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칠때 떠나라..

By | 2008년 12월 22일

이제 지금 직장을 떠나기 D-2일. 어제부로 내 발목을 잡던 프로젝트의 최종 결과 보고를 마무리했다. 이제는 완료 보고서만 마무리하면 대략 내가 해야할 중요한 일은 마무리가 되나보다. 몇 가지 더 정리해야 할 일이 있지만 사실상 일이 마무리 되어가는 느낌이다.


증가율 둔화세 ..


S자 커브 곡선을 그리게 되면 초반에는 증가율이 둔화세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증가율이 급경사를 이루게 된다. 그리고 그래프가 정점에 다다르면 점점 증가율은 둔화세를 보인다. 즉, 계속 늘어나고 성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곧 증가율은 사실상 ‘0’에 수렴하게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고점’을 노린다. 투자를 해도 바닥에서 사서 상투에서 팔고 싶어하고, 뭘 하나 최고가 되고 싶어하고, 언제나 인기 절정에 머물고 싶어한다. 하지만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었으니..


주식을 한다면,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야 하고.. 인기 있는 사람이고 싶으면 박수칠때 떠나야 한다는 것.


히딩크


사용자 삽입 이미지

히딩크 감독

2002년 한국 축구를 월드컵 4강으로 보낸데에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테다. 월드컵이 열리기 불과 몇 주 전까지만해도 온갖 비난과 걱정, 우려가 쏟아졌지만 결국 그는 한국을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16강이 아닌 4강에 올려놓는 기적을 연출했다.


국내 광고는 물론 여기저기서 강연이면 그를 향한 구애가 끊임없이 이어졌을테다. 그리고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계속 맡아달라는 애절한 요청이 이어졌을테다. 하지만 그는 그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그토록 고생하고 욕들어 먹으면서 이록했던 ‘최고의 자리’를 미련없이 내어놓고 홀연히 떠나버린다.


정말 그는 말로만 듣던 ‘박수칠때 떠나라’는 이야기를 몸소 실천한 것이다.


과도한 욕심


모든 문제의 시작은 과도한 욕심에서 비롯된다. 좀 거칠게 이야기하자면, 사람들이 자기 분수를 모르는 탓에 무리를 하다보니 결국 자기가 그토록 고대하던 ‘정점’에 서자마자 급속히 바닥을 향해 추락해버리곤 한다.


히딩크 감독을 보라. 사실 그는 뛰어난 ‘구조조정’ 전문가다. 히딩크의 마법이라고 부르지 않던가? 그거 맡은 팀은 언제나 월드컵 같은 큰 경기에서 이전에 볼 수 없던 기대이상의 성과를 보이곤 한다. 하지만, 그가 맡았던 팀들 치고 ‘절대강자’로 등극한 팀은 없었다. 왜일까?


사실 그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발생한 병목현상, 또는 잘못된 무언가로 인해 그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팀을 알아볼 줄 아는 ‘안목’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그가 팀을 맡게 되면 집중적으로 그 부분을 수정하고 갈고 닦아서 숨겨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그 팀을 더 좋은 팀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그가 가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가장 경쟁력 있는 능력은 ‘숨겨진 재능’을 순간 발현시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더 남아서 팀을 맡을 경우, 그는 자신의 최고 강점을 너머서 이제 남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그걸 알았기에, 그는 미련없이 그 팀들을 떠나 다른 팀으로 자리를 옮겨 간게 아닐까?


박수칠때 떠나라 ..


내가 머물렀던 곳. 사실 난 이곳이 너무 편하다. 비록 3년차 밖에 되지 않지만, 감히 조직에서 나름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로 급부상했고, 회사가 급성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자부하는 바다. 윗선에 계신분들과도 왠만큼 신뢰(?) 관계가 형성된터라 큰 사고를 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나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기도 하다.


작은 기업인 만큼 후생복지가 대기업들에 비해 좀 모자라다곤 하지만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나 조직에 대한 스트레스, 또 기타 다른 비용들을 감안한다면 여기에 머무는 것이 그닥 나에게 손해가 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난 안다. 회사를 나가겠다고 사장님께 말씀드릴때 사장님께서 붙잡으셨다. 그러실때, 2 가지에 대해 말씀을 드렸었다. 하나는 ‘I have a dream ..’ 내가 꿈꾸는 또 다른 일이 있었기에, 회사가 가야할 길과 내길이 갈림길에 선 지금, 내가 이 곳을 떠나야할 시점이라고.. 두번째는 이제 회사가 가는 길에서는 내 능력이 아니라 좀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앞에 나서서 일을 해야할 시점이라고 말이다.


난 내 재능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서서 20%의 자원을 집중해 80%짜리 아웃풋을 만들어내는데 있다는 것을 잘안다. 더 좋게 말하자면, 많은 정보가 산재해 있고 뭔가 정리가 필요한 곳에서 그것들을 잘 정리하고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참 잘한다.


그러나 난 80%짜리 작품을 100%를 만들기 위해서 치밀하게 한 분야를 뚫고 지나가는 것에는 약하다. 워낙 방대한 관심사, 전체를 조망하는 부분에 대한 재능이 오히려 이런 부분에서는 큰 약점으로 작용했다. 그랬기에 난 혼자서만은 뭔가를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어떤 일을 할때 초기 뛰어들어 티핑 포인트를 넘어설때쯤까지 큰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변곡점에 선 회사에서 내가 더 남는다고 해도 지금보다 더 좋은 성과를 만들어낼 자신이 없다. 더 나아가서는 이제 일을 하게 되면 내가 즐기는 ‘놀이’가 아닌 정말 ‘월급’을 받기 위한 일이 될 것 같아서 두렵다.


도전하는 삶 ..







‘스물셋의 사랑, 마흔아홉의 성공’을 쓰셨던 조안 리라는 분이 호텔에 입사해 바닥부터 올라가기 시작해 정점인 총 지배인까지 올라갔을때, 이제 안정적인 삶이 보장되는 그 시점에, 그녀는 미련없이 사표를 던지고 자기만의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 곳에 머무는 ‘안정’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만약 내가 가야할 길, 그 목표지점, 흔히 말하는 ‘Mission Complete’를 하게 되면 나도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 더군다나, 어렴풋하지만 내가 남들에 비해서 조금 유리한 비교우위를 가진 분야가 어딘지를 찾았기에.. 마지막 ‘5%’의 영광까지 다 보려고 욕심을 부리면서 이 자리에 남아있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난 다시 ‘나의 길’을 찾아서.. 여행을 떠난다.


에필로그 ..


스스로 ‘박수칠때 떠난다’는 표현을 쓰다보니 지금 회사가 마치 이제 끝까지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쇠공처럼 표현이 된 것 같은데, 사실 그렇지는 않다. 가능성이 많은 회사이고 충분히 앞으로도 신화같은 일들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업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내 재능이 필요한게 아니라,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할 시점인 것이다. 내가 내 삶의 목표를 위해 다음 단계로 나가야 하듯 말이다.


그래서, 서로 Win-Win 한다는 생각에 좋은 마음으로 회사를 나올 수 있게 되지 않나 싶다. 적어도 내가 알기에 이 회사에서 이렇게 서로 웃으면서 좋은 모습 남기고 나오는 건 정말 몇 안되는 케이스 중 하나지 않나 싶다.


비록 난 떠나가지만 내가 머물렀던 조직인 만큼 더 좋은 소식들이 많이 들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_^

4 thoughts on “박수칠때 떠나라..

  1. dwbh

    님의 블로그를 구독하는 사람인데…이런 일이 있었군요.
    박수칠 때 떠난다는거…쉽지 않은 일인데…
    지금 있는 곳에서도 마무리 잘 하시고, 2009년에도 좋은 일 가득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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