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난 스위스에 있었다. 사이프러스에 머물다가 한국으로 돌아오기전, 주변에 계신 분들이 친구(?)들을 소개해주셔서 약 1주일 정도 쮜리히 주변에 머물렀었다. 사실 유럽에 좀 머물고 가도 된다고 그랬지만 학교에 복학을 해야하던 시점이라, 일정을 길게 갈 수 없었고, 따라서 꼭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해 갔어야 했다.
난 주저없이 스위스를 뽑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가야할? 가고 싶은 학교가 있었기에.
IMD (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ement)
보통 MBA에 대해서 좀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국가 경쟁력 연구하는 기관으로 아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가 항상 신경쓰는 국가 경쟁력 순위를 여기 학교의 연구기관에서 매년 발표하기에 어쩌면 다들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IMD는 보통 유럽의 3대 MBA 중 하나로 유명하다. 블루오션의 김위찬 박사님 영향으로 더 유명해진 프랑스 INSEAD, 원래 유명한 런던 비지니스스쿨과 함께.
1년 정원은 딸랑 90여명. 교육과정은 약 10개월. (미국은 다른 대학원들처럼 2년 과정으로 학부를 졸업한 학생들도 많은 편이지만, 유럽, 특히 IMD의 경우 평균 경력 7년의 직장인들이 많은 편. 그래서 학문적이기보다 실무 중심으로 단기간에 코스를 마친다. 보통 유럽지역은 1년 코스가 많다.)
Economist 선정, 2008 세계 1위 MBA
지난해 매경에서던가? World Top MBA tour 할때 잠시 들러서 이번년도에 입학하는 입학생 3명을 만나기도 했었는데 또 한동안 잊어먹고 있었다. 그랬는데, 얼마전 우연찮게 Economist 기사 뒤적거리다, IMD가 세계 1위 MBA로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발견했다. (http://www.economist.com/markets/rankings/displayStory.cfm?source=hptextfeature&story_id=12328207)
역쉬~ 물론 MBA 랭킹이라는건 좀 의미가 없다. 보통 Top 20 위권이면 거의 비슷한 레벨로 본다. 랭킹 기준자체가 채용담당자 인터뷰, 졸업생 인터뷰, 그리고 연병 변화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변수가 많은 탓이다. (예를들어 지금 유로화가 달러화보다 한동안 강세를 보였으니 상대적으로 유럽지역 연봉이 미국쪽보다 높게 나타났을테다. 그 영향으로 유럽지역 MBA가 많이 유리했고, 다른 학교들에 비해 IMD 졸업생들이 나이가 좀 많은 편이라 연봉 자체가 많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뭐 어쨓든, 여전히 전세계 상위권에 머무는 모습이 왠지 흐뭇하다.
I have a dream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때, (당시는 국민학교였다;;) 아버지께서 형과 나를 데리고 1박 2일의 짧은 여행을 떠나셨었다. 목적은 간단했다. 공부를 잘하던 형에게 말로만 이야기하던 서울대, KAIST를 직접 보여주시려 했다. 꿈이 아닌 현실로 느껴보라고.
그래서, 첫날 서울대를 누비고, 둘째날 KAIST를 들렀다 온 기억이 난다. 서울대에서는 버들골 (지금 집이 그 근처라 운동겸 산책을 자주하는데 옛날 생각이 나곤 한다.), KAIST에서는 도서관 내부에 있던 전시관이 기억이 난다. 전시관 안에 당시 우리별 1호 프로토타입 같이 생긴 인공위성이 있었었다.
결국 형이나 나나 그때 보았던 학교를 가지는 않았지만 고등학교 시절 남들은 ‘서울대 입학’을 머리에 써붙였는지 몰라도 난 그 대신 ‘버들골’을 머리에 그렸었다.
내가 IMD를 굳이 직접 가려했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꼴랑 1~2시간 남짓 밖에 못보고 왔고, 그나마 내부 시설 무단으로 돌아다니다 제재 당해서 쫓겨나기도 했지만;; (미리 방문한다고 연락을 했어야 햇는데.. 너무 무작정갔었나보다;;) 그래도 직접 돌아다녀보고, 수업하러 움직이는 학생들 보고, 여기저기서 토론하고 부페식으로 점심 먹는 모습을 보면서 꿈이 아닌 현실속의 IMD를 볼 수 있었다.
내게 이 학교는 현실 같은 꿈이다.
비록 가게 될런지 어쩔런지 모르겠지만, 이보다 더 좋은 길이 생겨서 그리로 갈지 아니면 정말 꿈꾸던대로 그 곳에서 1년을 살게될지 모르겠지만.. 이런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꿈을 현실에서 직접 봤다는 것에서 난 참 감사한다.
훗날의 일은 어찌되었든, 스위스 설원을 누비벼 스노보드 타고..
IMD 앞에 펼쳐진 알프스가 병풍인 호수에서 보트 타는 꿈을 꾸면서..
난 또 오늘을 살아간다 ..
저희 회사직원 한분도 작년초 홀연히 사표를 내시고 이 곳에 가더니, 올해엔 UN에 IT정책을 다루는 곳에 들어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전세자금 모두빼서 처자식을 이끌고 올인하셨던 것 같은데.. 여하튼, IMD에 관해 관심가던차.. 자극이 되는 포스팅 감사합니다. ^^
그렇군요. 의외로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나 봅니다. 쩝.. 지금으로썬 그런 분들이 마냥 부럽네요.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_^
꿈 꼭 이루시기 바랍니다.
언젠가 저곳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ㅜ
네, 동문으로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