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난 삶 속의 여유..

By | 2010년 5월 5일

8일밖에 없다는 올해 연휴 중 하나인 어린이날을 앞두고 와이프와 퇴근길에 강남에 들러 저녁을 먹고왔다. 일식이지만 그리 비싸지 않게 (얼추 6~7천원 수준이었던듯) 저녁을 먹고 맥도날드에 들러서 초콜릿 코팅이 된 아이스크림을 들고 버스를 타기위해 강남대로를 걸었다.

강남역 7번 출구 근처에 왔을때쯤, 유쾌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인가 했었는데, 이거 왠걸, 길거리에 5명의 외국인들이 밴드 공연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이런 장면은 뉴욕 길거리에나 있는 줄 알았는데, 한국에서 이런 장면을 보게 될지는 정말 몰랐다.

처음에 그냥 지나쳐가던 사람들이 어느덧 모이기 시작하더니 약간의 무리를 이룬다. 정말 좋아하는 가수 공연이 아니고서는 박수나 호응에 인색하다 생각했었는데, 곡이 끝날때마다 박수와 휘파람 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또 이런 공연을 할때 보면 앞에 드럼 가방 같은 곳에 돈을 걷고 있었는데, 의외로 많은 이들이 약간의 성의를 표시하고 지나가는게 아닌가.

별 것 아닐 수 도 있는 장면들이었지만, 삭막하게만 느껴지던 강남대로가 그 순간만큼은 참 아늑해보였고 여유로와 보였다.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해 비싼 악기나 시끄러운 소리로 연주를 하는게 아니라 그저 연주하는 사람이 즐겁고 듣는 사람이 즐거운,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인터넷 기사를 보다보니 약 40억짜리 바이올린으로 뉴욕에서 길거리 공연을 해봤었다는 연주자 이야기가 얼핏 보이던데, 굳이 그런 비싼 악기가 아니라 평범한 악기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게 음악의 힘인 것 같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공연을 길거리에서 자주 만나 볼 수 있게 되는걸까? 기대해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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