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머니 매니저들의 아침회의 by 스티븐 드로브니 (2009.06)

By | 2009년 6월 30일







글로벌 머니 매니저들의 아침회의10점
스티븐 드로브니 지음, 이수정.이경호 옮김/돈키호테


만약 6개월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이렇게까지 큰 감흥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는 만큼, 관심 있는 만큼 보이고 이해되는 것이 맞나보다. 간만에 투자 관련된 책 중 월척을 낚았다.


머니 매니저들의 아침회의


참, 우리나라 책들을 보자면 책 제목과 내용이 상당히 동떨어진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 책도 그렇다. 제목 ‘글로벌 머니 매니저들의 아침회의’만 놓고 보자면 왠지 약간의 소설 같은 책이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전혀 아니다. 상당한 내공과 수준을 요구하는 투자 전문 서적이다.


글로벌 머니 매니저라고 했는데, 헤지펀드 매니저를 떠올리면 될 듯 싶다. 전세계 헤지펀드 매니저 중 다양한 자산군에서 유명한 사람들을 추려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책을 썼다.


글로벌 매크로


저자도 딱히 단어를 찾지 못했다. 책 내용 중간에 보면 인터뷰 도중 글로벌 매크로라는 단어가 생소해서 저자에게 무슨 뜻이냐고 되물어오는 경우도 있었을 만큼 업계에서도 잘 쓰이지 않는 단어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글로벌 매크로 투자는 자산 배분(Asset Allocation) 관점에서 접근하는 헤지펀드들의 투자를 뜻하는 용어다.


우리는 투자라고 하면 주식, 부동산, 예금이 전부이지만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투자 도구들이 존재한다. 은행에 예금이 떨어질때도 수익이 나는 상품이 있는가 하면 국채 수준의 위험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차익거래 상품들도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만만치 않다보니 무시당하고 있을 뿐이다.


자산배분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이미 학계에서 연구 결과도 있는 것으로 안다. 투자를 통한 수익의 80% 가량이 자산배분에서 결정나고 전술은 20% 영향 밖에 못미친다고. 무슨 말이고 하니 주식 펀드의 경우 아무리 주식을 잘 골랐다하더라도 증시가 하락장세를 펼치면 주식 펀드의 수익률도 따라갈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나마 주식을 잘 골랐으면 좀 덜떨어질 수는 있지만 반대로 오르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는.


그러니 ‘글로벌 매크로’ 관점에서 주식 시장이 나빠질 것 같으면 채권과 다른 투자 자산으로 자산을 옮기고 주식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이 수익을 최적화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 굳이 주식 시장에 남아서 좋은 주식을 골라 수익을 얻겠다는 것도 투자의 방법이기는 하지만 시장의 흐름에 반하여 수익을 시현 한다는 것은 엄청난 노력과 실력을 요하는 일이다.


차익거래


이 책을 보면 이미 세간에 많이 알려진 조지 소로스의 영국 파운드화 공격을 비롯한 수많은 투자 사례들이 등장한다.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한 나라의 경제가 휘청이는, 주식 시장이 급등락을 벌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머니매니저들은 엄청난 수익을 창출했다.


어떻게 했을까? 가장 즐기는 것은 차익거래였다. ‘세이노’라고 예전에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주장을 반박하며 한국형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주장하셨던 온라인 논객이 계셨다. 실제로 상당한 자산가로 알려지셨던 분인데, 이 분이 IMF때 돈을 벌었던 한 사례를 소개한 적이 있었다.


방법은 이랬다. IMF 당시 국내 은행들이, 특히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던 저축은행들의 경우 유동성 부족으로 금리가 폭등했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은행들이 파산하면서 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쉽게 저축/예금을 하지 못하던 것이 사회 풍조였다. 이때,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려다가 저축은행 예금예 집어넣어서 돈을 벌었단다.


국내 상황이 극박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재무적으로 건전하던 은행들, 최소한 파산하지 않을 것 같은 은행들도 함께 금리 급등행렬에 동참하고 있었고, 시중은행에 비해 저축은행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는 바람에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보다 저축은행 예금 금리가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은행 파산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상황이 왠만큼 종결되었음에도 비이성적인 불안감에 금리가 높게 유지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챘다면 이 경우는 땅짚고 헤엄치며 돈을 벌 기회가 된다. 이런게 차익거래다. 이 책에 등장했던 글로벌 머니 매니저들은 눈에 불을 켜고 이런 기회들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아는 만큼 ..


책 후반부에 글로벌 매크로 투자가 왜 좋은지에 대한 짧은 글이 등장한다. 수학적으로, 확률을 통해 설명을 해놨는데 만약 한 가지 자산에 투자하는 경우와 서로 연관성이 낮은(상관관계가 없는) 여러 자산에 나눠서 투자하는 경우 자산의 절반을 잃을 확률이 아주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특히, 여러 자산군에 나눠 투자할때 평균 이상 수준으로 수익이 발생할 경우 그 확률은 더더욱 낮아지게 된다.


이걸 쉽게 바꿔보면,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에 분산 투자를 하는데 주식 시장에서는 정말 안되는 회사 주식을 뺀 나머지 회사 주식을, 그리고 채권 시장에서도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는 채권들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들에 투자했다고 한다면 그냥 주식시장 몰빵이나 채권시장 몰빵의 경우보다 나은, 양질의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


회사를 옮기고 한동안 고민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해결되는 기분이다. 아니, 한동안 머물고 있던 곳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기분이다. 우리나라가 금융강국을 꿈꾼다면, 이 책에 등장한 것처럼 글로벌 매크로 시장을 뛰어다니는 글로벌 머니 매니저들을 길러내야만 한다.


금융권에 마음을 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용이 애매하거나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시간을 두고 세세히 살펴보라고 권한다. 어쩌면 이제껏 배웠던 모든 금융 지식을 총동원해야 할런지도 모른다. 아, 그 뿐이 아니다 1950년대 이후 전세계 정치, 경제 흐름에 대한 기본 지식도 있어야 한다. 그걸 바탕으로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아는 만큼, 보게 될 것이다.

2 thoughts on “글로벌 머니 매니저들의 아침회의 by 스티븐 드로브니 (2009.06)

  1. LEE

    아마 제가 헤지펀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촉매를 제공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 읽을 땐 무슨말인지 이해 안갔는데, 이제 슬금슬금 이해감..
    국내에서 나온 대안투자나 한국의 헤지펀드 스토리도 쉽게 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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