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시대 : 신세계로의 모험 by 앨런 그린스펀 |
징그럽도록 두꺼운 책. 나도 한국 사람이라 책을 읽으면 진도가 팍팍 나가줘야하는데, 이건 기어간다. 아니 책 2~3권 읽을 분량을 한권으로 해놨으니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두께에 비해 내용은 나름 재미있었다.
경제 대통령. 그린스펀의 애칭이자 실제 그가 얼마나 미국 및 전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쳤는지 그 정도를 엿볼 수 있는 말이다.
이 책은 크게 2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다. 전반부는 그린스펀의 자서전. 이혼한 어머니 밑에서 홀로 큰 어린시절부터, 예상을 깨고 재즈 주자로 음악가의 삶을 살았던 10대. 그리고 마음잡고 경제학을 공부하고 회사를 차리고, 그리고 점차 백악관 주인들과 관계를 맺다가 1987년 .. 미국 연방준비은행장으로 취임한다.
재미있는건, 그 당시는 그는 경제학 박사 학위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나중에 그 밑에서 일하던 노벨 경제학 수상자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실제로 옳은 판단임을 보여주는 사례도 제법 있었다.
아무튼.. 참 말많고 일많았던 시대에 미국 경제의 정점에서 일을 했던 사람인 만큼 할말도 많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그렇고, 클린턴에 대한 우호적인 자세, 그리고 여러가지 문제들을 대처했던 자신의 자세 및 당시 상황, 결과 등이 상당히 흥미로왔다.
지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이 책을 보니.. 이전에 미국의 재정흑자가 한창일때 그 상태가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던 대부분의 사람들과 최근 호황에 대한 맹신을 보여줬던 사람들이 비슷해보이면서.. 참 투자라는게 사람의 가장 자연스러운 본능을 거슬러야 한다는, 욕심을 이겨야한다는 생각도 해봤다.
그렇게 전반부가 쓰여져있고, 후반부는 에세이 형식이다. 그린스펀이 관심을 가졌던 자본주의, 중국, 러시아, 라틴아메리카, 세게화, 교육, 연금, 기업, 에너지 등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쓴 에세이 모음이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2 군데. 하나는..
“손쉬운 불로소득의 부는 생산성을 둔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p. 379)
멋있지 않은가?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을 뒷받침하는 말이다. 자원부국이 대체로 못사는 것, 네덜란드 병이라 불리는 현상으로 이 이야기를 풀었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불로소득을 기대한다. 그저 주어지면 파멸로 가는 것임을 알면서도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의 욕심인가?
또 인상 깊었던 구절은.. 교육에 대한 그의 생각이었다.
그린스펀은 미국의 생각하는, 상상력 중심의 교육과정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상상력이라는건 상상할 꺼리를 머리에 넣어놓고 해야지, 그저 하라고 그런다고 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를 잡고 상상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뭐 간단하게 사칙연산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에게, 상상력을 강조하는 산수/수학 수업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기본기는 몸에 배일만큼 확실하게 가르치돼, 충분히 기본이 다져지면 그때부터는 자유로운 상상을 시키는 것이 올핟는 이야기다. 동의한다. 우리 나라 교육도 중학교 초반까지만 기본기를 가르치고 다음부터는 생각하는 공부를 시키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책을 보면서, 그린스펀이 참 부러웠던 점이 하나 있었다. 엄청난 정보력. 자기가 그랬다기보다, 물론 어린 시절에는 자료 만드는 일들을 도우던 사람이지만, 훗날 연준 의장이 되어서는 자기가 보고 싶은 자료가 있으면.. 미국 정부 통계에 잡히는 자료라면 뭐든 다 자기 원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었고, 없다면 연준 직원들에게 부탁해서 새로운 자료를 만들어낼 수 도 있었다는 것이 너무 부럽다.. 자료가 전부는 아니지만, 모든 분석의 기초가 되는 만큼 .. 무지하게 부러웠다.
이 책을 덮으면서, 왠지 그린스펀과 피터 드러커가 겹쳐져 보이는 것은 내 착시현상일까?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한 분야에서 정점에 섰고 사람들이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우렸다. 더군다나 두 사람다 컨설팅 베이스로 일을 시작했고, 교묘하게도 철강업과 많은 관계를 보였다. (나도 철강인데..;;) 물론 개인적인 선호도에서는 피터 드러커가 많이 앞서기는 하지만, 그래도 참 격동의 시대를 겪은 대단한 사람임에는 분명하다.
비록 경제학에 대한 기본 지식 없이, 게다가 미국의 금융 흐름에 대한 배경 지식 없이, 연준의 기본 업무에 대해서 아는 것 없이 보면 정말 무슨 이야기하는지 모른다는 생각만 들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경제에 대해 조금이라고 관심이 있다면. 아니면 투자를 하는 투자자라면..
저도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전반부 읽다가 후반부 살짝 지루한 부분에 걸려서 지금 막혀있긴 하지만 전반에 세계경제에 대한 흐름을 그의 관점에서 보여주는 것들은 꽤나 만족스럽습니다 🙂 혹자는 번역이 별로라지만 저는 그닥 안좋은걸 못 느끼겠던데..어떻게 생각하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