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가치투자자 캐피탈 그룹 by 찰스 D. 엘리스 |
삼성전자 지분 약 9%, 국민은행 10%, 현대차 10%. 국내 투자 외국계 기관중 보유 총액 1위 기업(약 7조원?). 혹시 이 기업/기관의 이름을 아는가? 들어나봤나 모르겠다. ‘캐피탈 그룹’ 이라고..
아주 오래전에 한 경제 일간지에 기사가 하나 나왔었다. 국내 유수 기업 CEO나 IR 담당 이사들이 호텔 로비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던 모습. 한 외국계 투자 기관과의 길어야 1시간 정도의 면담을 위해 이런 고위 임원들이 기다리는 모습이 이례적이었다. 그때 처음 캐피탈 그룹을 접했었다.
가치투자 기업
흔히 가치투자라 그러면 ‘벤자민 그레이엄’, ‘워렌 버펫’만 떠올린다. 그러나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그러면서도 장기적으로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 투자자들은 많이 있었다. 캐피탈 그룹도 그런 부류중 하나다. 아니 자산 운용사로써는 가장 성공한 케이스. 사실상 가치투자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한 또 다른 사례라고 봐도 무관한 것 같다.
이 회사는 참 특이한 곳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증시가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스타급 애널리스트나 펀드 매니저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상 이들을 따라 막대한 자금이 움직였기에, 자산운용사들도 이런 스타급 인재모시기에 발벗고 나선 상태였고.
그러나 캐피탈 그룹의 역사를 보면 이들은 언제나 대중의 흐름과 반대에 섰다. 스타급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는 없다. 외부 인터뷰나 커버스토리 같은건 왠만해서는 거절한다. 펀드에 대한 광고나 회사에 대한 광고도 일절없다.
더더군다나 잘나갈때, 더욱 몸을 사린다. 장기적으로 봐서 성과가 부각되는 시점이 고점이 경우가 많아 오히려 고객들에게 손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게 이유다.
정확한 비전, 철학
역시,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비전과 확고한 철학인 것 같다. 단기간에는 표시나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은 탁월한 사업 아이템이 아닌 정확한 비전과 확고한 철학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 고객들이 우리를 세계 최고의 자산 운용회사로 알아주기를 바란다”
캐피탈 그룹의 한 임원이 말한 내용이다. 짧은 문장이지만 이 속에 캐피탈 그룹의 비전이 들어나 있다. 캐피탈 그룹은 세계 최대 운용사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닌 최고의 운용사가 되는 것이 목표이며,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게 아니라 고객들이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특별히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한 광고는 없다. 더군다나 고객이 아닌 사람들에게 성과를 과시할 이유도 없다.
깔끔한 시스템
캐피탈 그룹의 회사 내부 시스템도 참 좋은 것 같다. 효율적인 자산 운용을 위해 거대한 펀드를 한 팀에 일괄적으로 맡기는 것이 아니라 펀드를 쪼개서 다양한 팀에서 전체 펀드를 운용하게 한다든지, 성과를 평가할때 단기적인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기보다 약 4년 정도의 성과를 평가해서 보상에 연계시키는 만큼 단기간의 실적에 그리 집착하지도 않는다.
또한 펀드 매니저와 애널리스트간의 벽도 허물었다. 젊고 유능한 직원들에게 직접 의사 결정을 하도록 열어두기도 하고, 회사 소유권도 오너 일가에 집중되기보다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지분을 나눠져 다양한 의견 취합을 통해 회사가 운영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딱히 틀이 없어뵈는 조직이나, 어쩌면 이게 가장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이지 않나 싶다.
감상평
이 이외에도 책을 읽으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내년부터 자본시장 통합법 가동된다 그러는거 같은데, 다들 몸집을 키워서 경쟁력을 갖추는데만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서, 어쩌면 초 장기적으로 우수한 자산 운용사가 되려면 이런 대중의 흐름에 반하는, 그러면서도 정확한 비전을 가진 기업을 세워야하지 않나라는 생각이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캐피탈 그룹에서 한번 일을 해보고 싶다. 아무래도 책이라는게 은연중에 미화하는 부분도 많을테고, 직접 몸을 느끼는 것과 읽어서 아는 것은 엄연히 다른 만큼 경험을 통해 이 회사를 들여다 보고 싶은 마음이다.
투자에 관심이 있고, 특히 투자자문사, 자산운용사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새로운 지평이 열릴것이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