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피천득 지음/종합출판범우(범우사) |
“나는 말주변이 없어” 하는 말은 “나는 무식한 사람이다, 둥한 사람이다” 하는 소리다. 화제의 빈곤은 지식의 빈곤, 경험의 빈곤, 감정의 빈곤을 의미하는 것이요, 말솜씨가 없다는 것은 그 원인이 불투명한 사고 방식에 있다.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후진국이 아니고는 사회적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진부한 어구, 애매한 수식어, 패러그래프 하나 구성할 수 없는 많은 지도자들. 그렇지 않으면 수도에서 물이 쏟아지듯이 말이 연달아 나오지마는 그 내용이야말로 수돗물같이 무미할 때 정말 정나미가 떨어진다. 케네디를 케네디로 만든 것은 무엇보다도 그의 말이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공자 같은 성인도 말을 잘하였기 때문에 그들의 사상이 전파 계승된 것이다. 덕행에 있어 그들만한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나, 그들과 같이 말을 할 줄 몰라서 역사에 자취를 남기지 못한 것이다. 결국 위인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닌가 한다.
– 피천득, ‘수필’ – 이야기 중에서 .. –
학교 화장실 한켠에 붙어 있던 글을 읽는 순간 고등학교때 읽었던 수필이란 글이 떠올랐다. 아무 형식없이 자기의 마음, 생각을 표현하는 수필. 교과서 속에 있던 글외에 다른 글도 읽어보고 싶어서 작은 책을 샀었었는데, 뭐가 그렇게 바빴었는지 이제서야 다 읽어 보았다.
작은 놀라움, 작은 웃음, 작은 기쁨을 위하여 글을 읽는다.
짤막 짤막한 단편 모음집인 피천득씨의 수필. 어린 시절 어머니에 대한 기억부터 머리가 하얗게 변해가는 시절까지의 삶을 화려한 수식없이 수수하게 표현하고 있다. 다양한 말로 아름답게 꾸미거나 화려한 수식은 없다. 마치 한 사람의 일기를 훔쳐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자신의 솔직한 마음,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생활 속에서의 느꼈던 것들 하나 하나 다른 사람들 누구나 다 겪어 볼만한 일들이지만, 이렇게 편하게 표현 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책을 한번에 다 읽은 이유가 있다면 작은 놀라움, 작은 웃음, 작은 기쁨을 위해서가 아닐까…
수필은 독백이다.
위에서 인용한 ‘이야기’와 ‘가든파티’가 가장 인상 깊은 글이었다. 내가 남들앞에서 말하는데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어서 일가? 아니면 약간의 소심함을 가지고 있어서 일까?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그 두 글을 읽으면서 내가 마치 저자가 된듯한 착가에 빠졌었다. 혼자말을 하는 듯이 되뇌이는 이야기. 엘리자베스 여왕의 생일 파티에 초청을 받았고 참여는 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과연 저 사람에게 가서 이야기를 해야할까?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는 모습. 나는 여기 참여할만한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고 내심 다짐하는 모습. 완벽한 내 모습이다. 그 진솔함에 나는 나를 잊어버리고 정신없이 영국 대사관을 누비고 다녔다.
나의 벤치마킹 대상
새로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꾸준히 일기를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물론 ‘작심삼일’의 법칙에 의해 처음에는 잘 썼지만 지금은 흐지부지해졌다. 하지만 시작할때 ‘나는 이런 일기를 쓰고 싶다’는 나만의 벤치마킹 대상이 있었었다. 하나는 피천득의 ‘수필’, 나머지 하나는 칼 힐티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 자유로움에 있어서 ‘수필’을 닮고 싶었고 깊은 묵상에 있어서는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를 닮고 싶었다.
꿈은 이루어진다.
말을 하는 것도 뛰어난 표현 방법이지만 글도 놀라운 표현 방법 중 하나이다. 지난 월드컵때 ‘꿈은 이루어진다’는 글귀에 마음 설레지 않았던 사람은 없으리라. 나의 마음과 생각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싶어하는, 다른 사람들에 내가 느끼는 것을 그대로 전하고 싶어하는 나의 꿈은 이루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