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파인만 박사? ^_^; 내가 그쪽 분야를 잘 모르니 딱히 비교하기는 그렇고. 그래도 내 생애 감히 ‘천재’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사람들 중 한 분 이지 않나 싶다.
아직도 눈에 선하다. 대학교 1학년을 갓들어 왔을때, ‘자연과학 입문’이라고 그쪽 분야에 대한 개론적인 수업이 있었다. 학교가 전공없이 입학해서 전공을 골라가는 곳 이었기에 이것저것 듣다가 그 수업까지 들었었는데.. 당시 상대성 이론을 수학적으로 풀어주신다고 한 칠판 가득 수식을 써 놓으시고는 심취하신 목소리로 아름답다고 하셨다.
물론 뒤에 학생들은 상당수가 전사했었다.;;; 그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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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학생들에게 내가 요구하는 것은 단두가지이다.
sincere and professional
먼저 난 내 학생들이 sincere하길 바란다.
나에게 그저 고분고분하라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자존심도 있으면서 지위에 따라 대하는 것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한결같이 예의바르고, 믿음직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을 바란다. 머리가 좋거나 능력이 뛰어나서 남보다 일을 좀 많이했다고 우월감을 느끼는 사람은 난 싫다. 그는 더 일해야 할 것이다. 좀 모자르다고 포기하는 사람도 싫다. 예수님이 말씀한 것 같이 누가 오리를 가자 하면 십리를 가주는것.
선생이 이 만큼 하라고 했다고 딱 고만큼 하고 쉬는 것은 이미 인생의 주인이 자기가 아니라 자신은 그일의 노예가 됬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일이 주어지면, 그이후는 자기 일이므로 자기 이름을 걸고 해야한다.
그다음은 내 학생은 professional 하기를 원한다.
아마추어는 즐길 수 있다. 그러나 프로는 프로다운 높은 기준을 갖고있어야 한다. 청중은 눈치 채지 못하지만, 자신은 자다가도 벌떡일어날 만큼 실수에 대하여 철저하게 뉘우치고 개선해야 한다. 공학도로서 내 학생은 국제적 프로의 기준을 알아야 한다. 세계적 연구소에서 이루어지는 보고서의 수준과 작성 방법을 알아야 한다. 학부학생이라도 외국논문을 줄줄 읽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할 줄알아야 한다. 수학이 좀 나온다고 징징거려선 안된다. 똑바로 수식을 쳐다보고, 한시간 이라도 집중해서 완전히 풀어야 한다. 안풀리면 한달이라도 붙잡고 늘어져야한다. 무엇보다 프로다운 진중함과 권위를 지니길 바란다.
자신의 말이 진정 전문가의 입에서 나온말이 되도록 노력할 일이다.
특히 문서에서 전문가의 향기가 드러나야한다.
난 우리학생들에게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꼬치꼬치 참견하는 micro control을 하지않는다. 그러기엔 내 시간이 너무 아깝다. 단지 큰 문제에 대하여 집요하게 집중한다. 문제를 돌파하기에 같이 애를 쓰지만 격려 따윈 절대로 안한다. 내가 어깨한번 쳐주고 ‘너 열심이다’ 이렇게 해야 일하는 사람은 프로가 될 자격이 없다. 안하면 말고 그뿐이다.
가끔 나와 함께 공부해 보겠다고 나서는 학생이 있는데, 그러면 난 초긴장 상태가 된다. 왜냐면 6개월이내에 나의 이러한 교육 방식이안맞어서 떠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같이하자고 붙잡지도 않는다. 어차피 다른 선생님들이 있는 것이고, 스타일이 다른 것이니까. 그래서 전문분야의 교육이나 연구에선 비교적 엄격한 편이다. 그러나 그냥 인간적인 만남에선 위의 두가지 사항은 그렇게 필요하지 않다. 단지 서로 이해해주고 아껴주고, 사랑하고 존경하고.. 뭐 그럼되는 것이다.
2 thoughts on “내 제자들에게.. By prof.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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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러게요…
저도 1학년때 이재영 교수님의 자연과학입문 수업을 듣고 늘 감탄과 감동, 그리고 명상에 잠기곤 했던 그때가 많이 그립습니다.
그때 사용했던 빨간색으로 제본한 그 책… 아직도 제 책장에 꼽혀있네요.. ㅋ
좋은글 감사합니다.
엇, 동문을 뵙네요. 저도 아직까지 그 책을 고이 모시고 있답니다. 권오병 교수님께서 만드셨던 경영학 입문 책과 함께.. 이재영 교수님 뵙고 싶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