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읽는 기술 – 조지프 엘리스 지음, 이진원 옮김, 김경신 감수/리더스북 |
경제를 읽는 기술이라. 책 제목에서 ‘이거 뭐야’ 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런 제목의 책들치고 괜찮은 책들이 없었던 터라. 그러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온몸에 전율을 느낀다. ‘경제를 읽는 기술’, 책 제목 너무 잘 지었다. ^_^
경제를 읽어야 산다
이 책이 출간된건 2007년 3월. 내가 이 책을 읽은 건 2008년 10월. 너무 늦게 읽었다. 아니, 어쩌면 전체 삶을 놓고보면 그나마 빨리 읽은 건지도 모르겠다. 요즘처럼 전세계 경제가 뒤숭숭한 시점에서, 이 책을 통해서 복잡하던 머리를 정리한 느낌이다.
직업상 세계 경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중반이후 도통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들이 지속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산은 그랬다 치지만 그 뒤로 불어닥치는 신용경색은 뭐며, 뒤이은 경기 침체는 뭘까 참 고민했다. 다들 지금이 바닥이라고 계속 외치는데, 사실 그렇게 외치는 본인들 조차 바닥이 어딘지 몰라 헤매고 있는 것 아닌가?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나는 Top down이니 Bottom up 이니 하면서 자기 스타일 살린다고 고집만 부리고 있지 않았나 싶다. 많은 정보가 의사결정에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건 사실이지만 무엇이 의사결정에 도움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편견을 버릴 필요가 있다.
투자를 하건, 사업을 하건, 직장 생활을 하건..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유식한 단어로 복잡한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하는게 아니라 전체의 흐름이 머리에 들어와 있어야 한다. 그걸 바탕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내는 것은 찬성이다. 하지만 그 배경에 먼저 ‘경제 이해’가 깔려야 한다.
경제를 읽는 기술
정말 기술이다. ^_^ 보고서 쓰는 일을 하다보니 엑셀에 주구장창 그래프를 그리게 된다. 말로 또는 표로 자료를 보는 것과 그림으로 그려서 보는 것은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이 책의 저자 조지프 엘리스는 그래프 속에서 통찰력을 얻은 것 같다. 약 40여년간 소매업종 애널리스트로 활동했고, 들리는 소문에는 골드만 삭스에 있으면서 18년 연속 소매업종 베스트 애널로 선정 되었다고 한다.
그런 배경에는 그의 경제 흐름에 대한 탁월한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한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은 그가 가졌던 (앗, 혹시 여자면 어떻하지.. ㅡㅡa) 경제를 읽는 기술을 공개한 ‘비급’이다.
구매력
책을 덮으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구매력’이었다. 그랬다. 결국 돌고도는 이야기. 투자도 ‘구매력’이었는데, 경제도 역시 ‘구매력’이었다. 직감적으로 이 모든 그림이 하나로 연결되어 돌아간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자, 이 책의 핵심을 요약해 보겠다. 짧고 간단하다.
| 실질소득 -> 소비자 지출 -> 산업생산 -> 자본지출(고용) -> <인플레이션> :||
아름답지 않은가? 수학을 잘했으면 이런걸 아름다운 수식으로 표현했을텐데 그럴수가 없다는게 안타깝다. 대신 나름 음악적 감각을 살려서 악보식으로 구성해봤다. 도돌이표라고,.. 기억들 하실래나 모르겠다.
위 흐름이 경제의 흐름이다. 특히, 소비가 GDP의 2/3를 차지하는 미국에서는 절대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이고 앞으로 중국이 내수 시장을 키워 소비가 경제의 중심이 되면 중국도 저 패턴을 따라가게 될 것이다. 대충 왠만큼 경제 규모가 되는 나라에서는 다 통하는 경제 흐름이다.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시작은 소득이 늘어나는 것 부터. 월급이 늘었다. (실질 소득) 뭘하나? 먹든 사든 뭔가 소비를 하는데 이전보다 소비가 늘어난다. (소비자 지출) 그에 따라 기업에서는 팔 물건을 더 만들고 치킨집부터 미용실 등 다양한 서비스 업종들이 등장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산업생산) 수요가 늘어나니 공급을 늘리기 위해 기업들은 공장을 늘리거나 인력을 더 채용해서 규모를 확장한다. (자본지출, 고용) 그리고 월급이 다시 오른다.
이 패턴이 반복이 되는데, 그럼 영원히 늘고, 늘고의 반복이 되는가?
아니다. 여기서 인플레이션이 극적인 역할을 한다.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실질 소득이 증가하기는 하는데, 인플레이션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실질 구매력은 오히려 감소해버리게 된다. 즉, 월급은 5% 올랐는데, 물가가 10% 오르면서 살수있는 힘이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 지출은 감소하게 된다. 기름값이 너무 올라서 월급이 올랐음에도 살수있는 기름이 줄어든 것과 같은 이치다.
이때부터 ‘늘고’의 싸이클이 ‘줄고’의 싸이클로 바뀐다. 반대로 소비자 지출이 줄면서 물건도 덜팔리고 자영업자들의 도산이 이어지면서 산업생산이 준다. 그에 따라 기업들은 투자를 피하게 되고, 대규모 감원 등을 통해서 비용을 절감하려 한다.
‘줄고’의 싸이클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인플레이션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낮아지면 실질 소득이 늘어나지 않아도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면서 오히려 실질 구매력은 늘어나게 된다. 월급은 안 올랐는데, 어제 2천원 하던 기름값이 오늘 500원 한단다. 그러면 사줄만 하지 않은가?
그러면 다시 소비가 늘게 되면서 경기는 ‘늘고’의 싸이클로 접어든다.
돌고 도는 경제
멋지지 않은가? 현재의 경제 상황도 이 흐름에 놓고 보면 경기 침체는 이미 지난해 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사실 기업들의 투자가 줄고, 고용이 감소하는 건 경기 침체 시작의 신호가 아니라 경기 침체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물론 저 흐름이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고 칼라 프린트처럼 선명하게 들어나지는 않는다. 여러가지 이벤트 및 변수들이 섞여서 그냥 봐서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큰 시장의 흐름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고, 던져 주고 있다. 그걸 현실에서 낚아 챌수 있냐 없냐는 본인의 능력에 달린 것…
이번엔 다르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감명 깊었던 말이 ‘이벤엔 다르다’는 말이었다. 중국을 필두로 이머징 마켓이 급부상 하고 있는 만큼 이번만큼은 다르다. 세계 경제는 장기 성장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라고 다들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하기 그지 없다. 역사의 반복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1980년대부터 장기적인 시점으로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고 정확한 데이터만으로 이야기를 풀고있었던 탓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늘고’의 싸이클이 기대이상으로 길게 가는 바람에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커졌지만, 그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할 ‘인플레이션’이 중국산 저가 물품들에 의해 막아지면서 구매력 강세가 지속된 탓이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정상 작동을 시작하자 마자 여지없이 경기 사이클은 ‘줄고’ 싸이클에 접어들었다.
2년간 뭐가 뭔지 모르고 읊었던 경제가 정리되는 느낌이다. 그래, 학교에서 주구장창 배우면 뭘하나. 이해를 못하면 현실에서 적용조차 못해보는 것을. 최소한 참고를 하든, 활용을 해야할텐데.. 맨날 경기 선행지표는 뭐고 경기 동행 지표는 뭐며, 후행 지표는 뭐다라고 외우기만 해서야 뭘 알겠는가?
경제에 대해 관심이 있고, 적어도 스스로 미국 FRB나, 한국은행 통계를 뒤져서 이런 저런 경제 지표들을 가지고 차트를 그려본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이런 저런 말이 많지만 기본 내용만 이해하고 차트만 보고 있어도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시간을 들여 읽은 것 이상으로 얻을 것이 많은 책이다. 회계학에 대해서 ‘재무제표 읽는 법’을 추천한다면 경제에서는 단연코 이 책 ‘경제를 읽는 기술’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다.
강추! 필독서!
P.S. 혹시나 경제는 왠만큼 아는데, 이런 책 사보기 돈 아깝다 하는 사람들은 http://www.aheadofthecurve-thebook.com/index.html 를 방문해보시기를. 여기에 이 책에 등장했던 챠트들과 플로어챠트 등 핵심적인 내용들이 상당 부분 수록되어 있다~
저도 경제쪽 서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추천대로 지금 읽고 있는 책 다 본 후에 읽어볼께요 감사합니다 ^_^
넵 ^_^ 혹시 괜찮은 책 읽으시거들랑 저에게도 알려주세요~
아직 통찰력이 없는지라. 배우고 싶어요 ^^ 아잉 부끄러워요
아핫, ㅋㅋ 저랑 비슷하시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