회사의 채권은 여전히 최상위 신용등급 평가를 받고 있었다.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 만든 회사이니 절대 망할리 없다는, 망하더라도 미국 정부와 의회가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에 따라 사실상 미국의 국채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접 받았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 두 회사는 마음놓고 채권을 발행했고, 이 자금들이 주택시장으로 고스란히 흘러들었다. 특히, 융자를 상환할 수 있는 사람들을 넘어서서 집이 없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자금들이 쓰이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부동산 시장이 버블에 들어갔다는게 저자의 분석이다.


뿐만아니라, 자산유동화 증권을 통한 유동성 공급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다. 자산 유동화 증권이 무조건 나쁘다는게 아니라, 원래 좋은 애들을 모아서 하나로 만든거면 문제될게 없지만 문제는 좋지 않은 아이들을 섞어서 만들어 놓고는 정작 좋은 것 처럼 포장만 바꿔서 새로운 파생상품을 만들었다는게 문제였다.


너무 평이(?)한 책 ..


지난 2007년 중반, 한 헤지펀드 회사가 이슈가 되었었다. 대다수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으나 오히려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해서 매도 포지션을 취한 탓에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였다는게 기사의 요지였다.


만약 이 책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터지기 직전즘이나 그 어간에 한국에 소개되었다면 제법 이슈가 되었을테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마치 ‘경제 신문’을 읽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평이(?)한 서적이 되어버렸다. 저자가 2003년 기록했던 내용들이 현실에 ‘고대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틀 ..


책을 덮으면서, ‘틀’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당시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시장 흐름에 대해서 물음표를 던졌다. 사기만 하면 집값이 오르던 시절, 몇 사람만 모이면 부동산 이야기가 오가고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수 밖에 없는 너무 ‘당연한’ 이유가 팽배하던 시절, 저자는 자신만의 ‘틀’을 가지고 세상을 새롭게 바라봤다.


블랙스완(블랙스완(The Black Swan) by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2008.12))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역시 시대를 내다보는 통찰력/직관력은 ‘당연함’과의 전쟁이 불가피한가 보다. 지난해 4월쯤에도 글을 남겼었지만, (당연함과의 이별 ..) 어쩌면 지금 모든 사람들이 바라보는 엉뚱한 곳을 나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별 의심없이 나 또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지 않나라는 생각이다.



현재 발생한 금융위기, 특히 그 모태가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아니 미국의 부동산 시장 붕괴에 대해서 좀더 세밀하게 살펴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참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책 후반부의 투자 전략을 ‘1년 전에만 실행했었어도..’라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먼 훗날 이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때 참고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P.S. 책을 받고 저자의 이름을 보고 살짝 놀랬었다는. 미국의 투자은행 파산을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이름이 헷갈렸었다. ^_^;

P.S.2 국일증권경제연구소가 은근히 좋은 책들을 많이 출간하는 것 같다. 이쪽에서 출간되는 책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3 thoughts on “부동산 대공황 by 존 루비노 (2009.01)

  1. 긴 서평을 쓰셨네요. 감사합니다. 🙂
    사실 국내에서 올해 초나 늦어도 봄에만 출간됐어도 좋았을 텐데, 이미 일이 다 벌어지고 끝나버린 담에 출간이 돼서 김이 좀 새는 면이 있습니다.

    1. man

      늦게나마 책 보내주신데 대한 감사인사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_^ 사실 쓸말이 더 많았는데, 정신없이 몇주를 보내는바람에 많이 줄어든 내용입니다.

      그나저나 출산을 앞두고 발목을 삐셨다는 글을 블로그에서 보았습니다. 심하게 다치신건 아니시라니 다행입니다. 그래도 남은 기간동안 건강 조심하시길…

  2. Pingback: Gyool's Thou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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