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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과 조선업체 - 착각속에 사로잡힌 사람들 .. :: 2008/08/26 21:39

그냥 넘어가려 했으나 도저히 지나칠수가 없다. 요즘 원화가 달러화대비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여러가지 우려 목소리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 최근 몇년간 한국 증시를 주도했던 조선업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니, 언론에서 크게 만들어가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믿으라고?

제목이 가관이다. 조선업체들이 환율급등으로 아주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흠, 모르겠다 어느 업체가 그러는지. 개인적으로 조선업체 소액주주라 최근 반기 보고서 발표이후 파생 상품 손실에 대한 문의를 위해 회사 담당자와 짧은 통화를 했었다. 당시 담당자의 목소리는 차분하다 못해 '무덤덤'했다. 말 그대로 '그건 무시하세요.'였다.

그럼에도 뉴스에서는 환율 급등의 최대 피해기업으로 조선업체를 꼽고 있다. 왜 그럴까?

파생상품 손실

문제는 파생상품 손실에 있다. 올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조선업체 중 발빠른 메이저 업체들을 제외하면 대다수 중소형 조선사들의 순이익은 급감했다. 급감하다못해 수익을 까먹고 자본금까지 까먹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발표한 기업들도 있었다. 피해의 주범은 파생상품 손실.

조선업체는 현재 3~4년후의 선박을 수주받고 있다. 수주를 받는 순간과 인도해서 대금을 결제받는 시점의 시간차로 인해 환율이 변해서 생기는 위험이 싫어서 수주 받는 즉시 결제대금만큼의 달러를 매도해버린다. 이 경우, 원화가 강세로 가는 경우 조선업체에게는 파생상품 평가이익이 발생하고 반대로 원화가 지금처럼 약세로 가는 경우 파생상품 평가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조선업체들이 최소 3년 이상의 선박을 수주받고 있는터라 파생상품 규모가 3~4년치 매출액에 맞먹는 규모다. 그러다보니 한 분기동안 환율 변동에 따른 파생상품 평가손실액이 다른 업체들에 비해 몇 배 크게 나타나게 된다.

착각의 시작 - 제대로 이해하라~!

그럼에도 업체 담당자는 왜 이런 엄청난 손실에 대해서 무덤덤하게 반응했을까? 주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아니다. 조선업체의 특징과 파생상품, 헷징에 대해서 제대로만 이해한다면 적어도 이 문제들에 대해서 가볍게 웃어주고 지나갈 수 있다.

헷지(Hedge)

기본 개념부터 시작하자. 먼저 헷지에 대해서. 사람들이 헷지펀드, 하면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기성 펀드를 떠올려 헷지를 무슨 고수익 투자 방법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헷지의 정확한 개념은 '위험 제거'에 있다. 영어로는... " a hedge is an investment that is taken out specifically to reduce or cancel out the risk in another investment " 고로 조선업체들은 파생상품 거래로 헷지를 하려는거지 환차익을 얻고자 하는게 아니다.

즉, 조선업체들 입장에서 가장 큰 위험은 미래에 발생할 환율 변동에 따른 매출액의 변동이다. 이를 막기위해 파생상품 거래를 하는 것인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람들이 파생상품의 단면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 원화가 약세로 가면서 파생상품에서 대규모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눈을 조금만 더 넓게 뜨면 반대로 수출기업인 만큼 환율 급등에 따른 매출액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얼마만큼? 수주 당시 환율로 누적 수주금액이 10억 달러었는데, 대금 결제시점에서 환율이 1000원에서 1100원으로 오른다면? 당연히 결제금액은 처음 1조에서 1조 1천억으로 늘어나게 된다. 반대로 파생상품에서는 1천억원의 평가 손실이 발생하는거고.

결국 파생상품에서 손실을 입은만큼 매출액이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환율에 따른 손실과 이익은 '0'이 된다. 이것이 조선업체들이 달러 매도를 통해 하는 이른바 '헷지'라는 것이다.

회계 기준 문제 ..

그런데, 왜 이게 '0'이 안되고 대규모 손실로 넘어가는가? 그건 회계 기준 때문에 그렇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다. '발빠른 메이저 업체'라고. 국내 대형 조선소들의 경우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같은 조선업체임에도 이들은 파생상품 손실을 피하는 묘한 재주를 부렸단 말인가?

아니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 중공업 상반기 보고서를 잘 읽어보면, 파생상품 손실액이 2조원(약 1.8조. 이연법인세 감안하면 1.3조)에 육박한다고 친절하게 써있다. 그럼에도 이번 분기에는 손익계산서에는 기록을 안했다. 자체적으로 회계 기준을 바꿔서(이 정도 회계기준 변경은 회사 재량권에 있나?), 헷지용으로 거래한 건 어차피 결과적으로 손익에 영향을 못주니 그냥 부채로만 넘기고 손익계산서에는 기록을 안한다고 밝혔다.

"당사는 당반기말 현재 현금흐름 위험회피회계처리가 적용된 파생상품의 평가손익 중 위험회피에 효과적인 부분 -1,815,364백만원 중 이연법인세로 조정되는 -499,226백만원을 제외한 -1,316,138백만원을 기타포괄손익누계액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현금흐름 위험회피와 관련하여 위험회피대상 예상거래로 인하여 현금흐름변동위험에 노출되는 예상 최장기간은 당반기말로부터 53개월 이내이며, 당반기말 현재 기타포괄손익누계액에 계상된 파생상품평가손익 중 당반기 결산일로부터 12개월 이내에손익으로 인식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은 -682,219백만원입니다."

- 현대중공업 2008년 상반기 반기보고서 중에서 ..

만약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도 반기 손실은 물론 이익잉여금의 상당부분까지 뱉어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상반기 현대중공업 순이익이 1조였으니 만약 1.3조 규모의 파생상품 손실을 반영했다면 반기 실적은 3천억 손실. 지금 실적과 하늘과 땅차이다.

뭐가 문제인고 하니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인식과 수익 인식에 대한 시점의 차이'가 핵심이다.

위에서 말했지만 조선업체의 파생상품 거래규모는 3~4년치의 매출액이다. 따라서 환율에 따른 손실(파생상품 손실)은 3~4년치 매출액에 대해서 계산을 하지만 환율에 따른 이익(매출액 증가분)은 그 분기, 또는 반기만 계산을 한다. 그러니 손실이 몇배나 더 커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이 평가손실이 실제 환율 손실로 들어나는 시점에서 매출액 증가분과 맞물려 상쇄되면서 그냥 사라진다.

조선업체와 환율 변동은 무관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무관하다라는 말은 틀리다. 똑같은 가격의 배를 만들더라도 계약하는 시점에서 환율이 900원인것과 1000원인것은 매출액에서 엄청난 차이를 불러온다. 하지만 일단 계약이 이루어지고 난 이후의 환율 변동과 조선업체 매출액과는 별반 상관이 없다.

그보다는 매출액은 고정이 되었는데, 그 기간동안 원자재 값이 오르거나 임금이 많아 올라서 비용이 너무 많이 들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더 집중해서 봐야 한다. 아니면 3~4년치 물량이 소진되는 시점에서 선박 수주가 없을 가능성에 대해서 고민을 하든지..

알려면 제대로 알자..

KIKO와 조선업체의 선도환 거래는 다르다. 기간도 틀리고 조건도 다르다. 마냥 환율에  관한 파생상품 거래라고 싸잡아 같이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조선업계에 능한 애널리스트들은 환율변동에 따른 파생상품 손실은 별 문제가 아니라고 언급하고 있다. 메이저 업체들이 몸소 보여주지 않았는가?

제발 내일부터는 무조건 '환율 급등으로 조선업체가 큰 손해보다'라는 식의 어이없는 기사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P.S.1 이래서 눈에 보이는 것, 들리는 것을 믿지 말라 그러는 것 같다.
P.S.2 이런게 역발상으로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부자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철저하게 따지고 분석해서 기회를 잡는다. 그런 사람들은 안전마진 확보를 위해 저런 기사가 더 많이 나와주길 바랄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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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밀방문자 | 2008/08/27 10:43 | PERMALINK | EDIT/DEL |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늘푸른섬 | 2008/09/29 11:4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괜챦다면, 퍼가도 될까요 ?

    • man | 2008/09/29 11:56 | PERMALINK | EDIT/DEL

      아, 네 출처만 밝혀주신다면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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