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원을 다녀오다

By | 2008년 7월 18일

1년을 기다린 여름휴가. 무엇을 할까 많이 고민하다, 태백산 골짜기 예수원을 다녀오기로 맘을 먹었다. 그리고 지난 수요일(15일)부터 2박 3일의 일정으로 예수원을 다녀왔다.

예수원?

예수원은 고 대천덕 신부님께서 1965년에 설립하신 ‘기도하는 집’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원을 기도원으로 생각하고 찾아서 그런지, 처음 오리엔테이션에서 ‘예수원은 기도원이 아닙니다’라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기도원보다는 중보기도의 집이라고 설명하시던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수원 홈피에서..


예수원 가는 길

아무튼, 서울에서 3시간 30분 버스를 타고 강원도 태백에 도착해서, 거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약 30분 가량을 가니 ‘예수원 가는 길’이 나타났다. 딱히 팻말이 있는건 아니고, 예수원이라는 간판(?)이 보이는데 거기서부터 걸어서 15분 가량 산속으로 걸어가면 예수원이 나타난다.


도착하자마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고 숙소 배정받은 다음 자유로이 다니다가 저녁식사 이후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받는다. 예수원은 들르는 손님들 말고 거기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시는 분들도 계신다. 생태마을처럼 말이다. 자체적으로 약 50~60%를 채우며 살고 외부에서 40% 가량을 지원받는다는데 10여년 이내에 자립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위에서 이야기한데로 예수원은 다른 기도원들과 다른 곳이고 한국에서 보기 힘든 장소이기에 삶에 기본적인 규범이 존재한다. 그걸 따르지 않는다면 고대로 하산해야 한다. 뭐 그렇다고 규칙/규범이 대단히 어려운 건 아니고.

예수원 기본 규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도 예수원 홈피에서..

기본적으로 휴대폰은 들어오면서 서류작성과 함께 회수해간다. 세상과 완전 단절이다. ^_^ (그게 좋아서 오는 사람들도 있지 싶다.) 항상 양말을 신어야 하고 반바지나 달라붙는 옷, 노출이 심한 옷도 입을 수 없다. 기타 거기서 사시는 분들과 동일한 규칙/규범을 지키지 않으면 지낼 수 없는 곳이다. (내가 머무는 동안에도 상당히 멋내기 좋아하시는 분처럼 생기신 분이 강제 하산 당하는 걸 봤다. 많이 뭐라고 하셨지만, 규칙이 있는 만큼 얄짤없이 하산 조치당하셨다;;)


대신 찾아온 손님들은 머무는 기간동안 무료로 먹고 자고 쉴 수 있다. ‘노동’ 시간이 있기는 한데 강제성은 전혀없다. 쉬러 오신 분들은 2박 3일내내 먹고 쉬다 가기도 하고 주말농장처럼 밭일이나 기타 일을 돕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가 가능하다.

예수원에서의 하루 일과

하루 스케쥴은 아침 5시 30분 기상, 6시 조도(아침기도?), 7시 20분 아침밥, 8시 오전 노동, 12시 대도(점심기도?), 12시 40분 점심밥, 2시 오후노동, 6시 저녁밥, 7시반 만도(저녁예배?).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된다. 매일 일상의 반복. 이 스케쥴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건 만도.


만종을 연상하면 좋을듯 싶다. 부부가 밭에서 교회 종소리에 맞춰 그자리에 서서 기도하던 모습, 그걸 예수원에서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었다. 예수원에서는 시계가 따로 필요없었다. 종소리만으로 무엇을 해야하는 때인지 알 수 있는데, 삼종이라고 하루에 3 번 아침 6시, 정오, 오후 6시 종이 올리면 모든 그자리에서 2분간 침묵 기도를 하게 되어있다. 어디를 가다가도 잠시 멈춰서서 기도하는 시간, 바쁜 삶에서 벗어났다걸 완벽하게 만끽할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수원은 사진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물론 전혀 한국같지 않은 모습이다. 벽돌과 나무로 건물을 지었는데, 절대 현대식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후졌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그 나름의 운치라고 해야하나?


여기저기 연결된 길이 곧 산책로고 빈 공터는 어김없이 밭이 자리잡고 있고, 벌을 키우고 있어서 꽃밭도 있었다. 여기 사진을 목적으로 오시는 분들도 많다고 하던데, 하지만 공동체 생활을 하는 곳인만큼 사진을 막 찍는건 곤란하다.

예수원 밥~

먹는건 밥 2/3 공기, 국 한 종류, 김치, 그리고 쌈이나 야채 한종류가 등장하는게 전부다. 예수원에 오면 다들 배고프다고 하는데는 이유가 있었나보다. 식사량이 적다보니 식사시간도 왠만하면 10분내외에 끝난다. 작게라고 끼니때마다 밥만 먹으면 되는 나로써는 참 좋은 곳이었다. 야채를 즐기지는 않았지만 자연속이라 그랬는지 아니면 이게 아니면 먹을게 없다는 생각에서 였는지 매 식사때마다 뭐 하나 남기는거 없이 다 먹었나보다. ^_^

건물들 ..

예수원 안에는 도서관도 있고, 티룸도 있고, 선물가게도 있고, 침묵기도 하는 곳도 있다. 도서관에는 생각보다 많은 책들이 비치되어있었는데, 자유롭게 읽으면 되는거고 티룸에서는 커피나 차를 맘대로 타 먹을 수 있었고(물론 정해진 시간에만) 선물가게는 예수원 공동체가 자립하기의 한가지 방법으로 하고 있는 사업인듯 했다. 예수원 나무 십자가 목걸이가 상당히 유명한데, 내가 가있는 기간동안 품귀로 인해 구입을 할 수 가 없었다. ㅜㅜ


침묵기도실은, 보통 기도원들은 가면 통성기도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어딜가나 시끄럽지만 예수원은 내가 말하기보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라고 권한다. 기도라는게 대화라고 하면서 맨날 내가 원하는 것만 고래고래 소리지르는게 그렇게 좋은건 아니지 않겠는가? 남이 하는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듯이 하나님께서 하시는 이야기도 들어봐야지. 이 기도실은 24시간 개방되어있고 들어가면 침묵으로만 기도를 해야하는 곳이다. 학교 자대 4층에 있던 기도실에 혼자 있던 생각이 나기도 하던데..

예수원, 비움의 휴가

그렇게 길지는 않았지만 예수원에 머물면서 머리를 많이 비운 것 같다. 왜, 그렇지 않은가. 사람들이 어딘가 소속이 되고 일에 몰입하다보면 시야가 좁아진다. 그러다 보면 큰 것들을 놓치기도 하고 때론 급한일때문에 중요한 일들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간간히 머리를 비워줄 필요가 있는데, 이때 최고의 장소가 예수원이지 않을까 싶다.


짧았지만, 그래도 쉼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고 머리를 둘러싸던 잡념을 버릴 수 있어 좋았다. 규칙적인 생활에, 유기농 최고의 웰빙 음식을 먹었던 것도 좋았고, 잠깐이었지만 오전동안 땀 흘리며(?) 일하는 것도 좋았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3개월 아니 한 두주라도 예수원에서 지내면서 공동체와 함께 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