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금융제국 – 류스핑 지음, 권민서 옮김/W미디어 |
사고를 치는 순간에도 책은 읽어야 한다. 4월 들어 정신없는 나날로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연체되고, 읽기 위해 받아둔 책들도 쌓여만 가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 이틀 시간내어서 다 읽어버리고 싶지만 상황이 여유롭지 못한탓에 그러지도 못했다. 대신 업무와 약간의 연관성을 띈 HSBC 기업 스토리에 관한 책을 뽑아 들었다.
HSBC
제일 처음 HSBC 를 접했던 것은 한 후배가 수수료 내지않는 은행이라는 이야기를 해줘서 알았다. 보통 다른 은행 ATM에서 돈을 인출하면 당연히 내야하는 수수료. 그러나 HSBC는 그런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 사실에 혹해서 지점도 얼마 되지 않는 HSBC를 찾아갔다. 그리고 최저 예금 유지 조건(200만원 이상이던가? 일정 수준의 자금이 계좌에 있으면 수수료 면제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발길을 돌렸다. 당시 학생 신분으로 그런 정도의 여유자금을 은행에 예치해놓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이 일을 통해 HSBC라는 이상한 외국계 은행에 대한 관심이 커져갔다.
한미은행, 제일은행, LG카드, 외환은행 ..
HSBC가 국내에서 유명해지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이다. 한미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씨티그룹 등장으로 물을 먹고, 제일은행 인수도 시도해 봤지만 SC의 반격으로 그마져도 실패했다.
그래도 국내 금융시장은 아시아에서도 각별한 위치에 있기에 포기할 수 없어 정부와의 단판에 나서기까지 했지만 결국 LG카드가 신한그룹에 인수되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이 모든 실패를 뒤집어 보려했으나, 이마저도 론스타와 관련된 복잡한 법적 문제로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나름 전략적으로 국내 시장 진출을 노렸지만 막상 시장 진입에는 실패하고, 언론에서만 많이 회자되는 은행이 되어버린 것이다.
홍콩-상하이 은행
HSBC는 홍콩-상하이 은행의 준말이다. 원래 홍콩에 진출했던 영국계 기업들에 의해 설립이 되었고 영국 정부와 중국 정부 사이에서 절묘한 외줄타기를 선보이면서 한때 홍콩에서 은행위의 은행이라 불리며 사실상 화폐발행권 및 자금을 지원해주는 중앙은행 역할을 맡기도 했었다.
HSBC의 초반 역사는 서강 열강들이 중국에 차관을 빌려줄때 그 통로 역할을 하면서 수수료를 톡톡히 챙겼다. 특히, 중국 서민들에게 예금을 권하면서 자금은 물론 신뢰도 까지 얻기도 하는 등 홍콩과 아시아를 기반으로 상당한 확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일본과의 전쟁으로 아시아 시장이 혼란스러워지자 런던으로 본사를 이전하고 세계 2차대전이 끝나고서야 다시 아시아 시장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이후 다시 중국과 홍콩에서 세력 확장을 시도하지만 중국의 공산화로 중국 시장에서는 물러나고 대신 홍콩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점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리자청이 아시아 최고 부자가 되는데에도 HSBC의 역할이 컸다. 사실 홍콩에서 영국계 기업들이 잘 나가고 있었지만 HSBC가 영국계 대신 홍콩 토종 기업가들의 편을 들면서 이때부터 홍콩인들의 부가 증가했고 반사적으로 탁월한 선택을 했던 HSBC도 급성장했다.
아직도 가야할 길 ..
HSBC의 역사는 아직 쓰여져 가는 중이다. 100여년이 넘은 장구한 역사를 가진 은행. 아시아 은행도 아닌 것이 글로벌 은행이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그래서 그내들 스스로는 ‘The World’s Local Bank'(나를 위한 세계적인 은행)라고 부른다. 최근에 유상증자도 성공했다던데..
앞으로 국내 시장도 그렇고 어떻게 확장해 가는지, 그리고 미국의 주요 금융사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이 기회를 어떻게 살려서 성장해 가는지 잘 지켜봐야 할 것 같다.
P.S. 개인적으로 글로벌 은행이나 자산운용사 역사에 관한 책들을 여러권 읽었는데, 개중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 않나 싶다. 이런 기업의 비하인드 스토리? 또는 기업이 어떻게 생겨났고 커왔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책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