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은 비합리적이다 ..

By | 2008년 5월 26일

‘컨설팅 프로페셔널’의 저자 제프리 벨먼 아저씨가 한 말이다. 뭐 이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듣기는 했는데, 수많은 조직을 접하고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시했던 컨설턴트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니 참 기분 묘하다.

사람들은 보통 개미와 베짱이에 대한 비유를 많이 한다. 어린 날 잘못된(?) 동화의 영향으로 개미는 부지런함의 대명사이며 베짱이는 게으름의 대명사다. 하지만 어느 호기심 많은 사람들의 실험을 통해 그 동화가 거짓임(?)이 밝혀졌다.

게으른 개미들..

실험의 내용은 이러하다. 개미들에게 번호를 붙여서 한마리 한마리 특수 광선 효과로 비디오 추적을 한다. 그러면 각 개미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움직이는지에 대한 판명이 가능하다. 분명 개미가 부지런하고 아주 효율적인 조직을 갖췄으리라는 기대에서 실험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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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5% 애들;;

그렇게 바쁘게 왔다갔다 일하는 것 같은 개미들 중 정말로 열심히 일하는 개미는 15퍼센트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괜히 휩쓸려 다니기만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열심히 일하는 개미들만 따로 모아도 그 중의 15퍼센트만 일하고 나머지는 로며, 놀기만 하는 개미들도 함께 놔두면 15퍼센트는 다시 일한다고 한다. (김종래, 유목민 이야기 중에서..)

파레토 법칙은 20/80 이라고 했는데 좀 틀리긴 하지만 어쨓든 상위 15퍼센트만 일하고 나머지는 노는게 우리가 속해있는 근대 조직의 특징인 것 같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여러 개의 조직에서 원치않게 ‘장’을 맡게 되면서 언제나 드는 고민이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능동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 였었다.

매번 실패를 했었는데, 나의 못남을 한탄하던 나에게 위의 실험 결과는 자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 같다. 그래, 조직이 언제나 효율적이라면 무엇때문에 경영학에서 조직관리라는 과목이 생겨나고 인재관리, 조직관리라는 분야가 컨설팅의 중요한 분야가 되었겠는가? 쉽지 않기때문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지 않겠는가?

조직은 비합리적이다..

제프리 아저씨는 조직은 절대 합리적일 수 없다고 했다. 아니 합리적이라는 말을 ‘정당성’이라는 말로 풀이했다. (나랑 똑같은 생각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합리적이라는 것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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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피셔

좀 옆으로 새는 예이기는 하지만, 필립 피셔 아저씨가 아들과 함께 어떤 만찬에 참여를 했었는데, 그자리에서 전체 청중에게 퀴즈가 주어졌다고 한다. 상품은 최신형 TV. 문제는 그 다음날의 다우존스지수 종가를 맞추라는 것이었다. 가장 근접한 사람에게 상품을 준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은 큰 차이를 쓰기보다 그전날의 지수에 비해 큰차이가 없을 것이라고들 써냈다. 하지만 피셔는 주가가 폭등할 것이라고 써냈고 그날 밤 그 아들은 그렇게 큰 차이의 숫자를 써낸 이유를 물어본다. 피셔 대답이 걸작이다. 너무 작은 차이를 써내서 맞추게 된다면 그건 그 사람이 운이 좋아서 그런거라고 생각할테고 혹시나 큰 숫자를 써내 틀리게 되더라도 게임이니깐 별반 상관없고 또 다른 사람들이 내가 뭘 써냈는지 알길도 없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 다음날, 피셔는 최신형 TV 를 선물로 받았다. 어떤 뉴스때문에 다우 존스 지수가 폭등해 버린 것이다. 그 선물을 받는자리에서 어떻게 지수를 맞출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피셔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서 자기가 그런 뉴스를 미리파악하게 됐는지, 또 주식시장이 그렇게 움직일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꽤 근사한 말솜씨로 설명했다. 물론 사람들은 ‘대단한 투자자’ 피셔를 우러러 볼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비합리적일 수 밖에 없다. 감성적일 수 밖에 없다. 합리적이라는 것은 단지 정당성을 부여해 줄 뿐이다. 그런 사람들의 모임인 조직에서 합리적인 행동, 합리적인 결정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리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지 합리적이지는 못하지만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지금 현재 내가 고민하는 질문인 동시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리더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수많은 방법들이 제시가 되었지만, 아직 절대적인 해결책이 없는 것을 보면 답은 ‘그때 그때 달라요’ 인가 보다.

괜한 이상에 빠져있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현실을 즉시하라. 세상의 모든 조직은 비합리적일 수 밖에 없다. 이성적으로 머리 속에서 합리적인 조직을 그리고 그대로 움직이기를 기다리는다는 것은 유치원생들에게 군인들에 준하는 수준의 명령 체계가 지켜지를 바라는 것과 다를바 없다.

열린 마음으로 각 조직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보자. 무언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서로 웃으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마치 IDEO 처럼, 옛날의 SONY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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